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밭수목원 장미원
장미는 봄의 끝과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다. 5월의 장미는 청초한 아름다움이라면, 6월의 장미는 원숙한 아름다움이다. 그 이름도 찬란한 장미, 너를 만나 참 행복했도다. 대전까지 오게 만들었으니깐. 여름 한밭수목원은 장미향으로 물들다.
지난해 벚꽃을 만나러 테미공원에 갔다. 올해는 5월이 아니라 6월의 장미를 만나러 한밭수목원에 왔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KTX를 탔다. 혹시나 하는 맘에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서울역에서 대전역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답답함은 극에 달했지만, 그나마 대전역이라서 다행이다. 6월이면 초여름인데 이날 대전 낮 최고기온은 30도였다. 올 여름 엄청난 더위가 찾아온다는 뉴스, 아무래도 가짜뉴스는 아닌 듯 싶다. 6월 첫주인데 태양은 뜨겁다 못해 아프다.
대전역에서 버스를 타고 30여분을 더 가면 한밭수목원이 나온다. 수목원이라고 해서 산속에 있는 줄 알았는데, 그냥 아스팔트 위에 있는 도심 속 수목원이다. 휑해 보이는 저곳은 야외 스케이트장이다. 10시가 조금 지났을 뿐인데 하늘도, 땅도 무지 뜨겁다. 중앙에 있는 건물을 기준으로 왼편은 서원, 오른편은 동원이다. 둘 다 가보는 싶지만, 도심 속 인공수목원 규모가 어마어마하니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조그만한 양산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친구삼아 앞으로 나아간다.
장미를 만나러 왔는데 싱그러운 초록잎에 벌써 마음을 뺏겨 버렸다. 여름이란 계절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시원한 바람과 그늘만 있다면 견딜만 하다. 단, 뜨거운 햇살과 움직임을 피해야 하는데, 지금 이순간 쉬지 않고 걷고 있다. 왜냐하면 장미원은 아직이니깐.
아니 저것은 대전 엑스포의 상징 한빛탑이다. 한밭수목원이 정부대전청사와 엑스포과학공원의 중앙 부분에 있다고 하더니, 딱 보인다. 사실은 꽤나 먼 거리에 있었는데, 줌으로 당겨서 찍은 거다. 고로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다. 왜냐하면 다음 일정이 시간과의 싸움이라서 여기서 오래 머물 수가 없다.
동원 휴원은 월요일, 서원 휴원은 화요일이라고 한다. 오늘은 목요일이니 둘 다 갈 수 있지만, 다음 일정땜에 동원만 보려고 한다. 오른쪽에 있는 빨간 꽃의 이름은 사루비아다.
왜 한밭수목원을 장미 맛집이라고 했는지 알겠다. 아직 입구인데도, 여기저기 온통 장미 세상이다. 평일 오전이고 사람이 많지 않아서 마스크는 벗고 다녔다. 진한 장미향을 제대로 즐기기에 마스크는 불편하니깐.
머리 위에서 여기 좀 봐주세요라고 말하는 거 같아 위를 쳐다보니, 탐스럽고 예쁜 장미가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한다.
장미가 덩굴식물인가 하고 검색을 하니, 덩굴장미가 나온다. 어쩐지 자연스럽게 조형물과 조화를 잘 이루어 냈구나 싶더니, 덩굴장미라서 가능했나 보다. 셀카를 찍지 않아서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미소 띤 얼굴이지 않을까 싶다.
가까이에서 봐도 좋고, 멀리서 보니 더 좋다. 아하~ 이런 모습이었구나. 평일이라서 관람객은 별로 없지만, 사진학과 학생들인지 오디막투를 비롯해 어머어머한 장비를 들고 촬영 삼매경이다. 그 옆에서 작은 하이엔드 카메라로 찍고 있지만, 절대 기죽지 않는다. 사진은 테크닉이 아니라 느낌이니깐.
이렇게 장미로 화려하게 요새를 만들면, 백퍼 잡히겠지. 그래도 예쁘니깐, 적군이 죽이지는 않을 거 같다.
서로를 찍고 있는 거 아님. 저 친구는 접사 촬영 중이고, 나는 멀리서 장미를 찍고 있는 중이다. 마법의 성이라서 성은 보이지 않지만, 입구에는 덩굴째 굴러온 장미가 탐스럽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너의 샴푸향이... 장미가 너무 많아서 느낄 수 없을 거 같다. 시중에 나와 있는 그 어떤 장미향수가 너희들을 이길 수 있을까? 아무리 비염이 심해도 코가 뻥 뚫리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거다.
얼마 전에 꽃도매시장에 갔다왔지만, 확실히 자연에서 만난 꽃이 최고다. 봄이 아니라 여름의 햇살을 이겨내기 위해 장미는 더 원숙해졌다.
제발 누가 더 예쁜지 순위를 매겨달라고 말하지 마오. 머리 말고 가슴으로 느끼고 싶으니까요. 그나저나 이렇게 모여있어도 누구 하나 절대 꿀리지 않다.
센터 욕심이 강한 녀석인가 보다. 친구들은 아직 꿈나라인데 혼자서 원샷을 받고 있다. 한밭수목원 전체에서 장미원의 규모는 티끌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비중은 엄청나지 않을까 싶다. 특히, 5월과 6월은 99,9999999999%일 거 같다. 장미가 주 목적이지만, 장미만 보고 가려고 하니 살짝 섭하다. 마침 시간도 남았고, 동원을 좀 더 둘러봐야겠다.
"멕시코 치클처럼 부드럽게 말해요. 00껌처럼 향기롭게 웃어요. 쥬시 후레쉬~ 후레쉬 민트~ 스피아 민트~ 오우 00껌" 어릴때 자주 듣던 ㄹㄷ껌 CM송이다. 가사에 등장하는 스피아 민트를 여기서 만났다. 껌은 민트향이 너무 강해서 싫어했는데, 스피아민트는 민트 중에서 향이 가장 좋은 허브라고 한다.
장미원 옆에는 허브원이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커다란 호수도 있다. 장미원 하나만으로도 한밭수목원에 온 목적은 달성했으나 아직은 부족하다. 수변테크를 따라 암석정 그리고 전망대까지 한밭수목원 동원 2번째 이야기는 내일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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