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중앙전통시장
바닷가 마을에 왔으니 시장은 무조건 무조건이다. 남해 바다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 바다먹거리 천국이다. 우리집이 통영이었으면, 뭘 사야할지 고민하지 않고 다 사면 되는데, 이거 난감하다. 낮에는 건어물을, 저녁에는 활어회를 구입하기 위해 중앙전통시장을 들락거렸다.
중앙전통시장에 가야 하는데, 통영활어시장이 나온다. 어라, 이상하다 했는데, 여기와 중앙시장 그리고 중앙활어시장까지 다 연결되어 있다. 이때가 멸치마을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가져갈 건어물을 사기 위해 들렸다. 통영에 간다고 하니, 어무이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통영 멸치가 유명하니, 꼭 사와라."
굴은 막차를 탔고, 멍게는 이제부터다. 코로나19로 인해 멍게 소비가 급락했다고 하던데, 멍게는 지금이 제철이다. 고로 많이 먹어야 한다. 지난 주말 마트에 갔는데 통영 멍게가 있다. 어찌나 반갑던지, 손질이 다 되어 있어 흐르는 물에 씻기만 한 후, 초장에 찍어 먹고, 미나리를 넣어 멍게비빔밥으로 하루종일 먹었다.
건생선도 참 좋아하지만, 오랜만에 온 통영이라 마른보다는 싱싱한 활어를 먹어야 한다. 고로 아쉽지만 만나자 마자 안녕을 고했다.
커다란 수조는 없고, 그저 다라이(?)마다 팔딱팔딱 뛰는 활어가 그득이다. 중앙시장은 저녁에도 운영을 한다고 하니, 횟감은 이따가 사기로 했다. 아직 숙소에 가기 전이라, 매운탕은 힘들겠지 했다. 그런데 숙소에 인덕션이 있으니, 회와 함께 매운탕 양념도 함께 구입하기로 했다. 양념류를 따로 팔고 있으니, 굳이 식당에 가지 않고 회를 사고 숙소에서 먹으면 된다.
처음 가는 시장에서 제대로 물건을 살 수 있을까? 보는 눈을 가졌다면,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누가봐도 아무것도 모르는 서울사람인지라 속임을 당해도 모른다. 그래서 나름 머리를 굴렸다. 점심을 먹었던 멸치마을식당 주인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멸치랑 미역을 사려고 하는데, 혹시 아는 상점이 있으면 소개해달라. 바로 명함을 주면서 거래처(삼양건어물)이니 여기서 왔다고 하면 잘해줄 거란다.
잘 찾아 왔는데, 문제는 어떤 멸치를 사야할지 모르겠다. 새끼손가락 길이만한 멸치를 고르라고 지시를 받고 오긴 했지만, 그래도 잘 모르겠다. 이때 필요한 건 전화찬스다. 주인장이 추전하는 멸치를 종류별로 사진을 찍어 문자를 보냈고, 전화를 했다. 어무이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두번째가 제일 좋아 보인다." 빨간박스 속 멸치가 두번째였다. 1.5kg에 33,000원 그리고 명품 옛날 산모미역 한봉다리는 9,000원에 구입을 했다. 깎아 달라고 하니 어림 없는 소리란다. 그래서 덤을 달라고 했다. 결제는 이날을 위해 아껴둔 온누리 상품권으로 했다.
아무리 먹을게 많아도 산지에서 먹는 멍게는 달라도 다를텐데, 저 영롱한 주홍빛을 그냥 보기만 했다. 사실 다음날 멍게비밤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도다리쑥국에서 끝내는 바람에 멍게는 아주 쬐금만 먹었다.
여행 첫날 모든 일정을 끝내고 숙소로 가기 전 중앙시장에 들렸다. 왜냐하면 숙소에서 먹을 회와 매운탕을 사야 하니깐. 몇시까지 운영하는지 모르지만, 이때가 8시 반에서 9시쯤 됐던 거 같다.
낮에 갔던 건어물집처럼 누군가에게 소개를 받아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찾았다. 초록바다, 아무래도 이름이 맘에 들었던 듯 싶다. 서울에서는 숙성회를 주로 먹고, 활어회는 바닷가 마을에 와야 먹는다. 비린내 하나 없고 신선함과 싱싱함이 느껴진다.
영업이 끝나는 시간인지, 주인장은 광어, 참돔, 우럭을 3만원에 주겠단다. 서울촌사람 티를 내면 안되는데, 순간 동공 지진이 왔다. '서울에서는 참돔 하나만으로도 3만원이 넘을텐데, 역시 바닷가 마을은 다르군.' 지금 생각해보면 우럭과 참돔만으로도 충분한데, 덜컥 콜을 해버렸다. 회는 많이 먹어도 부담없으니깐. 여기에 매운탕 소스랑 양념장(4,000원)을 추가했다.
양이 많은 광어는 따로 담아줬다. 양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 사실 엄청 많았다. 둘다 회를 좋아하는데도,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다. 그래도 광어 지느러미는 남기지 않고 다 먹어치웠다. 쌈채소를 샀으며 좀 더 많이 먹었을까? 회에 쌈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양이 너무 많으니 쌈이 그리웠다.
아마 한시간 이상 끓였던 거 같다. 처음에는 물조절을 실패해서, 그 다음에는 깊은 맛이 안나서 곰탕을 끓이듯 계속 끓였다. 양이 워낙 많다보니 양념이 부족해 컵라면 스프를 넣어야 했지만. 직접 해서가 아니라 나름 만족스런 매운탕이 나왔다. 역시 녹색이에는 뜨끈한 국물이 딱이다. 아귀간은 아니지만, 뼈무덤에서 간을 찾아내 끝내 먹었다.
에누리대신 얻어낸 덤은 아귀포다. 구워먹지 않고 그냥 먹었는데도 어찌나 맛나던지, 부드러운 질감에 달큰한 맛이 끝내준다. 주로 마른 오징어, 쥐포, 황태포, 노가리 등을 먹었는데, 앞으로는 아귀포만 먹어야겠다. 멸치와 미역에 대한 어무이의 평가는 이렇다. "네가 물건 볼 줄 없어 걱정했는데, 이번에는 잘 사왔네." 전화찬스를 쓰기 매우 잘한 거 같다. 더불어 소개 받고 가길 잘했다.
경남 통영 멸치마을식당 회무침 튀김 찌개 봄멸치 한상차림
경남 통영 멸치마을식당 멸치는 육수용이나 볶음으로만 먹어왔다. 멸치로 회무침을, 튀김을, 찌개를 이게 가능할까? 당연히 가능하다. 단, 그 시기가 정해져 있을 뿐이다. 봄멸치로 만든 한상차림, 원래는 기장에..
onion02.tistory.com
'멋을찾아서 > in k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연이 반갑게 맞아주는 경남 거창 이수미팜베리 스타팜 (17) | 2020.07.15 |
---|---|
대전역 옆 대전중앙시장 (feat. 누룽지) (48) | 2020.06.11 |
여름 향기 가득한 대전 한밭수목원 (56) | 2020.06.09 |
여름 장미향기로 물들다 대전 한밭수목원 (36) | 2020.06.08 |
경남 통영 충렬사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모신 사당 (26) | 2020.04.13 |
경남 통영 중앙전통시장 싱싱한 활어회에 건어물까지 쌍엄지척 (48) | 2020.04.10 |
경남 통영 호텔야자 통영항여객선터미널점 편안한 잠자리 굳 (40) | 2020.04.09 |
경남 통영 봉숫골 흔들리는 벚꽃 속에서 라일락향이 느껴진거야 (42) | 2020.04.01 |
경기 시흥 오이도 빨간등대 전망대에 올라 바다를 보라 (35) | 2020.03.12 |
경기 시흥 오이도 함상전망대 바다가 보고 싶어서 (48) | 2020.03.10 |
충남 홍성 광천전통시장 젓갈과 김만 보여 (feat. 광천역) (32) | 2020.02.11 |
바다의 푸아그라, 아귀간. 요리하기가 힘든거군요. 아귀포 맛이 궁금하네요
통영가면
중앙시장 필수죠.ㅎ
쌍 엄지척이면 말 다했네요.ㅋ
시장에서 먹는 회가 정말 맛있는거같아요!!이런곳에서 먹어본지 한참되었눈데..ㅠㅠ저도 가고싶네요
통영가면, 중앙시장 가야하는군요!!
싱싱한 횟감들과 매운탕이 참 맛있어 보여요!
캬... 진짜 통영을 제대로 느끼고 오셨군요!! ㅎㅎ
역시 이런 곳은 인심이 아주 후합니다!
저도 통영에 자주 갔던 1인으로써 또 다시 재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네요!
글 잘보고 구독 눌러요!
이런 곳에 가면 수산물 시장 꼭 가봐야죠~~~
먹태가 땡기는 날이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전 사전 투표하러 가야 겠어요~
와, 광어, 참돔, 우럭 세 마리가 총 3만원이라니...대박이네요..
역시 전통 시장... 회 포장해 와서 집에서 맘편히 실컷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썰어져 있는 모습이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매운탕에 라면도 맛있어 보여요. 물조절에 실패하셔서 넣은 것이지만
그래도 라면 스프 살짝 넣으면 확실히 더 좋을 것 같네요
와우 여기 횟감이 많은데요? ㅎㅎ
완전 맛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회를 좋아해서 여기가면 지갑이 탈탈 털리겠지만
으으~~~
정말 가고싶어지네요 ㅠㅠ
와 저렇게 큰 광어랑 참돔이랑 다합쳐서 3만원이라니! 역시 다르긴하네용 넘 맛있어보여요😀
통영은 확실히 다르군요 활어가 너무 많아요
눈요기도 제대로하고 포식도 하고 통영여행 제대로 즐기고 오셨네요ㅎ
예전에 통영여행 생각나네요 ㅎㅎㅎ
양파님도 통영에서 멍게 많이 드셨군요~
멍게를 냉동보관했다 녹여 먹으니 더 쫄깃하더라구요.ㅎㅎ
저도 우럭은 아직 한번도 시도해본적이 없어요~
참돔, 우럭, 광어를 3만원에 주시다니..
아~보면 볼수록 통영가고 싶어져요~
거제도가면 아주버님이 바다에서 바로 잡아다 주시는
싱싱한 활어 먹을 수 있는데 나이가드니 점점 큰집 나들이가 뜸해지네요.
통영시장까지 가서 사오셨군요
참돔만해도 가격이 비싼데 3마리를 엄청
저려한 가격에 드셨군요 싱싱한게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어보고싶네요 ㅎㅎ
통영 시장 제대로 훑으셨네요~ㅎ
자주 가는 저도 잘 모르는 곳들인데,ㅎ
아귀포는 맥주 안주로 완전 좋습니다. 와사비+마요네즈+청양고추+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꺄~~~^^ㅎㅎ
와 역시 시장이라 그런지 정말 저렴하네요 ㅎㅎㅎ 회 킬러인데 사진 보니까 사진 속으로 들어가고 싶네요 ㅠㅠ 멍게도 너무 먹고 싶어요 ㅠㅠ
미식가들만 좋아한다는 아귀간 맛을 아시다니
역시 까칠양파님은 수준이 높으십니다 ..
싱싱한 횟감을 저렴하게 구입도 하시고
매운탕 요리도 하시고 ..
푸짐하게 열심히 달리셨겠습니다 .. 부러워라 .. ㅎㅎ
중앙시장은 통영에서 놓칠 수 없는 명소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