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진아춘 서울미래유산
대로변도 아니고 좁은 골목을 한참 들어가야 한다. 초짜손님은 찾아오기 힘든 곳에 있다. 서울미래유산 탐방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대학로를 수십번 가더라도 진아춘의 존재를 몰랐을 거다. 하지만 이제는 알기에 앞으로는 종종 찾을거다. 봄처럼 화사하게 꽃피는 정원 진아춘이다.
SINCE 1925. 곧 백년식당이 된다. 진아춘은 화교인 창업주 이진산이 종로구 명륜동에서 개업을 했다. 처음에는 학림다방 옆 건물의 2층에서 창업을 했다고 한다. 1970년 창업주가 타계한 뒤, 2대 운영주가 대를 이었고, 2001년 현 운영주가 대학로에서 진아춘을 재개업했다. 이곳으로 이전한 것은 2010년이다. 골목 안쪽에 있기에, 고객의 대부분은 오랜 단골이다.
역사가 맛을 만드는 서울미래유산, 봄처럼 화사하게 꽃피는 정원 진아춘이다.
홀에는 4인 테이블이 5~6개 정도 있고, 룸은 안쪽으로 쭉 이어져 있다. 룸에서 혼밥을 하는 꿈을 꾸긴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홀에서 먹는다.
1980년대쯤에 손님이 직접 찍었다고 한다. 예전 사진을 인테리어로 활용하다니 진아춘의 어제와 오늘은 많이 달라졌지만, 맛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긴 단골손님이 많다고 하니, 변화가 별로 없을 거 같다. 이때부터 이곳을 알았더라면, 나도 오랜 단골 중 하나였을텐데, 타임머신을 타고 훌쩍 다녀오고 싶다.
상부상조랄까? 진아춘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후원을 하고, 그 대학 직원(교수, 의사 등)들은 점심을 먹으러 진아춘에 온다. 장식장 안에 들어 있는 다양한 중국술, 저 상태 그대로 우리집으로 옮기고 싶다.
중식당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와서, 요리 2~3개에 마무리로 짜장면 또는 짬뽕을 먹으면 딱이다. 이래서 중식당에서 혼밥은 힘들다. 짜장과 짬뽕에서 짬뽕을 선택하고 나니, 하얀짬뽕과 빨간짬뽕 중 또 선택을 하란다. 매운맛에 약한 1인이니 당연히 하얀짬뽕을 먹어야 하지만, 그냥 문뜩 빨간짬뽕이 먹고 싶어졌다. "삼선짬뽕(9,000원) 빨간맛 주세요."
역시 중국집답게 음식이 빨리 나온다. 요즘 하얀짬뽕만 먹다가, 빨간짬뽕을 보니 침샘폭발이다. 직원분이 매울 거라고 해서 살짝 겁은 나지만, 엎질러진 물이다.
매운맛 강자인 빨간고추에 청양고추도 보인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땀보다는 콧물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먹으면서 자주 훌쩍거릴 거 같다. 삼선짬뽕답게 해물이 많이 들어있다.
해물 종류는 다양하지 않지만 오징어와 새우 상태는 좋아보인다. 특히, 칼집을 많이 내서 모양에 신경을 꽤나 쓴 듯하다. 배추, 새송이버섯, 호박, 양파, 당근 그리고 피망 등 채소는 큼직하게 들어있다.
예상했듯 국물을 먹으니 매운맛이 훅 치고 들어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운데 계속 끌린다. 불닭처럼 미친 매운맛이 아니라, 칼칼하니 입맛을 당기에 하는 매운맛이다. 보이차를 자주 마셔야 했다는 건 안 비밀이다.
몰랐을때는 그냥 먹었지만, 알게 된 후부터는 짬뽕을 먹을때 언제나 식초를 넣는다. 텁텁한 국물이 식초로 인해 깔끔해지기 때문이다. 좀 더 과감하게 넣으면 새콤하니 감칠맛도 더해지는 거 같다.
오징어와 새우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해삼도 있다. 새우도 그렇고, 오징어도 그렇도 칼집 하나는 예술이다.
파스타를 먹듯 젓가락에 면을 말아서 먹어도 되고, 숟가락에 먹기 좋게 올려서 먹어도 된다. 매워서 면치기를 끝까지 할 수는 없지만, 하얀짬뽕만 먹다가 오랜만에 빨간짬뽕을 먹으니, 요게 또 별미다.
개인적으로 국물파가 아니라 건더기파다. 국물보다는 건더기에 집중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다르다. 매운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끌리다보니, 밸런스가 깨졌다. 냉면처럼 짬뽕도 육수 추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국물이 완전히 없어지기 전에 면에 집중을 해야겠다.
국물을 조금 남긴 건, 마지막 남은 나의 자존심이랄까? 암튼 완뽕을 했다. 어릴때는 자주 봤는데, 요즈음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카운터에 떡하니 놓여있는 주판, 인테리어용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금도 열혈 사용중이기 때문이다. 진아춘의 역사와 함께 했을 거 같은 주판, 앞으로도 변함없이 카운터의 터줏대감으로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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