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 발빠닭 건대점
매운맛에 대해 강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버려야 할 거 같다. 요즘 동심 유발 애니메이션을 자주 봐서 그런지, 사람이 착해졌나 보다. 닭발 한입 먹고 주먹밥, 계란찜, 양배추 샐러드에 물까지 배터지는 줄 알았다. 안녕~ 그동안 마이 매웠다. 건대입구 먹자골목에 있는 발빠닭이다.
먹자골목이니 식당이 많은 건 당연지사다. 그런데 문제는 딱히 갈만한 데가 없다는 거다. 폭풍검색을 하면서 골몰을 누비고 다녔지만, 죄다 마케팅스러운 글들뿐이다. 검색을 포기하고 촉을 믿기로 했다. 1시간이 넘도록 골목골목을 헤집고 다니다, 보자마자 딱 멈췄다. 닭발을 좋아하지만, 즐겨먹지는 않는다. 너무 맵기도 하고, 혼자서 먹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는 있는 법, '그래 이 집이다.'
발빠닭, 이름이 독특해서 주인장의 작명센스가 좋구나 했다. 체인점인 줄 몰랐는데, 부산에서 올라왔단다. 부산과 대구에 매장이 많다는데, 검색을 해보니 부산 00점이 참 많다. 여기는 건대직영점이다.
닭발을 먹을때 계란찜과 주먹밥은 필수다. 왜냐하면 매운맛을 잡아야 하니깐. 그리하여 발세트(28,000원)를 주문했다. 혼자 먹기에 과한 듯 싶으나, 가능할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리한 도전이었는데, 왜 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멀미(몬스터VR테마파크에서 나온 후)로 인해 정신이 살짝 나갔었나 보다.
집에서 해먹으면 진짜 맛이 없는데, 밖에서 먹으면 계속 손이 가는 케찹 더하기 마요네즈 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샤토 녹색이와 치킨무, 뻥과자가 나왔다. 뼈 없는 닭발이 먹기 편하지만, 개인 취향은 뼈이므로 비닐 장갑이 같이 나왔다. 오랜만에 혼술을 해봅시다~
참치마요와 날치알 중 기름짐보다는 담백함이 나을 거 같아서 날치알 셀프 주먹밥을 골랐다. 혼술이니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되지만, 주인공을 기다리는 동안 할일도 없고해서 만들어봤다. 너무 큼직하게 만들어서 결국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주인공은 닭발인데, 자꾸만 계란찜에 시선이 꽂힌다. 주문을 할때 양이 많다고 들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커다란 뚝배기 가득 넘치다 못해 흐를 거 같은 계란찜이다. 매운 닭발 하나 잡아보겠다고, 안매운 녀석(?)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결론은 배만 부르고 매운맛은 잡지 못했다.
분명히 불닭볶음면 정도라고 했는데, 너무 많이 겁나게 맵다. 매운맛 속 달큰함도 있고, 불맛도 느껴진다. 그도록 애타게 먹고 싶었던 닭발을 드디어 만났는데, 한 닭발 두 닭발 세 닭발을 먹은 후 급격하게 전투력이 떨어졌다.
순두부처럼 물이 많은 계란찜일 줄 알았는데, 수분감은 제로 달걀과 치즈 그리고 옥수수로 꽉 찬 계란찜이다. 주인공은 닭발이지만, 자꾸만 너에게로 관심이 쏠린다.
오동통한 닭발을 계속 몰고 가야 하는데, 매운맛은 누적이 되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떨어졌다. 맵부심이 있다고 믿었는데, 오늘로 없음이 밝혀졌다.
나름 최선을 다해 반 정도 먹었는데, 더이상은 무리다. 닭발만 먹으면 배가 부르지 않아 다 먹을 수 있었을텐데, 매운맛 잡겠다고 치즈계란찜에 날치알 주먹밥까지 너무 많이 먹었다. 결국 소화제를 먹고야 말았다. 부대찌개에 이어 닭발도 혼밥용은 아닌 거 같다. 아는 사람들과 뒷담화를 네번쨰 안주삼아 먹었더라면, 더 먹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생각해보니, 닭발 혼밥은 이번이 첨이다. 역시 닭발은 혼자보다는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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