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The Godfather) 1 |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뿐

지난 영화 넷플릭스로 다시 보기. 지난 영화이긴 하나 제대로 본 적이 있었나 싶다. 워낙 유명하고 걸작이라 당연히 본 줄 알았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그런지 이번에 다시 보는데 엄청 새롭다. 마치 처음 본 거 처럼. 원작인 있는 영화라는 거, 처음 알았다. 마리오 푸조가 쓴 소설 대부를 파라마운트사에서는 B급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책이 출판되기도 전에 판권을 샀다고 한다.

 

큰 기대가 없었기에, 그당시 비인기 감독인 프란시드 포드 코플라를 감독으로 영화를 제작했다가, 책이 출간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감독을 교체하고 싶었단다. 이상한 조건을 걸어서 감독교체를 원했지만, 결국 안됐고 영화 대부는 코플라 감독의 대표 영화가 됐다. 감독뿐만 아니라 배우인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 역시 제작사인 파라마운트는 격하게 반대를 했지만, 감독이 밀고 나갔고 결론은 대대성공을 했다. 1972년 영화에 177분이라는 런닝타임이라, 3일 저녁을 꼬박 대부 관람에 투자를 했다. 요즘 영화와 달리 살짝 지루해서, 보다가 계속 졸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첫장면은 마피아의 대부 돈 꼴레오네의 딸 코니의 결혼식으로 시작한다. 밖은 파티로 시끌벅적한데 집안을 이상하리 만큼 고요하다. 특히 대부가 있는 방은 암흑처럼 어둡다. 고양이를 쓰담쓰담하고 있는 대부에게 사람들이 찾아와, 자신을 도와달라고 청탁을 한다. 딸을 괴롭힌 불량배를 처단해주고, 주연배우를 반대하는 제작사를 혼내달라고 그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때 나오는 대부의 명대사,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대부는 자신이 패밀리라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하염없이 도움을 베푼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이탈리아인들에게 대부는 종교에 가까운 친밀한 관계라고 한다. 돈 꼴레오네를 대부로 부를 수 있다는 건, 권력과 돈을 양 손에 쥔 것과 마찬가지다. 그만큼 그의 세력은 어마어마했으니깐. 

 

세 아들이 중 막내인 마이클(알 파치노)은 자신의 길을 걷지 않길 바랬다. 첫째와 둘째는 자신의 사업을 이어가지만, 막내는 마피아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의 바람과 달리 마이클은 아버지의 길을 걷게 된다. 왜냐하면 라이벌 세력이 마약 거래를 제안했지만 거절했기 때문이다. 참 영화에서 대부의 말투가 어눌하다고 느꼈는데, 캐릭터를 위해 마우스피스를 착용해서 그런 거란다. 그가 착용했던 마우스피스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날, 대부는 과일을 사다가 총격을 받고 죽다 살아난다. 이 일을 계기로 마피아 가문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피바람 전쟁이 일으키게 된다. 마이클은 마약 거래를 제안한 자와 경찰서장을 직접 죽이고 시칠리아에서 은둔생활을 시작하고, 형인 소니와 가문의 변호사이지 잡다한 일을 처리하는 콘실리에르 톰은 마이클을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다.

 

라이벌 가문은 마이클을 죽여 복수를 하려고 하지만 그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방향을 바꾼다. 여동생의 남편을 포섭해 공작을 하고, 소니가 스스로 집밖으로 나와 여동생에게 달려가도록 만든다. 매맞은 동생을 그냥 둘 오빠는 없다. 화가 난 소니를 혼자서 차를 몰고 나갔다가, 검문소에서 걸래가 되도록 엄청난 총격을 당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시칠리아에 숨어있는 마이클도 죽을뻔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자신이 아닌 결혼한 새신부가 변을 당했지만. 전쟁을 끝내기 위해 대부는 다섯가문의 수장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다. 거기서 아들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고, 마이클을 죽이지 않겠다고 확신을 해준다면 이 전쟁이 시작되기 전으로 돌아갈 마음이 있다고 한다. 

 

어차피 서로에게 피해만 주는 복수이기에 휴전을 하기로 하고, 마이클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 휴전의 조건으로 마약 거래를 하게 되고, 대부가 갖고 있는 정계, 법조계 인맥을 다른 가문과 공유하게 된다. 하지만 이 약속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

 

대부가 살아있을때는 더이상의 전쟁은 없다. 하지만 갑작스런 그의 죽음으로 마이클이 가문의 수장이 되면서, 피바람이 부는 복수를 준비한다. 성스러운 세례식날의 장면과 반대로 철저한 피의 복수를 시작한다. 복수는 짧고 지체없이 한번에, 그렇게 라이벌 가문의 수장을 다 죽인다. 그리고 한사람, 형 소니를 죽게 만든 매형까지 복수의 끝점을 찍는다.

 

1편의 끝이자, 속편을 암시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 아내가 마이클에게 물어본다. 매형을 정말 죽였냐고, 하지만 그는 No라고 대답을 한다. 아내는 답을 알면서 물었던 거 같은데, 마이클은 왜 거짓말을 한 것일까? 아내에게만은 마피아의 수장이 아니라, 데이트를 하던 시절의 어리고 순했던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건 아닐지.

 

대부1은 마이클이 마피아의 세계로 들어 온 과정을 보여줬다면, 2편과 3편은 본격적으로 마피아의 수장이 된 마이클이 나올거다. 시리즈 영화이니 연달아 봐야 하는데, 넷플릭스에 1편만 있어 아쉽다. 혹시나 추석연휴에 2, 3편을 공개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 이참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나 언터처블 등 갱스터 영화나 몰아서 볼까나. 가을이니 달달한 멜로영화가 끌려야 하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피바람이 부는 갱스터 영화가 더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