도화동 아소비바
쫄깃한 등심카츠를 먹을까? 부드러운 안심카츠를 먹을까? 고민따위는 쌈싸 먹고, 도화동에 있는 아소비바로 가서 제주흑돼지 등심 안심카츠를 먹으면 된다. 바삭함은 거들뿐, 육즙을 가득 품은 돼지고기는 입안 가득 행복을 준다.
봄에는 안심카츠를 먹었고, 여름에는 치즈카츠를 먹었고, 가을에는 등심카츠를 먹었다. 분기마다 한번씩 먹고 있는 카츠, 겨울이 왔으니 그동안 아껴둔 특등심가츠를 먹으러 왔다. 하지만 원래 계획과 달리 등심 안심카츠를 먹었다. 이유는 잠시 후에...
바테이블이지만, 옆사람과의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고 있어서 그리 불안하지 않다. 그리고 혼밥이라 밥을 먹는 동안 대화할 상대가 없으니 완~전 안심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맘에,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음식이 나올때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고 기다리는 중이다.
종이컵이 아니라서 시원한 물부터 한잔 들이킨다. 핑크솔트는 이따 카츠가 나오면 직접 갈아서 찍어 먹으면 된다. 저 고기가 다 내 고기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내 고기는 아니지만, 불멍처럼 저장고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은근 행복해진다.
겨울이 왔으니, 마지막으로 남겨둔 제주흑돼지 특등심카츠를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주인장 왈, "특등심이라서 등심에 비해 꽤 기름지고, 비계도 많다." 비계를 못먹는 1인에게 비계함량이 많은 특등심은 살짝 무섭다. 도장을 깨려면 특등심카츠를 먹어야 하지만, 자신이 없다. 이럴때는 아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제주흑돼지 등심 안심카츠(11,000원) 주세요."
매콤 소스와 직접 간 핑크소금 전자책은 어릴적에 읽은 피터팬을 다시 읽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고소한 소스 아래는 양배추 샐러드가, 숙성이 꽤나 잘 된 깍두기와 주인장이 직접 만든 유자후추와 톡 쏘는 알싸함이 강한 고추냉이가 나왔다.
왼쪽은 등심카츠요. 오른쪽은 안심카츠다. 카츠이니 바삭한 튀김옷이 눈에 확 들어오지만, 이곳 카츠의 진짜 매력은 튀김보다는 고기다. 양은 적어 보일 수 있지만 고기가 워낙 두툼해서 다 먹으면 엄청 든든하다.
동그란 모양의 안심은 비계기 일절 없기에 퍽퍽해 보일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육즙을 꽉 잡고 있어 씹으면 씹을수록 식감이 겁나 부드럽다. 참, 가운데 붉은부분은 고기가 덜 익어서 그런게 아니라, 돼지고기에 함유되어 있는 미오글로빈 성분때문이다. 즉, 핏기가 아니고 신선한 돼지고기에서만 보이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덜 익었다고 투덜대면 절대 안된다.
동그란 모양의 안심과 달리 등심은 길쭉하다. 부위가 다르니 맛도 다르고, 안심에는 없는 지방(비계)이 등심에는 있다. 왼쪽 끝부분에 투명하게 보이는 부분이 바로 지방이다. 사진과 달리 원래는 지방이 좀 더 많이 붙어 있는데, 비계에 약한 1인임을 알고 있는 주인장이 많이 덜어내고 줬다. 제육볶음에 있는 비계는 물렁하지만, 등심카츠의 비계는 꽤나 탄력적이다. 그래서 부드러운 안심과 달리 등심은 식감이 쫄깃쫄깃하다.
고기가 워낙 두툼하다보니, 고기 본연의 맛은 딱 한번만 맛보면 된다. 그 다음부터는 고추냉이, 유자후추 등 소스를 올려서 먹어야 한다. 본연의 맛만 찾아보면, 살짝 느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등심은 살코기만 먹기보다는 지방을 같이 먹어야 맛이 확 산다. 비계에 약한 1인이지만, 안심과 달리 등심 살코기는 꽤 퍽퍽해서 지방을 곁들어야 식감도 맛도 확 산다.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퍽퍽한 살코기를 더 좋아하는 1인이다. 은은한 유자후추에 핑크솔트를 더하면 향에 감칠맛까지 카츠를 더 빛내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등심카츠는 매콤한 소스가 잘 어울린다. 고기에 소스를 바로 찍어서 먹어도 되지만, 늘 그러하듯 매콤소스를 넣고 밥을 비빈다. 개인적으로 카츠를 먹을때 밥은 잘 먹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매콤 비빔밥을 만들면, 고기도 밥도 남기지 않고 다 먹게 된다. 밥을 소스로 활용하는 나만의 방법, 요게 은근 아니 꽤나 괜찮다.
배가 부른다 했더니, 카츠가 각 한개씩 남았다. 등심은 매콤소스와 먹을거고, 안심은 톡쏘는 고추냉이와 먹을거다. 위대하다면 한판 더를 외치고 싶지만, 위가 작아서 아니 적당해서 한판으로 끝냈다.
뒤집어서 쭉쭉 빨고 싶게 만드는 요구 아니 야쿠르트로 마무리를 하고 일어나기 전에, 계산은 마포사랑상품권으로 했다. 특등심까지 먹어야 도장깨기 완성인데, 아무래도 불가능할 듯 싶다. 그래도 다른 메뉴가 워낙 훌륭하니, 도장깨기 욕심은 여기서 멈춰야겠다. 뫼비우스띠처럼 다음에는 치즈카츠를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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