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예술가 미켈란젤로 특별전 | 디지털로 만나는 천재의 작품 (in M컨템포러리)
언제쯤이면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올해는 힘들테고 아무리 빨라야 내년이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했는데,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으로 이탈리아에 가고 싶다. 신의 예술가 미켈란젤로 특별전을 보고나니 더 절실해졌다. 디지털로 사전답사는 제대로 했으니, 이제 남은 건 직관이다. 그날이 어서 오길 바라면서 논현동에 있는 M컨템포러리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 박물관, 미술관 방문은 자연스럽게 뜸해졌다. 그나마 영화관은 6~7번 정도 갔지만, 박물관과 미술관은 작년에 딱 한번씩 갔다. 박물관은 임시휴관으로 방문 자체가 어려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가 됐을때 서울역사박물관에 갔다. 하지만 미술관은 지난해 1월 강남모던 걸을 보러 M컨템포러리에 가고는 끝이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신의 예술가 미켈란젤로 특별전이다.
미켈란젤로는 다비드나 피에타 등 조각작품 아니면 최후의 심판같은 천장화가 대부분인데 작품들을 한국으로 어떻게 가져 왔을까? 천장화를 뜯어 올 수도 없고, 조각작품 역시 이동 중에 혹시 모를 충격으로 손상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특별전을 할까 궁금했는데, 전시관 입구에 친절하게 이런 안내문이 있다. <미켈란젤로의 원작도 있나요? 그의 작품은 주로 이동이 어려운 벽화이거나 건축의 일부인 대리석 조각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어 실제로 운반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진짜 작품은 하나도 없이, 디지털로 복원한 작품으로 특별전을 만들었다고 한다.
예상은 했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이번 특별전은 사전답사다. 코로나19 이후 첫 해외여행으로 이탈리아에 가면 가장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죽기 전에는 꼭 가야겠다. 미켈란젤로의 작품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는 21세때 바쿠스를 제작하면서 유명한 조각가가 되길 꿈꿨다. 방탄소년단 뮤비에도 나오는 로마의 피에타는 24세때 제작을 했고, 29세에는 다비드(1504년)는 완성했다.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는 4년(33~37세)에 걸쳐 그가 혼자 힘으로 완성한 거대 벽화다. 시스티나 예배당의 제단화 최후의 심판은 5년(61~66세)이 걸렸고, 30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하는 대작이다.
미켈란젤로에게 조각이란, 돌 속에 갇힌 인물들을 해방시키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나는 대리석 속에 갇힌 천사를 보았고 그가 차가운 돌 속에서 풀려날 때까지 돌을 깎았다" 그는 카라라 지역의 대리석을 선호했는데, 이곳의 대리석은 로마시대로부터 결점 없는 백색의 아름다움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전시된 조각 연장 옆에는 조각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나온다. 망치와 작은 연장만으로 엄청난 작품을 만들어내다니, 그는 천재가 아니라 진짜 신이 아니었을까 싶다.
미켈란젤로는 13살 나이때 당시 유명 화가였던 기를란다요의 화실에서 본격적으로 그림연습을 시작했다. 16세기 화가들은 드로잉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화가라는 직업은 손을 사용해서 머리는 쓰는 직업보다 천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들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예술이 머리로 창조하는 과정임을 강조하기 위해 드로잉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도 600여점의 이상의 드로잉을 남겼다.
왼쪽부터 큰 망토를 입고 왼쪽을 돌아보는 세 남성 / 성 제롬 / 애도하는 여성. 모두다 디지털 복원 작품이다.
최후의 심판을 완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드로잉을 작업했으며, 전체적인 장면의 드로잉은 현재 6점이 전해진다고 한다. 이외에 수백에 달하는 나체 인물들이 뒤엉켜 등장하는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한 세부 드로잉이 여러 점 남아있다. 그는 신의 모습을 따라 인간이 창조되었다면 인간에게도 그 신성이 깃들어 있으며, 이상적인 인간의 신체야말로 신성의 구현이라 생각했다.
최후의 심판 습작과 날고 있는 천사 습작. 연습이라기 보다는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한 습작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바쿠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이다. 미켈란젤로는 월계관을 쓴 바쿠스가 한 손에 술잔을 들고 입으로 가져가려는 순간을 포착했다. 그의 다른 한 손에는 짐승 가죽이 들려있다. 짐승 가죽은 포도 또는 술에 대한 욕망이 곧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상징한다고 한다. 3D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장점이랄까? 작품이 알아서 회전을 하기에 가만히 서 있으면 된다. 현장감은 떨어지지만,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자세히 볼 수 있다.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의 중앙쪽으로는 창세기에 나오는 아홉 장면이 이어진다고 한다. 이 장면들을 세 개씩 세 묶음으로 나누면, 첫번째는 천지장조다. 두번째는 아담과 이브가 창조된 뒤 그들이 타락해 낙원에서 추방되는 장면이고, 세번째는 노아의 이야기다. 아홉 개의 장면들은 예배당의 제단 끝에서부터 예배당 입구까지 시간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는데, 예외가 있다면 일곱번째 그림이다. 노아의 번제는 시간상 대홍수 뒤에 오기 때문이다.
로마의 피에타는 24세의 미켈란젤로를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이라고 한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으로, 마리아가 십자가에 못박히고 내려온 아들의 시신을 무릎 위에서 안아보면 느끼는 슬픔을 말한다. 작품이 대중에게 공개된 당시에는 찬사보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컸다고 한다. 어머니와 아들의 인체 비율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정면에서 작품을 바라보면 마리아의 무릎은 너무나 크고, 예수의 신체는 너무나 왜소해 보인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이 비율을 의도했다고 한다. 원래 땅바닥에 두려고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위쪽에서 보는 시선을 고려해 작품의 디테일을 구성했던 것이다. 이는 미켈란젤로가 본 작품을 위해서 내려다 보게 될 신의 시점을 고려한 것이라 논의되기도 했다고 한다. 안내문에는 위에서 본 사진이 나와 있는데, 위치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그저 놀랍다.
최후의 심판은 세상의 종말에 그리스도가 지상에 다시 나타나 전 인류를 심판해 구원한다는 성경의 내용이다. 시스티나 예배당에 제단화로 그려진 작품으로 교황 클레멘트 7세의 주문으로 제작됐다고 한다. 당시 61세의 나이로 작업을 시작해 66세에 완성했다. 가로 약 14미터, 세로 약 12미터의 벽에 30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하는 대작이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작품이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시스티나 에배당의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은 시기가 약 20~30년 가량 차이가 나는 만큼 명확하지 않은 작품의 공간감, 인물들의 터질 듯이 부풀어 있는 근육 등에서 매너리즘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최후의 심판이 완성된 후, 보기 민망하게 노출된 성기들은 신랄한 비판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기독교의 최고 중심지에 있는 예배당의 제단 벽이 마치 로마시대의 대중 목욕탕을 연상시킨 사태에 사람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20년의 걸친 논란 끝에, 미켈란젤로가 죽은지 4일 뒤, 그의 제자 중 한 명이 인물들의 허리에 천을 그려 넣음으로서 외설 문제는 끝이 났다.
다비드는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동쪽 지붕에 두고자 했기에 성당의 운영회는 그의 손과 머리를 크게 제작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완성된 다비드는 거대한 남성의 누드여서 대성당에 두기에 부적절해, 베키오 궁 앞으로 옮겨졌다. 이렇게 성당에서 궁으로 장소가 변경됨으로써 다비드의 신학적 의미는 정치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오랜시간 피렌체 시민들에게 다비드는 작지만 강한 승리의 인물로서, 교황과 황제의 세력을 견제하고 도시의 독립을 지킨다는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다비드는 성경에 등장하는 어린 양치기로, 여기서 그는 어깨에 돌팔매를 멘 비장한 표정으로 거인 골리앗과의 전투가 시작 전임을 알리고 있다. 다비드에는 진지하고 엄격하며 긴장된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그는 양미간을 찌푸리고 손등의 핏줄을 보여줌으로써 거대한 적을 앞에 두고 생겨나는 두려움과 이를 다잡고 맞서려는 용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영상으로 봐도 완벽함과 웅장함에 말을 할 수가 없는데, 직접 가서 보게 된다면 어떨까? 사전답사는 충분히 끝냈으니, 어서 빨리 그날이 오길 기도해야겠다. 그나저나 이탈리아에 가면 미켈란젤로말고도 꼭 봐야하는 작품들이 겁나 많을텐데, 이탈리아에서 한달 살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까칠한시선 >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석파정 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16) | 2022.04.28 |
---|---|
살바도르 달리 | 콧수염이 매력적인 괴짜 천재를 만나다 (in DDP 디자인 전시관) (21) | 2022.02.11 |
마크 디온의 한국의 해양생물과 다른 기이한 이야기들 | 바다의 눈물 (in 바라캇 컨템포러리) (19) | 2021.09.30 |
뮤지엄 오브 컬러 | 익숙함에서 오는 특별함 (in 63아트미술관) (16) | 2021.05.11 |
넥스트 아트 필립 콜버트전 | 복잡한데 어렵지 않아 (in 세종문화회관) (7) | 2021.03.30 |
강남모던-걸 | 스스로 오늘을 살아간 최초의 여성들 (in M컨템포러리) (24) | 2020.01.14 |
안녕, 푸(Winnie-the-Pooh) | 익숙함과 낯설음 사이 (in 소마미술관) (12) | 2019.10.02 |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 | 귀여운 소녀 우리의 친구 (in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20) | 2019.09.05 |
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 | 미안해 그리고 지켜줄게 (in 사비나미술관) (24) | 2019.08.20 |
안봐도 사는데 지장없는 전시 | 일상이 예술이야 (in 석파정 서울미술관) (14) | 2019.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