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서울숲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가벼운 산책으로 서울숲 일정은 마무리하려고 했건만, 두시간이 넘도록 숲을 걷고 또 걸었다. 그저 군마상과 거울연못만 보려고 했는데 바람의 언덕에 꽃사슴 그리고 곤충식물원까지 산책을 가장한 행군을 했다. 숲이라 그랬던 것일까? 걸을때는 피곤한 줄 몰랐다. 여름의 끝자락 서울숲을 걷다.
서울숲 갤러리아포레에서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 전시회를 보고, 장미식탁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왕 여기까지 왔고, 배도 부르니 잠시 산책을 하러 서울숲으로 다시 갔다. 시작은 가벼운 산책이었는데, 어찌하다보니 두시간이 넘도록 숲속을 누볐다.
참, 서울숲은 오래 전 임금의 사냥터였다고 한다. 서울 최초의 상수원 수원지였다가, 시민의 녹색 권리를 위해 뚝섬 개발사업 대신 대구모 공원을 조성하기로 결정되었고, 서울 그린트러스트 운동을 통해 2005년 나무가 우거지고 호수가 있는 도시숲으로 탈바꿈했다. 서울숲은 한강-용산-남산-청계천-서울숲-한강으로 연결되는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녹지 축의 하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중무휴이며 24시간 개방을 하지만, 일부 시설물은 제외다.
아이 서울 유 뒤로는 서울숲 바닥분수가 있다. 30분 가동, 30분 휴식. 하필이면 분수가 쉬고 있을때 도착을 했다. 못보고 가나 싶었지만, 다행히...
당연히 멋들어진 메타세콰이어 나무를 만날 수 있는 거울연못이다. 근데 아무리 봐도 연못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은 메타세콰이어 나무에 반해, 연못의 존재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짧은 구간을 아쉬워 하면 왔다갔다를 반복했다. 왜냐하면 원래 계획은 군마상과 바닥분수 그리고 거울연못까지였기 때문이다. 가벼운 산책이니 이정도면 충분하다 생각을 했다.
조금 일찍 왔으면, 반짝반짝 빛나는 맥문동을 봤을텐데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보라빛은 여전히 살아있다. 살짝 흐려지기 했지만.
연못은 연못인데 수심 3cm의 얕은 연못이다. 멋진 반영을 볼 수 있다는데, 11월 2일까지 수질개선사업으로 겨울연못 운영을 중지한단다. 지지리 운도 없다. 자주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니 왔을때 제대로 봐야 하는데, 아쉽고 아쉽다. 바닥분수에 이어 거울연못까지 완벽한 모습을 만나지 못한채 산책을 마무리하려고 하니 껄끄럽다. 발길을 돌리지 않고, 숲으로 더 들어갔다.
숲속놀이터에서 같이 놀자고 하고 싶었으나, 웬지 연령제한이 있을 듯 싶어 그냥 지나쳤다. 서울숲에 대해 검색을 하니, 해바라기를 봤다는 글이 있었다. 최신글이 아니라서 믿음은 안가지만, 혹시나 하는 맘에 해바라기를 찾아 다녔다. 하지만 결론은 그곳만 빼고 다녔다? 애당초 해바라기는 없었다?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를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났다. 한 걸음 더 가을이 다가온 거 같다. 그런데 혼자만 올 것이지, 하필이면 대형 태풍과 같이 오는 바람에, 올 가을은 시작부터 살짝 맘에 안든다. 그래도 계절을 알리는 꽃은 늘 언제나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노랗게 변하기 전에 만난 은행나무숲이다. 촘촘하게 들어선 나무로 인해, 습했던 날씨는 순간 시원해졌다. 더불어 나무가 주는 싱그러움으로 인해, 공기는 물론 기분까지 좋아졌다. 이때도 많이 걸었는데, 다리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던 건 아마도 숲길을 걸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넓은 숲 다양한 볼거리 그리고 푸르른 자연 걷는 맛이 난다.
안내지도에 나와 있는 '바람의 언덕'. 서울숲 가장 깊숙한 곳에 있어 한참을 걸어야 했지만, 이름에 이끌려 오고 싶었다. 서울숲에서 가장 높은 장소에 있다고 하니, 전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딱히 전망이라고 할만한 곳이 아니다. 높디 높은 나무만 보일 뿐이다. 더불어 억새밭을 감상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건 아직은 때가 아닌 거 같다. 이름처럼 시원한 바람만 만끽했다.
보행가교는 사슴우리 위를 지나간다. 서울숲의 상징이라는 꽃사슴, 먹이자판기가 있어 사슴과 친해질 수도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겁 많은 쫄보이기 때문이다. 멀리서 또는 위에서 줌으로 당겨 찍을뿐이다.
보행가교 끝은 강변북로를 지나 한강으로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여기서 멈췄다. 한강둔치로 넘어갈 이유도 없거니와 서울숲 탐방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새로운 길로만 다녔는데, 지금은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한다. 가교로 왔고, 다시 가교로 돌아가는 중이다. 아까 맡았던 꽃사슴 응가 향을 다시 맡으며~
다시 바람의 언덕에 왔고, 계단을 내려가 사슴우리 옆을 지나쳐갔다. 사슴 먹이 자판기가 있기에, 먹이를 줄까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을 하긴 했으니 쫄보이니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벚나무길을 걸으며, 나비가 사는 정원으로 향했다.
호랑나비, 제비나비, 노랑나비, 흰나비 등 다양한 나비가 살고 있다는데, 다 어디 숨었니? 아주 작은 나비 한마리가 앞에서 살랑살랑 날아다녔지만 담지는 못했다. 어찌나 빠르던지, 셔터를 누르려고 하면 프레임 밖으로 사라진다. 그렇게 4번 정도 당하고 나니, 찍기 싫어졌다.
곤충식물원답게 곤충도 많고, 식물도 많다. 개인적은 관심은 곤충보다는 식물이기에, 가급적이면 유리관 속에 있는 곤충은 안보려고 노력했다. 나비정원처럼 작은 곳인 줄 알았는데, 은근 넓다. 시간이 아니 체력이 더 남아 있더라면, 자세히 관찰했을텐데 여기 왔노라고 눈도장만 찍고 나왔다.
다시 바닥분수다. 아까와 달리, 이번에는 제대로 물쇼를 봤다. 시원한 물줄기를 보니 확실히 지친 마음은 즉각 충전이 된 듯한데, 지친 몸은 천금만금 더 무겁다. 두어시간이 넘도록 걸을 줄을 몰랐다. 그저 가벼운 산책이었는데, 행군이 끝난 후 목마름과 허기짐이 동시에 왔다. 서울숲과는 굳바이를 하고 두마리 토끼나 잡으러 가야겠다. 2019년 여름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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