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르네상스베이커리
빵보다는 밥을 더 좋아하지만, 가끔은 밥대신 빵을 먹기도 한다. 지난번에 갔을때 시식으로 만족해야만 했던 빵을 온전히 먹으러 다시 찾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먹고 싶었던 빵에 실망하고, 배를 채우기 위해 선택한 빵에 만족하다. 38년 전통의 동네빵집, 용강동에 있는 르네상스베이커리다.
르네상스베이커리로 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우선 양지설렁탕으로 유명한 마포옥을 지나야 하고, 누가 마포 아니랄까봐 고깃집은 또 왜이리도 많은지 숯불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돼지갈비 냄새가 발길을 잡는다. 나름 혼밥달인지만, 개인 화로가 있는 고깃집이 아닌 규모가 큰 고깃집에서 혼밥은 아직이다. 해보고 싶은 맘은 있으나, 아직은 부끄럽다. 고로 돼지갈비 냄새를 뿌리치고, 빵집으로 씩씩하게 걸어갔다.
서울시 제과제빵 명인이라는 명인패. 2~3분 거리에 파리000이 있어도, 10분을 걸어서 르네상스베이커리로 간다. 그럴 값어치가 충분히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손소독을 하고 연락처를 남기고 둥근 접시를 집었다. 포장은 사각, 매장에서 먹을때는 타원형 접시를 이용해야 한다고 안내문에 나와 있다.
테이블 간격을 조정해서 그런지, 앉을 데가 없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케익냉장고 옆으로 들어가면 또다른 공간이 나온다. 사진 찍기에 어둡긴 하지만, 다 먹고 나갈때까지 아무도 오는 이가 없어서 혼자서 맘편히 먹었다.
잼과 쿠키류가 잔뜩 있는데, 여기서 나의 픽은 아몬드 러스크(5,800원)다. 베스트 제품이기도 하고, 기존에 먹었던 그저 바삭하기만 한 러스크에 비해 이건 아몬드가 겁나 많다. 나른한 오후 입이 궁금할때 먹으려고 골랐다.
많고 많은 식빵 중 눈에 확 들어온 건, 곤드레식빵이다. 강원도 영월에서 곤드레를 직접 공수해 만든 웰빙빵이라는데, 곤드레밥은 좋아하지만 빵은 잘 모르겠다. 그맛이 궁금하긴 하나, 실패를 두려워 하기에 선택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왔을때 시식을 하고 대만족을 했던 빵, 화이트엔젤(5,800원)이다. 계란 흰자로만 거품을 올려 만든 소프트하고 아주 부드러운 저칼로리 케익이라고 한다. 시식을 할때 소량을 먹긴 했으나, 그 부드러움에 반했기에 바로 쟁반에 올렸다. 그런데 엔젤이 나에게 배신감을 줄지 이때만 해도 전혀 몰랐다.
에그타르트를 먹을까 하다가, 지난번에 먹었기에 이번에는 다른 빵으로 골랐다. 그나저나 여기서 2가지 빵을 골랐는데, 사진에는 없다. 사이드에 있어 잘렸다. 그나마 오른쪽 끝에 살짝 보이는 빵은 미니 수플레(2,000원)다.
크림치즈와 생크림의 부드러움이 조화된 케익이라더니, 나이프는 대는 순간 극강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느낌 그대로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는다. 커알못이지만, 빵에는 커피가 나을 거 같아 주문했는데 달달하고 부드러운 미니수플레와 겁나 잘 어울린다.
시식을 했을때는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았다. 다른 케익과 달리 단맛도 덜해서 기대를 엄청했는데 이상하다. 백설기인듯, 술빵인듯 예상과 달리 부드럽지 않다. 시식때처럼 조금씩으로 먹어야 하는 건가? 부드러움은 둘째치고, 아무런 맛이 안난다. 저칼로리 케익이라더니, 단맛도 없고 특유의 맛이나 향도 전혀 없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거 같아, 에이스 과자를 커피에 찍어 먹듯, 빵을 찍어 먹으니 그나마 낫다. 무맛, 무향에 커피향이 더해지고, 촉촉한 케익으로 변하니 아까와 달리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아메리카노보다는 달달한 믹스커피랑 먹으면 더 좋다는 거, 안 비밀이다. 그나저나 빵은 달달해야지 단맛이 빠지니 영 못쓰겠다.
식빵 끄트머리에 있는 맛없는 부분으로 만든 러스크인 줄 알았는데, 호밀빵같은 빵을 사용했다. 지난번에 팥빙수를 먹을때도, 르네상스베이커리는 아몬드를 아낌없이 사용한다고 여겼는데, 아몬드 러스크도 마찬가지다. 바삭한 식감에 달달함까지 당이 부족할때 먹으면 딱이다.
아몬드 러스크는 쟁여템(?), 미니 수플레는 애피타이저, 메인은 화이트엔젤이다. 그런데 엔젤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1/4만 먹고 나머지는 다시 비닐봉다리에 집어넣었다. 빵을 3개나 골랐는데 여전히 배가 고프다. 나가서 컵라면을 먹을까 하다가, 순전히 배를 채울 목적으로 샌드위치(5,500원)를 가져왔다.
정확한 명칭은 모르지만, 급하게 가져오면서 쓱 봤을때 치킨샌드위치였던 거 같다. 닭가슴살 3조각에 토마토가, 양상추가 있고, 저쪽으로 넘어간 채소는 혹시나했는데 루꼴라가 맞다. 루꼴라가 들어간 치킨샌드위치라니 별생각없이 골랐는데 아무래도 베스트선택인 듯 싶다.
루꼴라만으로도 잘 골랐구나 했는데, 빵이 치아바타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니 씹는 즐거움에 부드러운 맛까지 화이트엔젤로 상처받고, 루꼴라 치킨샌드위치로 위안을 받았다. 루꼴라는 피자 먹을때 필수인 줄 알았는데, 샌드위치도 마찬가지다. 입안 가득 은은하게 퍼지는 루꼴라 향을 더 느끼고 싶어, 양치질을 한참 후에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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