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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의 황정민, 사바하의 이정재와 박정민 그리고 영화 제목, 어떤 영화인지 전혀 몰랐을때는 또 다른 종교 영화인가 했다. 하지만 방송과 기사를 통해 액션영화인 줄 알았고, 영화를 보고 나니 피칠갑 철철 액션영화다. 액션만 보면 영화 아저씨 이후 최고인 듯 한데, 늘 그러하듯 액션에 올인한 영화는 액션 외에는 그닥 별로다. 그래도 액션 하나만은 훌륭하니, 올 여름 대박친 영화로 인정을 아니할 수 없다.

 

충격적인 첫장면 이후, 태국에서의 본격적인 액션은 정말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몰입감을 준다. 그런데 여기에 회상이 들어가고, 대사가 들어가면 뭐랄까? 빵빵하게 채운 튜브의 공기가 빠진 거처럼 힘이 쭉 빠진다. 그래서 이 장면이 빨리 지나고 액션이 나와라, 나와라 속으로 외쳤다. 영화가 끝나고는, 늘 그러하듯 알 수 없는 공허함에 잠시 멍을 때렸다. 액션영화는 볼때는 참 좋은데, 보고나면 뭔가 찜찜하다. 

 

전직 국정원 요원이지만, 지금은 무자비한 킬러 인남(황정민). 영화 아저씨가 개봉한지 10년이 지났다고 하던데, 원빈 아저씨의 10년 후가 황정민 아저씨라면 정변이 아니라 엄청난 역변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태국에서 혼자만 양복을 입고 있는 인남, 장례를 하고 급하게 오긴 했었도 옷을 사입을 시간은 있었을 텐데, 굳이 양복을 고수한 이유가 궁금하다. 뭐, 그 덕에 수트빨은 멋졌지만, 원빈 아저씨와 콜린 퍼스 킹스맨을 따라잡기에는 무리다.

 

마지막 임무를 끝내고 추가 임무를 했더라면, 태국에서 그녀로부터 연락이 왔을때 무시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영화는 산으로 갔을 것이다. 하지 않았기에 태국에서 흔들리는 총알 속에서 네 땀내가 느껴진거야~ 얼마전 방구석1열에 영화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나와서 이런 말을 했다. "원래는 50대 남성으로 스토리를 잡았는데, 원빈씨가 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30대 아저씨로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아저씨에는 없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 있는 건, 짠함이다. 액션 맛집이니 미친 연기력은 필요없을 거 같은데, 차라리 피지컬이 좋은 30대 배우가 했더라면, 이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등 전체를 휘감는 타투는 많이 봤지만, 마치 목걸이를 한듯 목 전체를 도배(?)한 타투는 처음이다. 그 덕에 레이(이정재)의 잔인함이 더 도드라졌는지 모르겠다. 닉네임이 백정인 이유는 잔인성을 떠나 사람을 소처럼 다루기 때문이다. 그에게 걸렸다하면, 이제 죽는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 총으로 쉽게 죽느냐? 칼로 고통을 느끼며 죽느냐는 본인이 선택할 수 없다. 레이 맘대로다.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이정재가 멋졌던 이유는 대사 없이 오로지 눈빛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공작이 말로 액션을 하는 영화였다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몸으로 액션을 하는 영화다. 그 때문인지 모래시계만큼은 아니지만, 레이의 대사가 별로 없었고 그래서 좋았다. 등장할때마다 레이저 광선이 나올 거 같은 그의 눈빛, 눈싸움을 오래하면 충혈되는데 괜찮나 모르겠다. 황정민에게 짠함을 느꼈다면, 이정재에게는 애처로움이 느껴졌다.

 

“더이상 쫓아오면 넌 내 손에 죽는다."라고 인남이 말했고, "난 너와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죽일거야"라고 레이가 말했다. 두 사람의 대사로 결말의 반전은 없겠구나 했다. 누가누가 더 악인지 굳이 따지지 않아도, 둘 다 악이 확실하니깐. 그래서 결말을 더 인정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보면서 생각나는 3편의 영화가 있다. 영화 아저씨, 테이큰 그리고 레옹이다. 여자 아이의 유괴 그리고 장기이식까지 아저씨 생각이 아니 날 수가 없다. 영화 제목이 구하소서이니 누군가를 구해야 한다. 딸을 찾아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테이큰처럼 인남 역시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아이를 구하는데 올인을 한다. 

 

영화 레옹에서 킬러는 마틸다를 보호하고 지키지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마틸다는 아이를 지키는 조력자가 된다. 그 역할이 박정민이라니, 영화 여고괴담에서 최강희가 강시처럼 등장한 이후 가장 쇼킹한 등장이 아닐까 싶다. 가이드로 시작해, 조력자로 그리고 최고 수혜자가 된다. 미니스커트가 이리도 잘 어울리다니, 그녀의 각선미가 무지 부럽다.

 

“두려운 눈빛으로 애원을 하지. 사실은 그런 눈빛을 보고 싶어서 하는거야." 레이의 잔인함을 느끼게 해주는 대사다. 그의 등장이 무섭긴 하지만, 사실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멀었다. 조커는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내가 왜 칼을 쓰는지? 총을 쓰면 싱거워, 죽어가는 사람의 고통을 음미할 수 없거든." 눈에 힘을 주고 말하는 레이와 달리, 조커는 그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한다. 그래서 더 무섭고 잔인하다. 

 

배우가 갖고 있는 중량감도 좋지만, 짠함과 애처로움보다는 원빈표 아저씨를 다시 만났다면 어땠을까 싶다. 두편 다 원샷원킬 액션을 보여주고 있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아저씨는 지치지 않은 에너자이저 건전지 같은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시도 때도 없이 보조배터리의 도움을 받았을 거 같다. 넷플릭스에 영화 아저씨가 있던데, 오랜만에 다시 봐야겠다. "이거 방탄 유리야. 이 삐리리삐리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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