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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아니라 책 리뷰

100% 누군가의 머리 속에서 나온 판타지 소설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1961년 5월 16일부터 1979년 10월 26일, 군사쿠데타로 시작된 누군가의 18년 통치는 총성으로 끝이 났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보고난 후, 책 남산의 부장들이 궁금해졌다. 영화에서는 두명의 KCIA(중앙정보부) 부장이 나온다. 아군이었다가 적군이 된 부장과 그의 입(회고록)을 막기 위해 일을 벌이는 현직 부장이 등장한다. 이들의 이야기도 참 흥미로운데, 다른 중정부장들은 어떨까?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때는 현실이 아니었으면 했다. 

 

한사람만을 위한 그들의 충성경쟁은 눈물겹지만, 그들의 행동으로 인해 진짜 눈물을 흘린 사람은 따로 있다. 유신은 낡은 제도를 새롭게 한다는 뜻이라는데, 그들에게 진짜 유신은 자기들만의 세상을 위한 도구였던 거 같다. 하긴 일제도 우리나라를 200년동안 통치할 거라 했다고 하니, 만주국 장교출신인 볼드모트(굳이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다 알 듯)는 그 뜻을 본받아 천년만년 유신을 이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불로장생까지 바랬던 걸까? 왜 그리도 2인자에 대해 노이로제를 갖고 있었는지, 따로 생각해둔 후계가 있는데 중정부장들이 이를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8대 중정부장으로 인해 유신은 끝이 난다. 그러나 그 해 12월 12일 또다시 벌어진 쿠데타로 인해 엄혹한 시절은 계속 이어진다. 

 

남산의 부장들로 불리는 중앙정보부 부장은 1대 김종필 / 2대 김용순 / 3대 김재춘 / 4대 김형욱 / 5대 김계원 / 6대 이후락 / 7대 신직수 / 8대 김재규 / 9대 이희성 / 10대 전두환 / 11대 유학성으로 이어진다. 이중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나온 인물은 4대와 8대 부장이다.  초대 부장임기가 5.16 쿠데타가 벌어지고 4일 후부터 1963년 1월 6일까지다. 볼드모트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겠지만, 그들은 다 계획이 있었나 보다. 독재를 할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서는 중.정.이라는 말만 들어도 벌벌 떨게 만드는 강력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중앙정보부라는 창을 통해 박00 시대를 들여다보면 기이하게도 JP·HR 그리고 전두환 3인은 10년 간격으로, 정보부의 마디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어 있다. 창설자 JP, 그리고 정보부 절정기의 이후락, 그리고 망한 정보부를 청산하는 시기의 전두환, 그렇게 보면 박00 시대 약 20년의 기승전결은 선명해진다. (본문중에서)

 

등장하는 인물도 많다보니 처음에는 인물검색을 하면서 읽었다. 하지만 이것도 한두번이지 너무 많아서 나중에는 중정부장과 그외 몇명의 중요 인물을 제외하고는 따로 검색하지 않고 읽어나갔다. 요즘도 가끔 기사에 인재가 이렇게도 없냐 하면서, 인물 둘려막기 어쩌고 저쩌고한다. 하지만 그때는 인물이 없어도 너무 없었나 보다. 5.16 군사쿠데타 주축들이 여기저기 계속 기용되기 때문이다. 하긴 18년이니, 죽음을 각오하고 한강다리를 건너 온 그들을 요직에 앉히는 건 당연지사일 듯 싶다. 그래도 비서실장을 하다, 장관으로 보내고, 중정부장으로 그리고 국회의원으로 돌려막기가 심해도 넘 심하다.

 

조선왕조 500년이라는 드라마가 있었고, 제1공화국부터 제5공화국이라는 드라마도 있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빙산의 일각이니, 남산의 부장들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 드라마가 나왔으면 좋겠다. MBC에서 한 공화국 시리즈 드라마와 겹치는 부분이 많을 거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아니라 영상으로 만나고 싶다.

 

중정이 벌인 많고 많은 사건들 중 작가 김충식이 선정한 10대 사건이 책 후반부에 나온다.

1. 남산(중앙정보부) 창설과 공화당 사전 조직 - "남산으로 데려갔다"고 하면 중정 지하실에서 가혹한 고문을 당했다는 의미.

2. 6·8 부정선거 - 1967년 6월 8일 치러진 장기집권 기반을 위한 최악의 부정 관권선거.

3. 동백림 간첩단 사건 - 1967년 7월 8일, 중정에서 발표한 간첩단 사건.

4. 3선 개헌 - 대통령 4년 중임에서 3번까지 가능하도록 고친 헌법 개정.

5. 4인 체제(10·2 항명파동) - 공화당 안에서 4인 체제(김성곤, 백남역, 길재호, 김진만)는 완전몰락하고 박00 친정체제가 확립.

6. 유신헌법(10·17 조치) -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본떠 10월 유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7. 민청학련 사건 - 유신반대 반정부 세력 탄압하기 위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관련자 체포사건.

8. 인혁당 사건 - 도예종, 여정남, 서도원, 하재완, 송상진, 이수병, 김용원 등 8인의 비극.

9. 10·26 사태 - 중정부장 김재규가 부하인 박선호, 박흥주 등과 함께 대통령, 경호실장 등 살해한 사건.

10. 12·12 사태 - 군부내 사조직인 하나회 중심의 신구부세력이 일으킨 군사반란사건.

 

"김재규의 시해사건은 계획적이라고 보기엔 너무 엉터리고 우발적이라고 보기엔 너무 치밀하다." 계획인지 우발인지 그 진실을 이제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발에 더 힘을 주고 싶다. 후속 조치가 너무 없었고, 누구처럼 군대를 동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갈림길에서 육본이 아니라 남산으로 갔다면, 역사는 좀 달라졌을까? 그리고 볼드모트는 자신의 앞날을 예측했던 것일까? 2인자를 키우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날 이후 권력의 중심은 남산이 아니라 보안사로 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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