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봄날의 간다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통신사 광고에 이런 카피도 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하지만 영화 노트북은 영원한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세기 사랑영화의 대명사가 러브스토리라면, 21세기는 노트북 그리고 이터널 선샤인이다. 넷플릭스에서 노트북과 이터널 선샤인을 즐겨찾기 해놓고 지난 주말에 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터널 선샤인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아마도 계약기간이 끝났나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보는 건데, 2편을 동시에 본다고 하루이틀 미루다보니 좋은 영화를 놓치고 말았다.
이터널 선샤인은 4년 전에 봤고, 노트북은 그보다 훨씬 전에 봤으니 우선은 노트북으로 만족해야겠다. 지난 영화이지만, 보고 또 봐도 절대 질리지 않은 영화 노트북(The Notebook)이다. 태어난 날짜에 시간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한다. 다르기에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하지만, 둘은 운명처럼 서로에게 이끌린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흘러, 치매에 걸린 아내를 위해 남편은 그녀가 조금이나마 자신을 그리고 우리의 사랑을 기억해 낼 수 있도록 책을 읽어준다. 마치 영원한 사랑을 지키기라도 하듯, 한날한시에 그들은 세상을 떠난다.
1940년 6월 6일, 노아(라이언 고슬링)와 앨리(레이첼 맥아담스)은 처음 만난다. 부잣집 딸 앨리에게 노아는 관심 밖 남자이지만, 목공소 잡부노아는 앨리를 첫눈에 반한다. 놀이동산을 위험한 장소로 만들면서 데이트 신청을 하는 노아, 앨리는 그런 그에게 관심인듯 아닌듯 데이트 신청을 수락한다.
"이상형 말해주면 그대로 될게." 노아는 분명 선수임에 틀림없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최고의 작업 멘트가 아닐 수 없다. 영화 보고, 차도에 눕고, 음악없이 도로 한복판에서 춤을 추고 별거 아닐 수 있는데, 공주님 앨리에게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 듯 싶다. 왜냐하면 그녀도 노아를 좋아하게 됐으니깐. 시골쳥년 노아와 도시 아가씨 앨리, 둘이 놓인 사회적 위치를 보면 누구나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한 여름밤의 꿈처럼 곧 깨질 풋풋한 첫사랑이구나.
노트북을 처음 봤다면, 치매 할머니와 책을 읽어주겠다는 할아버지의 뜬금없는 등장에 당황할 것이다. 하지만 벌써 3~4번 봤기에 안다. 노인이 된 노아와 앨리임을, 기억을 못하는 앨리에게 노아는 그들의 러브스토리를 매일매일 읽어주고 있다는 것도 안다. 그나저나 수염 기른 남자를 그닥 좋아하지 않은데, 라이언 고슬링만은 예외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말 수염이 잘 어울리는 배우라 생각한다.
진득하지만 열정적인 노아와 사랑스럽지만 감정 기복이 심한 앨리, 둘은 사랑할때도 싸울때도 격렬하다. 하지만 서로에서 깊게 콩깍지가 씌어 있기에 칼로 물배기를 하듯 이내 다시 열혈 사랑꾼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다시 도시로 간 앨리는 노아를 잊어 버리고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다.
그저 그런 평범한 저택이 아니라, 영화 노트북을 이끌어가는 막중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저택이다. "새하얀집에 파란 덧문, 강이 내려다보이는 그림 그리는 방, 집 주변을 빙 둘러싼 크고 낡은 베란다에서 우린 차를 마시면서 석양을 보는거야." 앨리는 가볍게 한 말일 수 있지만, 노아는 자신의 모든 걸 받쳐 그녀가 원하는대로 저택을 꾸민다. 앨리의 부모로 인해 서로 떨어져 있지만, 저택이 완성되면 그녀가 다시 돌아올거라는 기대를 간직한채.
앨리로부터 연락 한번 없었지만, 꿈의 저택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노아는 살짝 딴눈을 팔긴 했지만 7년이란 세월을 기다렸다. 첫사랑이자 자신의 한마디로 모든 걸 저택에 투자한 남자와 부모가 좋아하는 돈 많고 능력있는 약혼자 중 앨리의 선택은? 앨리에게 너무 가혹하다. 하지만 둘을 다 가질 수 없으니 선택을 해야한다. 둘의 사랑이 같은 무게라면, 저울은 노아보다는 약혼자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하지만 영원한 사랑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앨리는 노아에게 달려간다.
러브스토리는 사랑은 결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거야라는 명대사를 남기도 여주인공은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노트북의 결말은 러브스토리와 다르다. 치매에 걸린 앨리,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노아. 운명처럼 사랑을 했듯, 운명처럼 같은날 세상과 안녕을 한다. "다시 만나"라는 명대사를 남기고...
그들의 사랑이 부럽고, 그들처럼 사랑을 하고 싶지만,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는 김중배의 다이아반지가 더 좋고,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은 꺼려질 거 같다. 더구나 엄마도 자신처럼 가난한 남자를 사랑했지만, 지금의 부자 남편을 더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을 했으니 더더욱 김중배의 다이아반지에 끌릴 것이다. 그래서 노아와 앨리의 사랑이 더 고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사랑의 위대함을 그들이 증명해줬기 때문이다. 영화 노트북은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원작을 영화화했다는데, 기회가 되면 원작 소설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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