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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 놓친 영화 넷플릭스로 챙겨보기. 왜 역주행을 했는지 영화를 보면 바로 알게 된다. 영화가 개봉했던 2011년에 봤다면, 감염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한 그저그런 재난영화로 치부했을 것이다. 어차피 영화는 영화일뿐 현실이 아니니, 재난영화치고는 잘 만들었네 했을거다. 다음해(2012년) 개봉한 연가시는 극장에서 봤지만, 그때도 별 감흥은 없었다.

 

그러나 메르스를 겪고난 후 감염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됐고, 코로나19가 지배한 2020년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방구석1열이나 여러 매체를 통해 컨테이젼(Contagion)에 대한 소개를 많이 봤다. 작금의 현실과 너무나 똑같아, 영화를 보느내내 소름이 돋았다는 후기도 꽤 많이 봤다. 아무리 그래도 9년 전에 개봉한 영화인데 하면서 솔직히 믿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고난 지금은 소~~~~~~~~~름이다.

 

감염의 시작은 영화 마지막 장면에 나온다. 현실과 똑같으니 스포일러를 노출해도 별 무리가 없을 거 같다. 박쥐의 똥을 돼지가 먹고, 호텔 주방장은 그 돼지를 잡아 요리를 한다. 이때 기네스 펠트로가 등장을 하고, 조리를 하던 주방장은 손을 제대로 씻지않고 그녀와 악수를 한다. 그녀에게서 아들이, 그녀 옆에 있던 일본인이, 그녀가 마신 칵테일잔을 치운 웨이터 등 감염을 그렇게 소리소문 없이 퍼져 나간다.

 

증상이 비슷하니 일반인들은 감기로 착각을 하고, 전문가는 뇌염으로 착각을 하고, 정부 당국자는 테러로 착각을 한다. 신종 바이러스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환경에 따라 생각하는 관점은 많이 다르다. 특히 테러로 착각을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하지만 기네스 펠트로를 해부하고 난 후, 완전히 새로운 특징의 바이러스임을 알게 된다.

 

"사람은 하루에 최대 3천번 얼굴을 만져요." 타이타닉에서 잭을 외치던 케이트 윈슬렛이 질병역학조사관으로 등장한다.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보면서, 역학조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기에, 감역이 확대되지 않고 잘 잡아낼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감염초기였기 때문일까? 그녀의 외침에 고위직 공무원(으로 추측)은 "사람들을 미리 겁 줄 필요가 없죠."하면서 조용히 묻고 가려고 한다. 저러면 절대 안되는데, 감염은 초기에 잡아야 N차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데, 영화를 보면서 혼자서 중얼중얼 걸렸다. 

 

치료법도 백신도 없고, 변이는 겁나 빠른 신종 바이러스. 대처는 하나다. "늑장대응으로 생명을 잃는 것보다 과잉 대응으로 비난 받는게 낫죠." 영화 대사일 뿐인데, 그분이 바로 생각났다. 메르스때 발빠른 대처로 인해 정부는 믿지 못해도, 서울시는 믿었기 때문이다. 

 

치버 박사는 방송에 나와 이렇게 말한다. "최선의 예방책은 사회적 거리두기, 악수하지 말고, 아프면 집에 가고, 손도 자주 씻어야 하고..." 그런데 가장 기본이고 중요한 마스크 착용은 말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미세먼지때문인지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가 됐는데, 미국은 아닌가 보다. 비말로 감염이 되는 바이러스라, 마스크 착용은 기본 중에 기본일텐데 절대 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장갑은 껴도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는다. 

 

아내(기네스 펠트로)와 아들은 죽었지만, 그로인해 맷데이먼은 자연적으로 항체가 생겼다. 자신과 달리 항체가 없는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시카고를 떠나려고 했지만, 도시는 폐쇄가 됐고 사람들은 사재기를 넘어 폭동을 일으킨다. 주정부는 야간통금령을 실시하고, 시카고는 전쟁이 일어난 듯 폐허로 변해간다.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므로 이웃집에 몰래 들어가 도둑질을 하고, 정부에서 나눠주는 식량은 터무니 없이 부족해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인다. 

 

유일하게 사재가가 없었던 우리나라, 물론 마스크로 인해 곤란했던 적은 있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참 잘한 거구나 하면서 괜히 뿌듯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재기에 폭동까지 영화로 끝나면 참 좋을텐데, 현실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정부를 믿지 못하는 국민에게 폭동은 어쩌면 자연적인 현상이 아닐까 싶다. 

 

영화는 초반과 달리 후반으로 갈수록 현실과 많이 동떨어진다. 왜냐하면 고작 130일 정도 됐는데 백신이 개발했기 때문이다. 임상실험으로 애꿎은 원숭이만 죽어나가자, 본인(제니퍼 엘)에게 57번째 백신을 놓는다. 위험천만한 순간인데 영화인지라 잘못된 행동이 백신개발로 이러진다. 기사를 보면, 임상실험만으로도 족히 1년은 넘게 걸린다는데 역시 영화는 영화구나 했다.

 

백신이 나왔으니 다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백신을 누가 먼저 맞을까? 바이러스가 아닌 백신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로또복권도 아닌고, 날짜별로 추첨을 해서 백신을 나눠준다. 기발하다고 해야할지, 어처구니 없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우선순위는 당연히 백신을 개발한 미국부터다. 백신과의 전쟁에서 WHO 소속인 오란테스의 행동은 그래서 더 박수를 받을만 하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지만, 자신에게 할당된 백신을 아무 조건없이 어린 아이에게 양보한 치버 박사도 박수받을만 하다.

 

주드 로는 진정한 언론인일까? 돈에 미친 기더기일까? 개나리액이 신종바이러스에 좋다는 영상을 올려, 엄청난 부를 가졌으니 기더기가 맞다. 하지만 너무 이른 백신의 등장을 의심하는 모습은 또 진정한 언론인으로 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언론은 단체로 그저 안되기만을 바라고 바라던데, 주드 로는 개인이니 그나마 언론상황은 영화가 더 나은 거 같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여러나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데, 성공을 하고 제품으로 출시까지 했다고 해도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다. 그래서 메이드 인 코리아 백신이 나올때까지, 개인 방역을 철저히 지키면 기다릴까 한다. 한국영화인 감기도 놀랄만큼 현실과 많이 닮아 있다고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신파코드가 매우 강하다고 해서 안 볼 생각이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같으니, 당분간 재난영화는 그만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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