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중앙시장 그리고 즉석 수제 누룽지
미술관 옆에는 동물원이 있고, 대전역 옆에는 대전중앙시장이 있다. 역에서 가깝다 보니 대전에 가면 꼭 들른다. 사고 싶거나 먹고 싶은 맘이 없어도 간다. 왜냐하면 전통시장 구경은 언제나 재미있으니깐. 이번에는 구경도 하고, 구수한 수제 누룽지도 구입했다.
대전중앙시장은 점포수가 3,000여개가 된다고 한다. 대전에 갈때마다 갔지만, 워낙 넓다보니 먹거리가 많이 있는 곳 위주로 돌아다닌다. 혼수와 패션 관련 점포도 많다고 하던데, 서울사람이 굳이 대전에까지 가서 살 이유는 없다. 대전역 가는 길에 들리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부족하면 후다닥, 여유가 있으면 구경도 하고 먹기도 한다.
방금 만든 동태전에 누룩이 한잔, 아니 마실 수가 없지만 낮기온이 30도가 넘을 때에는 피해야 한다. 비가 왔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철퍼덕 앉아서 시작했을텐데 아쉽게 발길을 돌렸다.
우뭇가사리에 콩물을 넣으면, 저칼로리 다욧 음식이 된다. 국수가 없어서 살짝 아쉽지만, 확찐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감내해야 한다. 그래도 콩물이 고소해서 먹을만 하다.
호떡부터 빈대떡, 튀김, 꽈배기 그리고 못난이 오뎅까지 역시 음식에는 기름이 들어가야 한다. 이 고소함을 어찌할꼬? 위대하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입이 아니라 눈으로 먹어야만 했다.
즉석에서 직접 만드는 수제 누룽지는 대전중앙시장에 올때마다 봤다. 매번 보기만 하다가, 이번에는 발길을 멈췄다. 커다란 냄비에 밥이 아니라 누룽지를 만든다. 늘 조연이던 누룽지가 여기서는 주연이다. 냄비가 자동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은 아니고, 주인장이 직접 하나하나 냄비를 돌린다. 그래야만 더 고소하고 구수한 누룽지가 될테니깐.
전통시장에서 뻥튀기는 흔한 풍경이지만, 누룽지는 아직까지 대전중앙시장에서만 봤다. 뭘 사야할지 몰라,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고소함을 원한다면 보리가 좋단다. 쌀과 보리 각 하나씩 살 수 있냐고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해서 5,000원을 드렸다.
왼쪽은 쌀 누룽지, 오른쪽은 보리 누룽지다. 누룽지라고 해서 얄팍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솥밥을 먹을때 나오는 소량의 누룽지가 아니가, 크기도 왕, 두께도 왕이다. 바삭한 가장자리 부분을 살짝 먹어봤는데, 누룽지 특유의 딱딱함이 살아 있다.
하루가 지난 후, 간식 삼아 누룽지를 조금 덜어 따로 담았다. 어제는 그냥 먹어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설탕의 도움을 받고 싶다. 딱딱한 질감과 고소함은 그대로인데 매우 몹시 단맛을 추가하고 싶다. 뭐니뭐니해도 누룽지의 진가는 숭늉이다. 물을 넣고 끓이니, 딱딱함은 사라졌지만 고소함과 구수함은 배가 됐다. 여기에 잘 익은 열무김치를 더해도 좋고, 짭쪼름한 낙지젓을 올려 먹으니 이제야 맛이 난다. 처음이라서 쌀과 보리만 구입했는데, 다음에는 전메뉴 도장깨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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