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 들꽃마루 황화코스모스
가을이 오면, 왜 올림픽공원 들꽃마루에 가야하는지 이제야 알았다. 그동안 사진으로만 봐왔는데, 직접 보니 오호호~ 느낌이 완전 다르다. 언덕 가득 노랑 물결이 넘실넘실 춤을 춘다. 노랑코스모스, 황금코스모스, 황화코스모스 이름은 서네개~♬
봄에는 장미, 가을에는 코스모스다. 목동역에서 방이역까지 한시간 정도 지하철을 타고 충분히 올만 하다. 솔직히 집에서 출발할때는 멀다고 투덜투덜댔는데, 막상 도착을 하니 투덜은 사라지고 감탄만이 남았다. 들꽃마루를 만나기 5초전, 푸르른 나무들 사이로 노랑노랑 물결이 보인다. 저기로구나!
와~ 와~~ 와~~~ 지난 봄에 왔을때는 듬성듬성 핀 양귀비를 만났는데, 이번에는 시기를 딱 맞춰서 왔다. 왜냐하면 두번의 실패는 없어야 하니깐. 몇년 전부터 사진으로만 본 올림픽공원 노랑코스모스를 직접 보다니, 맘이 벅차다. 엄청난 카메라 장비 군단이 옆에 있다는 건, 안비밀이다. 가볍다는 이유로 요즘 하이앤드 카메라에 빠져 있는데, 좀더 무기다운 장비를 챙겨와야 했을까? 살짝 후회가 들뻔 했으나, 하이앤드로도 노랑코스모스를 담기에는 충분하다. 정말 와~~라는 감탄사밖에 할 말이 없다.
줌으로 당겨보니, 초록빛 바다가 아니라 노란빛 바다다. 역시 꽃은 군락이다. 쬐깐하게 쪼금 쪼금은 감질만 날뿐이다. 게다가 평지가 아니라 언덕이다보니,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듯, 노랑물결이 흘러 넘친다.
이번에는 큰 맘 먹고 정상(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높이)에 오를 계획이다. 양 옆으로 길이 있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니 센터 공략이다. 카메라는 작아도, 전문가 못지 않은 갬성으로 담아볼 생각이다. 어차피 내맘에 들면 다 오케이.
꽃속에 파묻혀 걷고 있는 중이다. 마치 내가 꽃이 된듯... 절대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양 옆으로 노랑 또는 황금 물결이 '가을이 왔어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을이 왔어요.'라고 귓속말을 하고 있다.
센터를 계속 고집하려고 했는데, 어머어마한 벌 군단으로 인해 항복을 했다. 엄청난 카메라 군단은 겁나지 않았는데, 벌 군단은 후덜덜 무섭다. 옆길로 빠져 다시 올라간다. 위치는 달라졌지만, 코스모스는 여전히 예쁘기만 하다.
여기에 딱 인물사진 하나 있었으면 좋을텐데, 셀피도 안찍고, 도촬은 더더욱 안하니, 그저 꽃만 찍고 있는 중이다. 다른 이들은 혼자와도 셀카봉으로 잘만 찍던데, 봉이 없어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아무래도 셀카봉 하나 장만을 해야겠다. 필터 좋은 사진앱도 많으니, 각도만 잘 잡으면 셀피 달인이 될 수.... 천장 찍으면 그 중 한 장 정도는... 내년에는 꼭 인물컷을 넣어야지.
황금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주황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개나리같은 노랑색으로도 보이기도 하고 같음에서 다름을 찾고, 다름에서 같음을 찾는다. 보면 볼수록 오기 잘했다는 생각 뿐이다. 더불어 날씨까지 받쳐주니, 백점짜리 오늘이다.
오두막에 앉아볼까 했지만, 빈 공간이 없다. 하는 수 없이, 모형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지만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린 조롱박만 담았다.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일까? 쓸데없는 상상은 그만~
가운데 통로를 탐하는 자, 벌 군단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야 한다. 카메라로 밀당 중이다. 줌으로 당겼다가, 놨다가 정상에 서서 이러고 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이 더 많아지는 거 같다. 올라왔으니 다시 내려가 볼까 생각했지만, 갈데가 있기에 황화코스모스와는 여기서 안녕이다.
"잠자리를 찾으셨나요? 뜻하지 않게 카메라 속으로 잠자리가 놀러왔어요~ 물론 촬영할때는 몰랐고, 후보정을 하다 발견했지만요."
들꽃마루 뒤편에도 대단한 무언가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음... 안내문에는 센세이션 코스모스라고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코스모스가 여기에 있단다. 개화시기가 노랑코스모스(7~8월)와 달리 9~10월이라서 아직은 숨어 있나보다. 다 봤다면 더 좋았을테지만,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노랑 물결만으로도 행복했으니깐.
봄에 한번, 가을에 한번, 1년에 두번 올림픽공원으로 나들이는 무조건 무조건이다. 봄은 장미, 가을은 코스모스다. 올림픽공원에서 하루종일 놀기, 첫번째 수업 끝~ 쉬는 시간없이 2교시는 산책 '그냥 걸었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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