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니고 마포구 도화동 핑하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왔다. 점심때가 되면, 오늘은 뭐먹지 해야 하는데, 비때문인가? 문득 짬뽕이 먹고 싶어졌다. 매운맛에 약하니 하얀국물 짬뽕을 먹어야 하지만, 역시나 비때문인가 보다. 빨간국물 짬뽕이 먹고 싶다. 비도 오고 멀리 가기 귀찮으니 가까운 핑하오로 향했다.
핑하오가 지하에 있으니 내려가야 한다. 여기서는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 더 빠르지만, 사람이니깐 핑하오라는 입간판이 있는 곳까지 가서 계단으로 내려간다. 본 건물로 들어가지 않고, 지하로 내려갈 수 단독계단(유리창문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된다.
지난 여름 여기서 백짬뽕과 유산슬탕면을 먹었다. 이번에도 늘 그러하듯, 하얀짬뽕을 먹어야 하지만 비가 오니 빨간짬뽕이다.
화려한 조명이 나를 비춰서 좋지만, 사진 찍는데는 살짝 불편하다. 그렇다고 혼밥인데 원탁테이블을 혼자서 차지할 수 없으니, 조명 아래에 앉는다.
중국요리집이라 요리류가 다양하니 많지만, 보면 먹고 싶기에 안봐야 한다. 혼자서 먹을 수 있는 면류에 집중한다. 메뉴를 미리 정하고 왔지만, 잠시 고민에 빠졌다. 면으로 할까? 밥으로 할까? 하지만 결론은 면이다. "삼선짬뽕(10,000원) 면으로 주세요."
1.5단계라서 들어올때 QR코드로 명부를 작성했다. 테이블마다 손소독제가 있으니 소독을 한다. 기본찬으로 단무지와 자차이무침이 나왔지만, 삼선짬뽕이 나올때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벗고 다시 쓰고 하기에 귀찮으니깐.
빨간 국물이라기 보다는 다홍, 주홍 국물이다. 강하지 않지만 불향도 올라오고, 내용물에 비해 국물이 많아 보이지만 비주얼만 그럴 뿐이다. 탁한 국물이라서 그 속이 보이지 않는거다.
맵린이라서 매우면 속이 아픈데, 백짬뽕 육수에 색만 더한 듯 일절 안 맵다. 불향의 원인은 볶을때 살짝 태운 채소인 거 같고, 맵지 않으니 연신 국물을 먹기 위해 숟가락질 중이다.
삼선짬뽕답게 해산물이 많이 들어있다. 홍합, 오징어, 주꾸미 그리고 대가리가 실종된 새우까지 건더기도 많고 국물도 좋으니 면도 밥도 다 좋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짬뽕은 밥보다는 면이 우선이니깐.
면까지 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나 보다. 면이 살짝 풀어졌지만 이또한 괜찮다. 먹고 싶던 짬뽕을 앞에 두고 있으니, 사람이 관대해지나보다.
백짬뽕이듯, 빨간 혹은 주홍 혹은 다홍짬뽕이듯, 식초는 필수다. 왜냐하면 뒷맛이 엄청 깔끔해지기 때문이다. 핑하오는 숟가락이 커서 좋다. 면도 많이 올릴 수 있고, 주르륵 흐르지 않으니 사진 찍기에도 좋다. 젓가락으로 면치기를 하면서 먹어야 하지만, 옷에 국물이 튈 수 있으니 얌전히 수저를 다 사용한다.
새우 대가리를 안 먹는 사람들이 많나보다. 해산물 킬러에게는 다 줘도 되는데, 완벽하게 손질을 했는지 아무리 찾아도 없다. 껍질을 까고 먹어야 하지만, 귀찮아서 걍 꼭꼭 씹어먹는다. 키토산은 껍질에 더 많이 들어있을 테니깐. 하지만 홍합은 아무리 귀찮아도 껍질 아니 껍데기는 먹지 않는다.
오징어는 몸통과 다리가 다 들어있고, 주꾸미는 온전하게 한마리가 다 들어있다. 건더기가 워낙 많으니, 해물탕을 먹듯 면없이 먹어도 된다. 그나저나 국물이 많은 이유를 알겠다. 맵지 않고 진하고 개운하니 자꾸만 마시듯 먹게 된다.
핑하오에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자차이 무침이 나와서다. 단무지와 생양파도 좋지만, 오독오독 짭조름한 자차이를 더 좋아한다. 둘 다 아삭하지만, 단무지는 달달시큼이고 자차이는 오독간간하다.
옆옆앞 테이블에서 짬뽕을 먹은 남성분이 공깃밥을 주문하던데, 그분이 넘 부러웠다. 이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딱인데, 위가 그만 먹으라고 거부를 한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굴짬뽕을 개시했다는 문구를 이제야 봤다. 한번 더 갈 핑계가 생겼으니, 다음에는 꼭 먹고 말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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