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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푸 (Winnie-the-Pooh)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꿀을 좋아하는 빨간 티를 입고 있는 푸, 당연히 디즈니에서 만든 캐릭터인 줄 알았다. 원작이 따로 있을 거라는 생각, 전혀 못했다. 컬러풀한 그림과 영상을 기대했는데, 흑백사진 아니 흑백 그림뿐이다. 익숙한 곰돌이 푸, 낯선 Winnie the Pooh. 기대와 많이 달랐지만, 진짜 푸(pooh)를 만났다. 안녕~

 

올림픽공원 내에 있는 소마미술관

올림픽공원에 가자고 맘 먹었을때부터 소마미술관은 필수 코스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어렵고 무거운 작가의 전시회가 아니라 추억 속 캐릭터인 곰돌이 푸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디즈니 캐릭터 속 곰돌이 푸를 생각했기에, 내 이름은 빨강머리앤 전시회처럼 영상도 보고 귀여운 캐릭터들에 대한 다양한 작품을 보겠구나 했다. 하지만 제1 전시관으로 들어가자마자, 예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된다.

안녕, 푸는 국내 최초로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의 위니 더 푸 오리지널 드로잉 소장품을 선보이는 특별 전시다.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와도 같은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디즈니 캐릭터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곰돌이 푸가 처음 탄생한 역사적 순간을 마주하는 놀라운 경함과 함께 우리가 푸를 처음 만났던 어린 시절 순순한 추억속으로의 시간여행을 선사할 거다.

팜플렛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만약 곰돌이 푸를 예상하고 왔다면, 살짝 또는 많이 실망할 수 있다. 왜나하면 안내문에도 나와 있지만, 드로잉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할인없이 15,000원 다 냈는데, 제대로 못 알아본 나의 실수다. 고로 누굴 탓하지 말고, 내 탓이다. 

 

가장 컬러풀했던 첫번째 전시물

전시회는 '인기쟁이 곰(1전시실), 우리가 소개되고(2전시실), 어떤 이야기일까?(3전시실), 묘사의 기술(4전시실), 푸 세상에 나오다(5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제1 전시실 첫번째 작품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다. 푸와 관련된 다양한 기념품 또는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어릴때 갖고 있던 곰돌이 인형, 무서운 꿈으로부터 지켜주는 용감하고 씩씩한 친구였는데, 녀석과의 만남(크리스마스 선물)은 기억나는데 이별의 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한낱 인형이 지켜줄 수 없다는 걸 알게된 그 즈음에 자의반 타의반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던 거 같다. 

 

쿵쿵쿵 / 1926 / 곰돌이 푸 제1장 얖면
크리스토퍼 로빈의 방 그리고 푸와 그의 친구들
밀른 가족

곰돌이 푸 이야기는 디즈니가 아니라 1924년 밀른의 첫번째 책 우리가 아주 어렸을때에서 시작됐다. 밀른의 리드미컬한 문장과 쉐퍼드의 생동감 있는 그림은 발표와 동시에 큰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가족 사진을 보고서야 알았다. 곰돌이 푸는 원작이 따로 있었구나. 그리고 미키마우스(1928년생)처럼 이름을 막 부르면 안되겠구나. 1924년생이니 올해 95세로 푸할아버지다. 참고로 우리가 아는 테디 베어 인형은 미국 대통령 테오로드 테디 루즈벨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나는 더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을거야 / 막 태어나는 푸, 이요르, 피글렛
100에이커 숲

밀른과 쉐퍼드는 크리스토퍼 로빈과 푸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이 등장하는 주요장소들을 표시한 100에이커 숲의 지도를 만들었다. 저 지도만 있으며 로빈과 푸 그리고 친구들의 집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야기의 대부분도 주로 숲에서 일어난다. 여기서는 그림만 전시되어 있지만 영상을 볼 수 있는 3전시실에서 지도는 큰 몫을 담당하게 된다. 

 

제 2전시실은 작가 A.A.밀른과 E.H.쉐퍼드에게 모든 작품 속 영감의 원천은 그들의 아들과 그들의 곰돌이 인형이다. 위니 더 푸는 밀른의 아들 크리스터퍼 로빈이 가장 좋아하던 인형이고, 이요르, 피글렛, 캉가, 루, 타거는 그의 놀이방 장난감 군단이다. 

 

"Do you think it's a woozle?" / 1926 / 곰돌이 푸 제 3장
"이리와봐 티거 어렵지 않아" / 1928 / 푸 코나에 있는 집, 제 4장

푸스틱(Poohsticks) 놀이는 다리 위에서 동시에 나뭇가지를 떨어뜨린 뒤 다리의 반대편으로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강물을 따라 가장 먼저 흘러내려오는 나뭇가지의 주인이 이기는 놀이다. 푸가 앞발에 퉁겨져서 강물로 떨어진 솔방울이 강물을 따라 흘러가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발명한 게임으로 푸 코너에 있는 집 6번째 이야기 속에서 나온다.

자꾸만 디즈니 속 곰돌이 푸가 생각나는 바람에, 원작이 너무 낯설다. 언제쯤 추억속 만화 곰돌이 푸가 나올까? 모든 전시가 다 원작으로만 채워져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는데, 결과는...

 

아주 작은 모니터로 통해, 너무나도 익숙한 빨간 티를 입고 있는 곰돌이 푸가 등장했다. 그런데 원작에서 푸는 옷을 입고 있지 않다는 사실, 전혀 몰랐다. 3전시실은 영상을 볼 수 있는 곳이므로 사진은 담지 않았다. 1, 2 전시실을 보면서 내내 불편했다. 이유는 원작에 대해 너무 몰라서다. 아까봤던 100에이커 숲은 뭘까? 기대했던 디즈니 장면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던 차, 3전시실에서 그 갈증이 조금 해소됐다. 물론 디즈니 영상은 아니지만, 원작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4전시실 묘사의 기술

푸 이야기를 만든 이가 밀른이라면, 이야기에 그림을 더한 이는 쉐퍼드다. 밀른은 간결한 단어와 쉽게 편안한 대화는 패러디와 풍자에서 시작해 역설과 절제된 표현에 이르기까지 재치있게 글을 썼다면, 쉐퍼드는 천재적인 텍스트 해석 능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삽화는 책의 성공을 이끌었다.

 

11시가 다 됐네, 푸가 행복하게 말했다. / 1928 / 푸 코너에 있는 집, 제1장.
장화를 당기도 또 당기고... 그리고 처음으로 만난 이는 래빗이었다 / 1926 / 곰돌이 푸, 제8장

4일만에 남의 집 찬장에 있는 꿀을 다 먹어치운 푸. 그에게 남은 건, 걱정뿐. 꿀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푸 앞에 꿀단지가 보여준 티거가 잘못한 것일수도... 그림은 보고 느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제5전시실 옆에는 기념품샵이 있지요.

5전시실 앞에 있는 포토존. 드디어 디즈니 캐릭터를 만나는 건가 했다. 전시회에 올때, 요런 그림을 상상하면서 왔지만, 현실은 온통 흑백뿐.

 

5전시실 입구에 있는 푸와 친구들 / 푸와 크리스토퍼 로빈
피글렛, 이요르, 티커
아울, 캉가
래빗, 투
그리고 꿀을 찾아 나무 위를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 푸

디즈니 만화를 기대했건말, 온통 원작 속 삽화뿐이다. 액자는 큰데 그 속에 담긴 작은 그림을 하나하나 다 보려면 눈이 무지 아플 거 같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하면 나만 손해이니 전진이다. 

 

그래서 그는 냇가 중간의 돌에 앉았다 / 1928 / 푸 코너에 있는 집, 제4장
그들은 오랫동안 아래에 있는 강을 바라 보았다 / 1928 / 푸 코너에 있는 집, 제6장
크리스토퍼 로빈은 나무에 있고, 피글렛과 푸가 올려다 보는데 / 1926 / 곰돌이 푸, 제3장
시끄러운 왱왱 소리가 들렸다 / 1926 / 곰돌이 푸, 제1장

그래서 크리스토퍼 로빈은 한 주 동안 그러한 책을 읽었다(1926, 곰돌이 푸, 제2장) 분명히 꿀이겠지만 암튼 푸는 무언가를 먹기 위해 나무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한다. 나오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되자, 살이 빠지길 기다리면서 로빈은 푸가 심심할까봐 책을 읽어준다.

 

곰돌이 푸 초판

1950년대로 오면서 흑백에서 칼라로 달라졌다. 디즈니 만화에서 곰돌이 푸는 빨간티를 입고 있지만 원작은 그렇지 않다.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미키마우스가 푸에게 빨간티를 선물해주는 그림을 찾았다. 아마도 원작과 차이를 주기 위해 디즈니에서 빨간티를 설정한 거 같다.

 

푸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고... 그의 옆에는 10개의 꿀병이 수작업 교정지 / 1970 / 쉐퍼드
'푸 코너에 있는 집' 마지막 장 / 1928 / 쉐퍼드

하지만 물론 진짜로 안녕은 아니다. 숲은 언제나 그 곳에 있으니까... 누구든 곰들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라면 그걸 발견할 수 있겠지.(알란 알렉산더 밀른)

 

예상과 다른 전시회라서 살짝 당황했지만, 진짜 위니 더 푸를 만나고 싶어졌다. 저 두권의 책이라도 먼저 읽고 왔더라면 원작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을텐데, 사긴을 되돌릴 수 없으니 이제라도 책을 읽어야겠다. 현재 아리랑 11권을 읽고 있으니, 태백산맥을 잠시 내려놓고 곰돌이 푸부터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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