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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천동 메트르아티정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내가 임마 느그 서장이랑~" 자루우동을 먹었던 다케다야도 같은 동네였지만, 암튼 그 남천동에 왔다. 요즘은 빵천동으로 더 알려졌으니, 갈 곳은 정해졌다. 여러 빵집을 두루두루 가려고 했으나, 프랑스 셰프가 있는 빵집 메트르아티정만 갔다.

 

우동을 먹고난 후, 여유롭게 광안리 바다를 보고 있지만 사실은 2차를 물색중이었다. 3시간을 알차게 써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태종대로 갔을텐데, 비가 오니 볼거리보다는 먹거리에 집중했다. 부산까지 왔으니 혼술을 해야겠기에, 얼마 전 이웃님 블로그에서 본 복국집이 생각났다. 전화를 했더니, 마침 영업 중이란다. 그래 결심했어~ 

하지만 마을버스를 탔고, 4정거장을 지나 남천1동주민센터 정류장에서 내렸다. 약하게 오던 빗줄기가 거세지는 바람에 가까운 빵천동으로 향했다. 비도 오는데 모르는 동네를 헤메기 싫으니깐. 사전 조사가 부족했고, 00단길, 00수길처럼 골목에 빵집이 연달아 있거나 골목마다 빵집이  있는 줄 알았다. 빵천동문화1번가라는데, 빵집이 여기 뿐이다. 한 곳이 더 있었지만 그집은 휴무.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빵집이 모여있지 않고 여기저기 넓게 퍼져있단다. 걸어서 2~3분 거리가 아니라, 10분은 훌쩍 넘는단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비까지 오니 빵집순례는 포기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메트르아티정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고소하고 달달하며 즉각적으로 침샘을 폭발하게 만드는 빵냄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디퓨저로 만들어 소장하고 싶다.' 메트르아티정(Maitre Artisan)은 장인이란 뜻으로 프랑스인 쉐프 기유 다미앙의 빵집이라고 한다. 프랑스 비릉제분사(Minomoteie Viron)의 직수입 밀가루를 100% 사용하며, 르방(천연발효종)을 사용한 건강빵과 프랑스 정통 제과제빵을 만드는 곳이다.

 

한때 허세가 다분히 있던 시절, 빵맛도 모르면서 바게트를 즐겨 먹었던 적이 있었다. 먹는다에 집중하기 보다는, 바게트가 들어있는 길다란 종이봉지를 들고 있는 내모습에 취했다. 빵은 부드러운 속만 파먹고, 나머지는 버리기 일쑤였다.

 

프랑스어로 초승달을 의미하는 크루아상(croissant)

크루아상 전문 빵집이라고 해도 될만큼, 참 많다. 오리지널부터 초코, 호두, 블루베리, 피스타치오, 쇼콜라 등등등. 우리 동네빵집이라도 하나씩 다 먹어볼텐데 아쉽다.

 

호밀빵은 딱딱해서 싫어~
앙증맞은 빵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머랭은 웬지 과하게 달 거 같아~
마카롱(좌) / 에클레어(우) 

처음에는 모형이 아닐까 했다. 타르트가 이렇게 예뻐도 되는 것일까? 먹기 아까울 거 같아, 바라만 봤다. 

마카롱과 다쿠아즈는 둘다 프랑스 프로방스의 대표적인 머랭과자라고 한다. 다쿠아즈는 아몬드나 개암으로 만든 머랭과 힙트크림, 버터크림을 이용해 만든 디저트로, 아몬드가 들어있어 단 맛이 강한 마카롱과는 달리 견과류 향이 나서 더욱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데, 요걸 먹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냥 냉장고에 있던 디저트 중 유일하게 안 먹어본 거라서 골랐다.

 

어느 빵집에 가도 식빵은 꼭 있지만, 잘 사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식빵만 먹은 적이 없고, 쨈이나 버터가 기본으로 따라와야 하기에 귀찮아서다. 옥수수식빵과 밤식빵은 빵만 먹어도 좋은데, 다른 식빵은 빵맛 모르는 1인이라서 거시기(?)하다.

 

처음 왔으니 크루아상은 오리지널로, 엄청난 단맛이 예상되지만 처음본 산딸기 다쿠아즈에 까늘레는 생김새가 독특해서 골랐다. 그리고 어른이니깐, 우유보다는 커피를 선택했다. 편하게 앉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전날 산 스댕 빨대 개시도 하면서 그렇게 한시간이 넘도록 있었다.

 

산딸기 다쿠아즈

부드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인데, 와우~ 엄청나게 달다. 마카롱은 그나마 작아서 한입에 털어먹으면 그만인데, 다쿠아즈는 한입만이 안되는 크기다. 오랜만에 느껴본 극강의 단맛이다. 분명히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누가 몰래 설탕을 과하게 넣었는지 이날 커피는 무지 달달했다. 이름도 생김새도 독특해서 고른 까늘레는 우리 술빵이 프랑스로 넘어간 게 아닐까 싶다. 촉촉한 빵이라는데, 비때문인지 눅눅해서 먹기 불편했다. 

 

본연의 맛을 봐야 하니 오리지널로

지금껏 먹어봤던 크루아상은 진짜 크루아상이 맞나? 단면을 보자마자, 이게 바로 크루아상이로구나 했다. 전체적으로 크게 베어 물기보다는, 한겹 한겹 떼어내서 먹을때가 더 좋았다. 남천동으로 우동만 먹으러 갔는데, 앞으로는 우동 먹고 광안리 바다 구경하고 크루아상으로 마무리를 해야겠다. 이렇게 좋았으면서, 왜 추가 구입을 하지 않았을까? 한산했던 빵집에 갑자기 손님이 몰렸고, 복잡하고 번잡해서 그냥 나온 거 같다. 부산으로 언제 갈지 모르는데, 크루아상 맛이 자꾸만 생각난다.

 

부산역 공사는 대체 언제쯤 끝나는 걸까? 태종대 수국도 이제는 많이 폈을텐데, 또 다시 가고 싶으당~ 너무 짧아서 아쉽지만, 나름 부산 남천동 먹코스를 발견했다는 거에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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