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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ANNE)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상냥하고 귀여운 빨간머리 앤 외롭고 슬프지만 굳세게 자라 / 가슴엔 솟아나는 아름다운 꿈 하늘엔 뭉게구름 퍼져나가네 / 빨간머리 앤 귀여운 소녀 빨간머리 앤 우리의 친구~♬ 지금도 흥얼흥얼 부르는 만화 주제곡 빨강(간)머리 앤이다. 1986년 KBS에서 처음 본 후 인생만화가 됐다. 33년이 흘러 어린 아이는 어른이가 됐지만, 여전히 우리의 친구 앤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서울숲도 처음, 갤러리아포레도 처음

아마도 시작은 만화였던 거 같다. 33년 전 어린 아이는 초록지붕 집에 사는 상상력이 풍부하며,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아 늘 새로운 실수를 하는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을 만났다. 워낙에 만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앤은 달랐다. 첫방송 이후 요즘말로 하면 본방사수를 했고, 몇 년이 지나 다시 방영을 한다는 소식에 챙겨 봤고, 성인이 된후 투니버스를 통해 두어번이나 정주행을 했다. 

만화를 시작으로 책 시리즈에 이어 미드라고 해야 하나? 암튼 빨강머리앤 외화까지 다 챙겨봤다. 그리고 유일하게 돈을 주고 산 카톡 이모티콘도 역시 앤이다. 어릴때는 앤이 되고 싶어, 상상력을 키우고 코델리아같은 상상 속 친구와 다이애나같은 진정한 친구를 만들고자 했다. 얼마 전에 전시/공연 리뷰 블로그로 뽑히다 보니, 주기적으로 관련 리뷰를 해야할 거 같은 부담감 아닌 부담감이 생겼다. 하지만 원래부터 보고 싶던 전시회고, 여름방학을 피하다보니 이제야 왔다. 서울숲 옆에 있는 갤러리아포레,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전시회만 보고 갈 수는 없다. 작품 감상이 끝나면, 숲으로 간다. 참, 지난 달에 가입한 전자북 밀리의 서재, 이벤트로 무료 티켓을 준다고 하니 공짜로 관람했다.

 

문을 열자마자 사물함(무료)이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가방은 짐이 될때가 많다. 고로 카메라와 밀리의 서재에서 제공한 도슨트를 듣기 위해 휴대폰과 이어폰 그리고 티켓만 챙기고 나머지는 다 사물함에 넣어버렸다. 몸을 가볍게 해야 장시간 관람을 해도 지치지 않는다. 본격적인 전시는 빨강색 입구를 지나야 하건만, 맛보기에서부터 앤에 푹 빠져버렸다.

 

"이 세상엔 좋아할 것이 이렇게 많다는게 너무 근사하지 않나요?"
마담 롤리나의 영원한 친구 다이내나 / 빨강머리
에이번리

내 이름 빨강머리 앤은 앤 시리즈의 대표작이자 1권에 해당하는 빨강머리 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추억으로 남아있는 앤을 회화, 애니메이션, 대형 설치 작품, 음악 및 영상 등을 통해 새롭게 만날볼 수 있도록 한 체험전이라고 안내문에 나와 있다. 워낙 만화의 영향이 강하다보니, 소설 속 앤과 만화 속 앤을 같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이 작품 속 앤은 너무 예쁜 걸." 혼자서 중얼댔다. 본 전시회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총 9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 내이름은 빨강머리 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
앤과 다이애나
숙녀로 성장한 앤
매튜와 마릴라
원수에서 친구 그리고 부부로, 앤과 길버트

원작이 있지만 만화가 워낙 인기가 많았으니, 영상이 있겠지 했다. 그런데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다 보여줄 지는 몰랐다. 함께 입장했던 사람들은 벌써 이동을 했는데, 도저히 자리를 뜰 수가 없다. 그렇게나 많이 봤는데도, 또 보니 새롭고 반갑다. 어린 앤과 숙녀가 된 앤, 둘다 사랑스런 우리의 친구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린 앤을 더 좋아한다. 

 

이게 순전히 만화의 영향이다. 작가가 다르니, 그림도 달라야 하건만 너무 어색하다. 각 캐릭터의 특징을 살렸다기 보다는 매튜아저씨조차 곱고 예쁘기만 하다. 왼쪽부터 조세핀 할머니, 스테이시선생님, 길버트, 다이애나, 앤, 마릴라, 매튜, 레이첼 부인이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작업실인 듯. 어떤 농부가 양자로 삼기 위해 보육원에 남자아이를 부탁했는데 일이 잘못되어 여자아이가 오고 말았다. 이 메모가 모티브가 되어 앤 시리즈의 첫번째 그린 게이블즈의 앤이 탄생했다고 한다.

 

챕터1. 불쌍한 고아소녀

빨간머리 앤의 이야기는 기차역에서 시작된다. 기차역에 늦게 도착한 매튜, 보육원에서 와야할 남자아이가 아니라 삐쩍 마른 열한 살 여자아이를 만났다. 챕터 1은 앤이 에이번리에 오기 전 이야기다. 엄마, 아빠 모두 선생님이었지만, 가난으로 인해 두 분다 일찍 세상을 떠났다. 어린 앤에게 현실은 암울하고 비참했지만 가상의 친구를 만드는 과한 상상력으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다. 그런 과정을 거쳐, 앤은 에이번리에 사는 매튜와 마릴라를 만나게 된다. 

 

현실 속 앤의 방과 상상 속 앤의 방
캡쳐2. 공상가의 방

앤이 그토록 갖고 싶었던 어깨가 잔뜩 부푼 드레스. 하지만 마릴라는 이를 반대한다. 친구 다이애나도 볼록 소매 드레스를 입고 있지만, 앤은 평범 그 자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과한(?) 상상력이 있다. 상상 속 그녀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우아한 볼록 소매 드레스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내 방 창문이 해가 뜨는 동쪽으로 나 있어서 정말 좋아. 아침에 해가 저기 언덕 위로 나타나서 뾰족한 전나무 꼭대기 위에서 빛나는 광경은 정말 멋지거든. 매일 아침마다 새롭게 달라지거든. 마치 내 영혼이 아침 햇살에 목욕을 하는 기분이라니까."

 

챕터4. 영원한 친구, 다이애나

"영원히, 영원히 내 친구가 되겠다고 맹세하겠니? 우리가 서로 손을 잡아야 하고, 그리고 흐르는 물 위에서 해야 하는 건데. 그냥 이 좁은 길이 흐르는 물이라고 상상을 하자. 내가 먼저 맹세할게. 나는 해와 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나의 단짝 친구 다이애나 배리에게 충실할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가상의 친구만 있던 앤에게 진짜 친구가 나타났다. 첫 친구이자 진정한 마음의 친구 다이애나다. 영원할 거 같은 둘의 우정은 다이애나가 포도주를 주스로 착각하고 먹는 바람에 강제 이별을 하게 되지만, 다이애나의 동생이 후두염 걸려 생사가 오고갈때 앤이 동생을 구해준다. 앤의 암울했던 과거가 둘의 우정을 다시 잇게 해준 에피소듣

 

캡쳐5. 빨강머리

앤의 가장 큰 콤플렉스는 바로 빨간 머리카락이다. 길버트와 원수가 된 일도 그가 앤의 머리색을 홍당무라고 놀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상한 방문 상인에게 염색약을 사서 다이애나처럼 검게 물들이려 했다가 초록색으로 변해버려 머리카락을 다 잘라내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챕터. 에이번리의 다정한 이웃들

앤과 마릴라의 식탁. "내일 아침에 구워 낼 케이케만 빼고는 모든 게 다 준비됐어, 다이애나. 베이킹 파우더로 부풀린 비스킷은 차 마시기 바로 전에 아주머니가 하실 거야. 목사님 가족에게 차를 대접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야. 난 한번도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잖아."

무심하지만 그 누구보다 앤을 사랑했던 매튜와 마릴라. 마릴라의 이웃이자 동네 마당발인 수다쟁이 린드 부인. 실수투성이 앤이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앨런 목사 부인.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나눈 조세핀 할머니. 

 

챕터7. 말할 수 없는 친구 길버트
앤이 아니라 말괄량이 삐삐 같아
앤의 마음 속 길버트, 꽃미남일세

앤과 다이애나라 절친이라면, 앤에게 길버트는 라이벌이다. 2개의 공간으로 되어 있는 나누어져 있는 건, 교실에서는 라이벌 관계 그러나 사실은 길버트에게 친구 이상의 김정을 느끼고 있던 앤의 속마음을 붉게 표현했다. "그 친구요? 저는 홍다무라고 놀리기도 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해요."

홍당무 사건으로 인해 유령취급에 무시를 당하지만, 퀸즈학원에 진학한 뒤 둘은 선의의 라이벌로 서로를 항상 의식하게 된다. 과한 상상으로 인해 죽을뻔한 앤을 길버트가 구해주게 되는데, 이때부터 앤은 길버트가 원수가 아니라 멋진 남자로 다가왔을거다. 첫사랑에서 부부로 그들의 인연은 계속 된다.

 

기쁨의 하얀길
1년째 되던 날

매튜와 앤의 마지막 대화, "남자아이 열두명이 와도 바꾸지 않을거다.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우리 아이, 우리 앤" 말수도 없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을 힘들어하는 매튜는 첫눈에 앤을 사랑하게 된다. "암, 그렇구 말구."라고 말하며 표현은 서툴지만, 죽기 전에 "넌 내딸이야"라고 말한다. 은행이 파산만 하지 않았더라면... 매튜아저씨가 눈을 감던 날, 엄청 많이 울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

"우리한텐 서로가 있잖아, 앤. 네가 없었다면, 네가 이 초록 지붕 집에오지 않았다면 어째을지 모르겠구나. 앤, 내가 너에게 엄하고 딱딱하게 굴었단 걸 알지만, 그렇다고 내가 매튜오라버니만큼 널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안 돼. 내가 워낙 속마음을 잘 얘기 못하는 성격이지만 이 모든 걸 겪고 보니 말하히가 오히려 편해. 난 널 친자식처럼 사랑한단다." 누구보다 엄격했지만, 누구보다 앤을 사랑했던 마릴라.

 

에필로그. 길 모퉁이

길 모퉁이는 전체 38장으로 되어있는 원작 빨강머리 앤의 마지막 장 제목이다. 퀸즈 학교를 졸업하고 레드먼드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할 수 있게 됐지만, 매튜아저씨의 죽음과 마릴라 아주머니의 병환으로 인해 초록지붕 집을 지키기로 한다. 에이번리 학교에 선생님이 되고, 이 일로 길버트와 화해를 하게 된다. 

"이제 제 앞에 길 모퉁이가 생겼어요. 그 모퉁이 너머에 뭐가 있는지 저도 몰라요,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을 거에요. 길 모퉁이는 그나름대로 매력이 있어요. 그 길 너머로 또 어떤 길이 이어질지, 어떤 초록빛 영광과 다채로운 빛과 그림자가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풍경, 새로운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저 멀리 어떤 구부러진 길, 어떤 골짜기가 펼쳐질지 궁금하거든요."

만화는 총 50부로 앤의 마지막 대사는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평안하도다."

 

모든 전시의 마무리는 역시 기념품이다. 대부분은 사진만 찍고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150피스 직소퍼즐을 샀다. 앤이 처음으로 에이번리에 온 기차역 장면이 담긴 퍼즐이다. 추석도 얼마남지 않았으니, 그때 해볼까 한다.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 검색을 하던 중, 너튜브에 어렸을때 본 만화 빨강머리 앤이 1편부터 50편까지 다 나와 있다. 주근깨 빼빼마른~ 노래를 부르며 정주행을 해야겠다. 혹시나 밀리의 서재를 검색해보니, 원작 소설 전 시리즈가 전자북으로 나와 있다. 요건 조정래 작가 소설 32권(현재 아리랑 7권 달리는 중)을 다 읽은 후 시작해야겠다.  

미술전시회라면 어렵고 복잡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해왔다. 고흐, 샤갈, 피카소 등 00주의 작품들은 여전히 그러하지만, 재밌고 신나고 즐겁고  어렵지 않은 전시회도 있다. 앞으로는 좋은 전시회를 많이 찾아 댕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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