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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동 아소비바

오랜만에 갔더니, 1인 메뉴판이 사라졌다. 도장깨기를 막기 위한 주인장의 전략이 아닐까 사뭇 의심이 된다. 그리고 갈때마다 메뉴가 늘어난다. 도장깨기는 실패지만, 설렘은 있다. 익숙한 곳에서 새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마포 도화동에 있는 아소비바다.

 

추웠던 겨울에서 봄이 가고 여름이 오니, 테이블이 밖으로 나왔다. 저기에 앉아서 혼술을 하면 참 좋을텐데, 부끄러움이 많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1인 메뉴판이 사라졌다. 주문은 기존의 메뉴판으로 하며 되고, 혼술일 경우 금액은 1/2이다. 자주 왔는데도 불구하고 사시미를 먹은 적이 없다. 생선구이와 생선찜도 궁금하지만, 1인 사시미(15,000원)를 주문했다. 

늘 웃음을 줬던 '시바 노트' 대신 개새 노트로 바꿨다. 원래는 그냥 노트인데, 시바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개새를 넣었단다. 여기서 개새는 Dog와 Bird다. 즉 욕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도 시바가 더 좋았는데, 어디가면 살 수 있을까? 

 

1인 사시미와 초밥 등장이오.

소박하게 담아나온 1인 사시미. 왼쪽은 도미회, 오른쪽은 광어회다. 활어회는 아니고 숙성회다. 광어는 보들보들 부드럽고, 도미는 부드러움과 쫄깃함이 조화롭다. 도미 한번, 광어 한번 그렇게 왔다갔다 하면 된다. 그런데 정중앙에 3점만 있는 넌 누구냐?

줄돔이다. 선어회가 맞나 싶을정도로 쫄깃함이 엄청나다. 몸값이 비싼 이유를 알 거 같고, 왜 3점만 나왔는지도 알 거 같다. 광어와 도미도 엄청 좋았지만, 줄돔 앞에서는 참 많이 작아 보인다.

 

이 집 와사비 엄청시리 톡 쏜다. 정말 조금만 넣었는데, 코가 뻥 뚫리고 눈물이 찔끔 난다. 처음에 이런 줄 모르고 먹던대로 넣었다가 식겁했다. 아소비바에서 와사비는 쬐금만~

 

그냥 밥이 아니라, 초밥이다. 숟가락에 적당히 담아서, 와사비와 간장을 추가한다. 그리고 도미회 한점을 올린다. 회로만 먹을때도 좋았지만, 탄수화물은 진리다. 밥의 달달함과 와사비의 알싸함 그리고 도미의 풍미가 더해지니 녹색이를 아니 부를 수 없다. 

기름지고 꼬들꼬들한 광어 지느러미는 회도 좋지만, 초밥이 더 좋은 거 같다. 사시미도 먹고, 스시도 먹고, 셀프 초밥 괜찮다.

 

 

같은 날은 아니고, 며칠이 지난 후 다시 갔다. 왜냐하면 혼술하기 좋은 곳을 새로 물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혼술을 멀리하다보니, 가던 곳만 가게 되는 거 같다. 지난번에 회를 먹었으니, 이번에는 생선구이 아니면 생선찜을 먹으려고 했는데, 주인장의 추천으로 멘치카츠를 주문했다. 참고로 멘치카츠는 메뉴판에 없다. 비주얼은 딱 고로케인데, 아무래도 속살을 봐야 녀석(?)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거 같다. 

 

육즙이 보글보글

기존에 먹었던 멘치카츠는 반으로 잘라 나와서 육즙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아소비바의 멘치카츠는 통으로 나왔다. 반으로 가르기 위해 젓가락으로 윗부분을 살짝 눌렀다. 압력에 의해 눌린 곳은 밑으로 꺼졌는데, 무언가가 보글보글 올라온다. 무색의 액체인데 물이 아니라 육즙이다. 다진 고기를 뭉친 후 육즙이 도망가지 못하게 막고 튀겼내니, 갇혀있던 육즙이 압력에 의해 솟구친 거다. 육즙을 잔뜩 먹고 있는 멘치카츠는 처음이다. 여기에 진한 육향에 양파의 단맛까지 개발중이라는데 곧 메뉴판 한자리를 차지할 거 같다.

 

서비스로 준 연어회까지 야무지게 먹고 일어났다. 육즙을 가든 품은 멘치카츠, 정식 메뉴가 되면 또 먹으러 가야겠다. 이런 육즙, 정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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