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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동 당인가마라탕 | 마라탕 첫만남

혼자서는 절대 가능하지 않기에, 지인 중 중국음식을 잘 먹는 그녀과의 만남을 학수고대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몇 번 불발됐고, 마라탕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커져만 갔다. 그날이 왔고 드디어 먹었다. 신정동에 있는 당인가마라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몸에서 열이 난다.

 

sonyrx100mk6 촬영

마라탕이 확실히 대세가 맞긴 하다. 주택가 작은 골목에도 마라탕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생겼으니깐. 두명의 주인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둘 다 우리나라 사람은 아닌 거 같다. 중국어는 겁나 유창, 우리말은 살짝 서툴. 한달에 한번 만나는 월간친구는 중국음식의 고수다. 중국에서 먹은 음식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우리식 중국음식과 달리 난생 첨보는 음식뿐이었다. 그런 그녀가 자주 가는 곳이라니, 너만 믿고 따라갔다. 

개인적으로 마라탕은 훠궈의 간편식이 아닐까 싶다. 훠궈도 아직인데, 워밍업으로 마라탕부터다. 나름 조사를 해보니, 마라탕은 청양고추의 매운맛과 다른 얼얼한 맛이라고 한다. 매움과 얼얼의 차이는 뭘까? 

 

4인 테이블이 4개 정도 있다.

양꼬치도 있지만, 마라탕을 먹으러 왔으니 마라탕과 얼얼한 입을 달래주는데 꿔바로우(15,000원)가 좋다고 해서 같이 주문했다. 꿔바로우는 월간친구의 취향대로 흑초를 과다하게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새콤함을 넘어 시큼함으로~, 이게 정통이라고 한다.

 

먹을만큼 알아서 담아야 함.
새우, 주꾸미, 버섯 / 고추, 청경채
가래떡, 당명과 면들 그리고 목이버섯 / 배추, 시금치, 숙주, 고사리, 건두부, 중국당면 

메뉴판(100g 1,600원)에도 나와 있듯, 마라탕은 속재료를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냉장고가 작아서 일까? 재료가 다양하지 않은 거 같은데,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월간친구는 채소는 거의 안 넣고, 면과 고기만 넣어서 먹는단다. 이날만은 생초보를 위해 채소를 듬뿍, 해물도 종류대로 중국 당면에 고수까지 다채롭게 담았다. 이렇게 담아서 주인장에게 갖다주면, 무게를 잰 후 바로 조리에 들어간다. 아직 먹기도 전인데, 식당에 들어왔을때 부터 풍기던 마라탕의 향, 엄청난 고난이 예상된다. 

 

자차이는 좋아하지만, 볶음땅콩은 그닥 즐겨 먹지 않았는데, 이날은 예외였다. 볶음땅콩을 이리도 좋아했는지, 예전에는 정말정말정말 미처 몰랐다.

 

마라탕 오리지널 등장
마라탕에 완자는 필수란다.

자고로 마라탕이라면 고추기름이 둥둥 뜨는 새빨간색이어야 하는데, 나가사키짬뽕에 고추가루를 살짝 푼 정도랄까? 잔뜩 긴장했던 어깨가 스르륵 내려왔다. 원래는 좀 더 강하게 조절을 할 수 있는데, 처음인 나를 위해 월간친구가 배려를 한 것이다. 냄새는 확실히 기존에 먹었던 한국식 중국음식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게 진짜 중국음식이다라는 느낌을 준다. 

 

마라탕 맛을 제대로 보려면 소고기보다는 양고기
쫄깃한 중국당면
산초기름, 흑초, 무지 매운맛 소스 등등 취향대로 더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된다. 

가장 먼저 국물부터 맛을 봤다. 음~ 오리지널이라서 그런가? 맵지도 얼얼하지도 않다. 생초보가 먹기 딱 좋다. 그런데 마라탕은 원래 이런 음식인걸까? 맵고 얼얼함은 느껴지지 않는데, 엄청 짜다. 국물만 먹어서 그런가 싶어 양고기를 먹었는데, 여전히 짜다. 매운맛이 강할수록 짠맛은 덜 느껴진다고 한다. 원래대로 단계를 높게 해서 먹었더라면, 짠맛이 덜 났을까? 예상치 못한 짠맛에 멘붕이 왔다. 

혹시 매운맛을 추가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에는 짜고 맵다. 나만 그런가 싶어 그녀에게 물어보니, 살짝 그런 거 같단다. 아무래도 내 혀가 짠맛에 무지 민감한가 보다. 그런데 마라탕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국물보다는 내용물에 주력을 하고 있다. 탕이지만, 마치 샤브샤브를 먹듯 건더기 위주로 공략을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국물부터 먹은 내실수인 듯 싶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음식을 먹으면, 맛이 있다 없다가 바로 나오는데, 마라탕은 맛이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 설명하기 참 난해한 맛이다. 이래서 한번 더 먹어보고, 또 먹어보고 그렇게 중독이 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마라탕 특유의 향이 모든 재료를 다 지배하고 있어, 재료 본연의 맛을 찾고자 한다면 어렵다. 산초기름이나 매운맛 소스로 맛의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역시 고수는 고수다. 개인적으로 고수를 좋아해서 살짝 과하게 넣었더니, 강하디 강한 마라향 위에 고수가 있다. 마라탕 맛만을 즐기고 싶다면, 고수는 안 넣는 게 좋을 거 같다. 

 

옆테이블 마라탕 습격 (양해를 구한 후 촬영)
둘이서 먹는데 그릇 크기는 우리의 2배

우리가 먹은 마라탕에 비해 훨씬 더 진하고 강하다. 국물을 먹어봤는데, 지금까지 느껴지지 않았던 얼얼함이 팍 치고 들어온다. 아하~ 이게 마라탕이로구나. 매운 닭발을 먹을때는 입술 주변이 따가울 정도로 맵다. 그에 비해 마라탕은 목넘김이 부드럽다고 할 정도로, 입술이 붓거나 따갑지 않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식도와 위가 뜨거워진다. 이래서 얼얼하다고 했구나 싶다.

 

꿔바로우

얼얼함을 잡기위해 먹은 꿔바로우는 엄청난 뜨거움과 함께 지금까지 먹어본 적이 없는 시큼함이 숨어 있다. 마라탕을 내취향에 맞게 약하게 해줬으니, 꿔바로우는 그녀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 처음도 아닌데, 이런 꿔바로우 처음이다. 

 

담달 아침 화장실 가는게 두려워서 요거트로 속을 달랬다.

마라탕이 다욧음식인가 싶을만큼 얼마먹지 않았는데 배가 부르다. 낯선 음식이다보니, 깨작깨작 모드였는데 포만감 만땅이다. 배가 부르다고 말까지 했는데, 식당을 나와 4천보 정도 떨어져있는 마트까지 걸어가던 중 허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초여름 저녁답게 선선한 바람이 불었는데도 땀이 나고 덥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위가 아픈데, 마라탕은 위에서 열이 난다. 그 열이 위로 올라오니 더울 수 밖에 없었던 거다. 아무래도 여름보다는 추운 겨울에 먹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니깐. 마라탕, 낯선 음식이면서 신기한 음식이다. 그런데 또 먹고 싶은 생각은 아직은 없다. 만약에 마라탕을 먹고 싶은 그런 날이 온다면, 그때는 가장 강하게 먹어봐야겠다.

 

네이버에는 지도등록을 했던데, 다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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