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시민위원회 | 광화문 역사산책
늘 언제나 경복궁 투어는 광화문에서 시작한다. 이번에는 신무문에서 시작해, 광화문에서 끝이 났다. 로꾸거 경복궁 투어, 어색했지만 한번쯤 해볼만 하다. 익숙한 곳에서의 낯선 경험과 처음 들은 우리 역사까지 광화문 역사산책 맘에 든다.
경복궁을 여러번 갔지만, 신무문(경복궁의 북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온 건 처음이다. 광화문에서 시작으로 하면 언제나 붐볐는데, 늦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신무문은 한산한 거 같다. 여기에도 매표소가 있으니,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관람을 하고 싶다면, 거꾸로 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해 만든 광화문시민위원회이다. 작년에 발족식을 했고 광화문과 경복궁 등 광장 주변에 대한 역사 강의를 여러번 했다는데, 그때는 참석하지 않다가 경복궁 투어라는 말에 슬쩍 손을 들었다. 참석한 다른 일행들은 안면이 있는지 인사를 하던데, 혼자만 외톨이다. 더구나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촬영진까지 투입되다보니, 카메라에 잡히지 않기 위해 피해다녀야했다. 그래도 전용 이어폰을 나눠주는 바람에 떨어져 있어도, 경기대 안창모교수의 역사 이야기는 빠짐없이 들을 수 있었다.
신무문을 지나 가장 먼저, 집옥재가 나온다. 저 뒤로 청와대 뒷산인 인왕산이 함께 보인다. 궐내에 있는 다른 건물들과 달리 중국풍의 요소가 많이 섞여 있다. 특히 팔각형의 2층 정자인 팔우정이 가장 눈길을 끈다.
여기서 배운 역사이야기. 우리나라는 원래 사람의 이름을 길에 붙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건 서양의 전통이지 우리의 전통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때 일본을 의식해 우리의 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이름을 사용하게 됐단다. 혼마치였던 곳은 충무로(이순신)로 타케조에쵸는 충정로(민영환)로 그리고 을지로(을지문덕)로 길 이름을 지었다. 지금은 사람 이름을 딴 거리명이 많아졌지만, 일제강점기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충무로, 을지로, 충정로대신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을까 싶다.
경복궁은 조선을 대표하는 궁궐이다. 하지만 경복궁을 지을때는 고려에서 조선으로 나라가 바뀌고 난 후 얼마되지 않았다. 이성계가 왕이 되어 곧 도읍을 옮기기로 하고, 즉위 3년째인 1394년에 신도궁궐조성도감을 열어 궁의 창건을 시작하였으며 이듬해에 완성했다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나와있다.
조선을 대표하는 궁궐은 확실하지만, 건축양식은 조선이 아니라 고려였다고 한다. 정조때 신축을 하긴 했으나, 기본적은 틀은 고려시대 건축술이라고 한다. 오호~ 요건 정말 몰랐다.
저 멀리 보이는 탑은 법주사 팔상전을 모방한 국립민속박물관 지붕이다. 이곳을 가본 사람이라면, 어디선 본듯한 건물들이 한데 모여있음을 알 것이다. 1966년 정부에서 중앙박물관(지금의 국립민속박물관)을 현상 공모하면서, "건물 자체가 어떤 문화재의 외형을 모방함으로써 콤포지션 및 질감이 그대로 나타나게 할 것"이라는 지침을 내렸다. 더불어 여러 동이 조화된 문화재 건축을 모방해도 좋다고 했다고 한다.
이는 건축계를 비롯한 문화계에서 어처구니 없는 조건에 성토를 했으나.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고작 3개 안을 놓고 상을 나누게 됐고, 당선작은 법주사의 팔상전과 화엄사의 각황전, 금산사의 미륵전에 불국사 기단 등을 파편적으로 이러저리 조합했다. 모두가 비난했지만, 그당시 정부는 강행을 했고 건물은 완성이 됐다.
경복궁을 재건하게 되면 왕들의 어전을 모시는 신원전이 원래 자리이니, 국립민속박물관은 이전 또는 철거를 할 거 같다. 생각해보니, 서울에 있는 유명 박물관은 거의 다 갔는데, 여기는 아직이다. 경복궁에 올때마다 이질감이 들던 건물이라 가고픈 맘이 없었던 거 같다. 요상한 탑은 가고, 신원전으로 어서 빨리 재건이 됐으면 좋겠다.
왕의 침전은 강녕전, 왕비의 침전은 교태전이다. 궁궐 안에 있었던 150여채의 건물 가운데 가장 화려하게 치장되었다고 한다. 뒤뜰에 있는 아미산 위에 아름다운 꽃무늬를 새긴 굴뚝이 남아 있어, 왕비의 주택에 지녔던 높은 품격의 일면을 아낌없이 보여준다는데, 시간이 없어 뒤뜰까지는 가지 못했다. 특별 관람이라서 폐장시간이 지나도 머물 수 있었지만,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자세히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전각만 담을 수 있어 좋았다.
경복궁은 자금성에 비해서는 조금 작은 규모지만, 베르사이유 궁전에 버금갈만한 규모였다고 한다. 흥선대원근이 경복궁을 재건할때, 원래보다 훨씬 크게 지어 7,000칸이 넘었다고 한다. 이는 약해진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경복궁 내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자, 경복궁을 대표하는 곳, 근정전이다. 신하들이 임금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거나 국가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곳이다. 태조 3년(1394)에 지었으며, 정종을 비롯한 조선 전기의 여러 왕들이 이곳에서 즉위식을 했다. ‘근정’이란 이름은 천하의 일은 부지런하면 잘 다스려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정도전이 지었다.
경복궁의 권위와 존엄을 상징하는 월대(궁중 건물 앞에 놓고 각종 의식에 이용하던 넓은 단)를 복원하고, 월대 앞을 지키던 해태상도 원래 위치에 놓는다. 이곳에서는 수문장 교대식 등 다양한 전통문화행사를 연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안 중 일부다.
개인적으로 새롭게 바뀔 광화문광장에 대해서는 반긍정, 반부정인데 월대만은 완전 찬성이다. 왜냐하면 광화문 앞은 찻길이 아니라 사람길이 먼저다. 광장의 끝은 끝이 아니라, 광화문으로 그리고 경복궁으로 이어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일요일마다 차없는 거리라고 해서 왔건만, 명절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차가 겁나 많다. 사진은 신호가 바뀔때 찍은 거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경복궁까지 바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거대 중앙분리대라는 오명을 씻고, 광화문광장은 어떻게 변모를 할까? 공사 시일을 늦춰졌다고 하던데, 그만큼 서울시만들과 더 많은 소통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가을이 왔다. 어디가 됐든 떠나고 싶은 가을이 왔다. 날씨 한번, 구름 한번, 하늘 한번 겁나게 멋지다. 올 가을은 여기저기 구석구석 많이 다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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