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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봉숫골 

서울사람에게 벚꽃은 4월에 만나는 봄꽃이다. 올해는 조금 일찍 꽃망울을 터뜨렸지만, 만개는 아직이다. 시간여행자가 된 듯, 서울이 아닌 통영에서 활짝 핀 벚꽃을 만났다. 흔들리는 벚꽃 속에서 라일락향이 느껴진 경남 통영에 있는 봉숫골(봉수골)이다.

 

좁은 골목길 양 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 봄이 오면 늘 만나지만 너는 참 볼때마다 예쁘다. 통영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벚꽃을 볼 수 있을까? 살짝 기대를 했는데, 이건 기대 이상이다. 올해 벚꽃 구경은 그저 동네 한바퀴로 만족하려고 했는데, 통영에서 다 풀고 가야겠다. 원없이 벚꽃과 함께했다.

 

통영 미륵도에 자리한 봉수골은 옛날 적의 침입이 있을 때 볼이나 연기를 올려 위급함을 알린 봉수대가 있던 곳이라 붙여진 마을 이름이라고 한다. 봉수골 골목 산책은 봄날의 책방에서부터다. 

 

박경리, 김춘수, 윤이상, 유치환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분들이 여기에 다 모였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니라.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봄날의 책방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책방으로 불리다, 많은 사랑 받아 공간을 확장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단다. 실내라 휴점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책방 문은 열렸다. 그런데 유명세 때문인지 책보다는 사진만 찍는 분들이 많아서 실내에서 사진 촬영은 금지란다. 한컷 정도만 양해를 구하고 찍은 다음 카메라는 잠시 꺼두었다. 요즘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을 주로 읽다보니, 아기자기한 책방은 눈으로 감상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여행을 떠날때 사전에 알아보고 가는 것도 좋지만, 아무 정보도 없이 가는 것도 좋다. 봄날의 책방 옆집이 전혁림 미술관인지 몰랐다. 영화 미술관옆 동물원이 있다면, 통영은 책방옆 미술관이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휴관이다. 내부 관람은 포기, 건물만 바라봤다. 

 

전혁림 미술관은 30여년간 생활한 사택을 허물고 바다의 길을 안내하는 등대와 전통사찰의 중요요소인 탑의 형상을 접목해 신축했다고 한다. 외벽은 화백의 작품을 타일에 옮겨 장식했으며, 특히 3층 외벽은 화백의 1998년작 창이라는 작품을 재구성해 11종의 도자기 작품을 조합한 대형 벽화다. 2003년에 개관을 했는데, 이제야 왔다. 전혁림 화백에 대해 잘 몰라 작품을 꼭 보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 

 

작품대신 만난 동백꽃

진한 초록 사이로 청초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빨간 동백꽃. 활짝 핀 동백의 얖태도 옆태도 그리고 수줍은 듯 꽃망울을 품고 있는 모습조차 안 사랑스럽지 않다.

 

넌 이름이 뭐니? 하나
넌 이름이 뭐니? 두울
넌 이름이 뭐니? 세엣

전혁림 미술관에서 이름모를 작은 꽃들을 마지막으로 보고, 다시 벚꽃 품안으로 들어왔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흐린 봄날도 괜찮다. 왜냐하면 활짝 핀 벚꽃이 있으니깐. 

 

욕심 많은 벚꽃
자리 싸움에서 밀려났구나!

커다란 목욕탕 굴뚝,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인데 통영은 동네마다 있는 듯 정겨운 풍경이다. 휴일 아침이면 엄마 손 잡고 커다란 목욕가방을 들고 동네 목욕탕으로 향했다. 이태리 타월의 공격으로부터 잘 참아내면 바나나맛 우유를 마실 수 있다. 손가락이 팅팅 불도록 탕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이제 다 끝났으니 먼저 나가 있으라는 말에 "기다리는 동안 우유 하나 먹어도 돼?"라고 애교 가득 담긴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보던 그 아이가 문득 보고 싶다. 

 

약수탕은 영업중

봉수골은 차들도 서행을 하게 만든다. 사람길이 좁아서 올해는 축제를 안한다던데, 그럼에도 찾는이가 꽤 많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붐비지 않게 서로 조심하면서 걷고 있다. 코로나19가 주는 우리 생활의 변화랄까? 서로를 배려하고, 식당과 상점에 가면 손 소독제는 꼭 있다. 

 

너로 인해 오늘은 웃을 수 있다!
봄바람에 따라 하늘하늘 초점잡기 힘들어~

연리지, 천지창조, 영화 ET 등등 혼자만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외롭지 않을 거 같다. 봄바람이 불면, 스치듯 서로의 안부를 물어볼테니깐.

 

까꿍~ 애기 벚꽃
흐드러지게 핀 벚꽃길
여기는 봉수 2길입니다욧!
정겨운 풍경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생김만으로는 너의 이름을 모르겠다. 한발짝 한발짝 가까이 다가가, 너의 향기를 맡는다. 아하~ 너는 보랏빛 향기 라일락이로구나.

 

라일락 꽃 향기를 맡으며~♬
흩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라일락향이 느껴진거야~♬

벚꽃과 동백꽃에 이어 벚꽃과 라일락이라 남쪽마을답게 여러 봄꽃을 동시에 만나니 좋다. 역시 라일락은 향기로 말하는 꽃이다. 진한 향에 살짝 취해봐도 좋을 듯 싶다.

 

잘 다듬어진 나무보다는 자유분방한 벚나무가 좋다!
갓 만개라 바람이 불어도 꽃잎이 떨어지지 않는구나~

남의 아파트에서 라일락에 취하고, 자유분방한 벚나무에 취해 오래도록 있었다. 동백꽃은 청초, 라일락은 넘버5 그렇다면 벚꽃은 봄바람이다. 

 

아파트를 나와 다시 봉숫골 벚꽃길이다. 한없이 계속 이어질 거 같지만, 끝을 향해 걸어볼 생각이다. 느리게 천천히 그렇게 터벅터벅 벚꽃을 따라 봄을 즐기는 중이다.

 

수줍은 벚꽃
말괄량이 벚꽃
요조 벚꽃
동백꽃과 벚꽃의 콜라보 살짝 아쉬어~
용화사 주차장 봉수골 벚꽃길은 여기까지

용화사로 올라가는 길이다. 용화사는 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쌍계사의 말사라고 한다. 쭉 올라가면 되는데, 여기서 멈춤이다. 왜냐하면 벚꽃이 메인이니깐. 원없이 즐겼으니, 이제는 원없이 멸치를 먹으러 가야겠다. 남쪽마을의 봄날은 봄꽃의 향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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