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 - 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
"머나먼 하늘과 별과 우리 발치의 진흙은 한 가족이다. ··· 소나무, 표범, 플랫 강, 그리고 우리 자신, 이 모두가 함께 위험에 처해 있거나 지속 가능한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 (시인 메리 올리버, 겨울의 순간들 중에서) 우리나라는 2017년 1급 60종과, 2급 207종 등 총 267종을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했다. 인간의 탐욕이 만든 비극이다. 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를 보기 위해 사비나미술관을 찾았다.
은평구 진관동에 있는 사비나 미술관, 삼각형 모양의 독특한 건물 외관이 눈길을 끈다. 사진으로 봤을때도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실물로 보니 더더욱 독창적이고 특이하다. 같은 서울이라도 잘 모르는 동네라 찾기 힘들 줄 알았는데, 그러기에는 건물이 너무 독보적이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인 줄 알았는데,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사비나는 이곳 미술관장의 세례명이라고 한다. 통합관람료 6,000원, 메인이라 할 수 있는 멸종위기 동물전뿐만 아니라 미술관에서 하는 모든 전시를 다 관람할 수 있다. 1층은 매표소와 카페, 2층부터 전시관이다. 사물함은 3층에 있으니, 먼저 3층으로 올라가 가방을 보관(비용은 무료)했다.
환경문제는 더 이상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닌 세계가 노력해야 하는 문제다. 환경 문제는 종의 존폐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큼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유 중 하나로 전세계가 노력해야 하는 당면 과제가 됐다. 동물은 무슨 죄가 있을까? 그저 욕심많은 인간이 문제다. 미술관옆 동물원도 아니고, 멸종위기동물을 예술적으로 어떻게 담아냈을까?
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는 고상우, 김창겸, Russ Ronat 3명의 작가가 전문기관 자료 및 연구원들의 자문을 받아 자신만의 시각으로 3인 3색의 차별화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은 국적도, 나이도, 작업방식도 각각 다르지만 인간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온 생명체들과의 공존을 실천하는 메시지를 예술로 전달하자는데 생각이 일치했다고 한다. 개인미술관이라서 가능한 듯 싶다.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고 널찍하게 떨어져 있어 작품 하나하나 더 오래 더 깊게 볼 수 있었다.
"고상우 작가의 멸종위기 동물은 하트 형상을 함께 보인다. 동물의 몸에 그려진 하트는 심장이며, 생명의 부활을 의미한다. 인간과 동물에게 모두 심장은 생명을 탄생시키고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장기이자, 영혼을 상징하며 뭄을 주관하는 핵심이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호랑이과 곰이 모두 멸종위기인 점을 되돌아보게 한다. 일제 강점기를 기준으로 급감한 한국의 호랑이에게 영혼과 불멸을 상징하는 나비를 만나게 하고, 사람과 마주하도록 하게 한다." 얼마 전에 본 영화 봉오동 전투가 생각났다.
"웅덩이에 나타난 동물의 모습은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을 인지하기 못한 채 살아가는 인간은 비춰진 거울의 저편에 나타난 동물의 얼굴을 보며 반성하고, 관계회복을 위한 치유의 시작을 경험한다."
흰코뿔소의 아종인 북부흰코뿔소는 2018년 3월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수컷 수단이 죽음을 맞이하며, 사실상 멸종의 길로 들어섰다. 남은 암컷 2마리로 개체 수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코뿔소 전체 개체는 1900년 경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50만 마리가 생존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1970년 이후 7만 마리 이하로 급감했다. 여전히 코뿔소의 뿔은 중국, 베트남 등에서 비싼 값에 은밀하게 약재로 거래되고 있다.
통로 끝 외로이 홀로 있는 북금곰. 벽면에는 멸종위기 동물들에게 전하는 우리들의 메시지다. "미안해, 너를 힘들게 해서. 앞으로는 잘해줄게. 화이팅!"
바다거북은 날 때부터 바다로 뛰어가는 본성으로 살아남고자 하지만, 성체가 되는 거북은 극소수이다. 힘들게 성체가 된 바다거북은 인간에 의해 온도가 높아진 바다와 플라스틱 오염으로 생존을 다시 위협받는다. 귀중한 뿔을 가진 파키스탄의 국가적인 동물인 마코르는 잠무카슈미르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거쳐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야생 염소다.
그저 평범한 식탁인데, 왼쪽 끝에 있는 휴대폰을 들고 접시를 비추면 맛있는(?) 음식이 나타난다. 빨대가 들어있는 김밥, 검은 비닐봉지로 만든 샐러드 그리고 플라스틱 뚜껑으로 만든 파스타까지 인간은 절대 먹지 않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동물들은 먹는다. 서해에서 잡힌 아귀의 뱃속에서 500ml 플라스틱 생수병이 발견되고, 인도네시아에서 죽은 채 발견된 항유고래의 뱃속에는 100개가 넘는 패트컵을 포함한 오염물질이 발견됐다.
"작가는 환경오염의 주재료들이 함께 섞여 만들어지는 과정을 제작증강현실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겉으로 보이는 작품 설치의 외형은 괜찮지만(fine)이지만, 결국 내가 먹는 음식은 괜찮지 않음(It's not fine)이 되어 쓰레기들을 다시 인간이 먹게 되는 역설적인 현실을 표현하고자 했다."
지구상에서 서식할 것으로 추정되는 약 1,300만 종의 생물종은 매일 70종씩 사라지고 있으며,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감소 추세라면 2050년까지 생물종의 25%가 멸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한다. 영상이 아니 실제에서, 동물원보다는 야생에서 자유롭게 날고 뛰어 다녔으면 좋겠다. 야생동물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소중한 친구이며, 우리의 관심과 노력으로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
야생동물들과 안녕을 고하고 5층에 올라왔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전시, 테리보더 작가의 EAT. PLAY. LOVE다. 작가는 빵, 과자 등 우리 주변의 음식이나 오브제로 인격화된 캐릭터를 창조해 흥미유발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구사한다. 개인적으로 작명의 달인이라고 불러주고 싶다.
여기는 루프탑으로 저멀리 보이는 작품은 '진달래& 박우혁의 두개의 조각'이다. 가로 4미터가 넘는 거대한 광고판과 같은 형태의 작품은 빨간색과 파란색의 대비, 반복되는 기하하적인 도형을 통해 두 개의 큰 규칙과 질서를 드러낸단다. 예술작품인지 모르고, 첨 봤을때는 에어컨 실외기 가림막인 줄 알았다. 실제로 바로 뒤에 실외기가 있기도 했고, 미술관이니 가림막 하나도 작품처럼 만들었을거라고 지레짐작했다.
더위가 한풀 꺾인 듯 싶지만, 여름은 여름이다. 바로 다음 코스로 이동하려다가,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카페사비나에서 시원한 커피로 충전 중이다. 인스타 이벤트로 받은 스댕 빨대. 세척법과 주의사항이 잘 나와 있다. 그런데 세척솔을 자주 교체해주라는데, 자주는 며칠, 몇주, 몇달 중 어느 것일까? 참고로 지난 6월에 스댕 빨대를 구입했지만, 세척솔은 아직 교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비나미술관 관람시간은 10시부터 18시 30분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무료 관람이 가능한데, 홈페이지에 사전 신청을 해야 한다. 은평구 진관동 자주 오는 동네가 아니니, 온 감에 여기저기 둘러봐야 한다. 두번째 코스는 진광동하면 떠오르는 곳, 진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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