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 송학낙지와칼국수
자주 가는 곳이 아니기에, 갈때 이것저것 다 해봐야 한다. 오랜만에 천안에 갔고, 자신은 없지만 용기를 내 아우내장터에서 병천순대, 명물인 호두과자까지 다 먹을 줄 알았는데, 생뚱맞게 낙지샤브만 먹고 왔다. 충남 천안에 있는 송학낙지와칼국수다.
생각보다 재미 없는 줄 알았는데, 은근 빅재미였다. 탐지견 경진대회는 비공개였고 이날은 시상식이 있었다. 대신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경진대회가 있었는데, 장애물 경기에서 출전한 학생들은 눈물이 날만한 상황인데 관람객은 폭소가 터졌다. 왜냐하면 장애물을 잘 넘었고 공을 입에 물고 다시 오면 되는데, 경기장을 이탈한 후 경쟁이 아니라 화합의 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회를 보면서 농담으로 지들끼리 정분이 나면 어떡하지 했는데 그게 현실로... 한두 마리가 문제였지, 대체적으로 쫄깃하고 잼난 경기였다. 경진대회가 끝나고 밥을 먹으러 가는 중이다. 연수원 규모도 규모지만, 주변 풍경이 겁나 멋지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여기가 불법정치자금으로 0나라당이 국가에 헌납을 했다는 그 연수원이라고 한다.
만약 혼자였다면, 아우내장터까지 걸어가 병천순대를 먹었을 거다. 순댓국을 못 먹긴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안 먹고 가는 건 나만 손해일 거 같아서다. 나름 두렵고 엄청난 계획을 세웠는데, 혼자가 아니다보니 남들 따라서 낙지샤브를 먹으러 왔다.
벌써 세팅이 다 되어 있다. 미나리, 버섯, 두부, 바지락 등이 들어 있는 커다란 냄비가 팔팔 끓고 있다. 기본찬은 배추김치와 깍두기, 고추절임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간이 짜다. 고추절임이 그나마 괜찮고, 메밀가루로 만든 나물전도 있다.
인간은 때론 참 잔인하다. 펄펄 끓고 있는 냄비에 산낙지를 넣고,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집게와 국자로 누르고 있다. 낙지가 잠잠해 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이를 지켜보는데 그리 즐겁지는 않았다.
낙지는 오래 익히면 질겨진다.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걸까? 붉은빛이 날때쯤 가위질을 시작했다. 그런데 커다란 낙지가 한마리도 아니고 4마리나 들어가는 바람에 자르는 도중에 맛나게 먹을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먹음직스러운 빛깔이며, 식감조차 야들야들 딱 먹기 좋게 익었다. 고추냉이 간장이 옆에 있지만, 국물이 간간하다보니 굳이 간장따위는 필요없다. 낙지만 먹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니깐.
두번째부터는 야들야들을 지나, 그후로 오랫동안 낙지를 씹어줘야 했다. 그리고 서서히 턱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낙지가 먹기 시작할때, 불을 꺼야 하는데, 백미인 대가리를 먹어야 하기 땜에 끌 수가 없었다. 국물은 시간에 지남에 따라 염도가 높아지다보니, 거의 먹지 않고 건더기만 골라 먹었다.
속에 먹물을 품고 있을 수 있으니, 냄비에서 건져냈다. 사방으로 먹물이 튈 수 있기에, 접시를 비스듬히 들고 조심스럽게 가위질을 했다. 4명이서 먹었는데, 두명이 포기해서 두명만 먹게 됐다. 한명은 하나만 있으면 된다기에, 모두 다 내 차지가 됐다. 이때만 해도 혼자서 다 먹는구나 하면서 엄청 좋아했다. 야들야들한 식감에, 내장과 먹물의 고소함은 참 좋았는데 한개가 한도다. 나머지는 옆테이블에 있는 일행에게 줬다. 주꾸미는 머리부터 다리까지 잘 먹는데, 커다란 낙지는 힘들다.
중간에 육수 추가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냄비가 넘치도록 국물이 있는 바람에 들어갈 자리가 없다. 그나마 간이 안된, 국수와 수제비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
칼국수와 수제비는 따로 익혀서 나와, 굳이 더 끓일 필요는 없다. 짠 육수가 면에 침투할까봐 빨리 건져서 먹었다. 낙지에서 느끼지 못한 야들야들한 식감을 수제비에서 느낀다. 든든하게 먹고 천안아산역으로 가던 중, 독립기념관을 차 안에서 아주 잠시 스치듯 봤다. 천안아산역과 아산역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KTX냐? 지하철이냐? 선택을 하면 된다. 빠른 기차를 선택했고, 약 50분의 시간이 남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호두과자를 아니 먹을 수 없다. 그런데 검색을 하니, 아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천안역으로 가라고 나온다. 순간 드는 생각, 귀찮다. 그리하여 병천순대고, 호두과자도 다 못 먹고, 천안까지 가서 낙지샤브만 먹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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