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동리장
어제에 이어 또 도화동이다. 요유베이커리와 동리장은 서로 마주보고 있다. 주출몰지역에 빵집에 밥집겸 술집이 한곳에 모여 있으니,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에 한가지 소원만 들어주는 바람돌이처럼, 하루는 빵 먹으러, 또 하루는 애호박술국과 애호박전 먹으러 동리장에 갔다.
이름만으로 여관, 목욕탕으로 착각한다면 오산이다. 동리장은 남도식 애호박찌개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지난번에 비해 뭔가 달라진 느낌, 숨은찾기 시작이다. 우선 창문이 달라졌다. 휑했는데, 할머니의 마음과 바른 식재료라는 글이 적혀있다. 그런데 저 창문, 실제 창문이 아니다. 다 먹고 나오니 해가 졌는데, 창문은 여전히 대낮같았기 때문이다. 새마을 모자와 웬지 태엽을 감아야 할 거 같은 시계는 그대로다.
해우소로 가는 문이 자개장으로, 없던 교련복과 교복 그리고 딱지까지 생겼다. 메뉴판도 뭔가 뉴트로스럽게 변했다. 이번은 혼자가 아니고, 밥인듯 밥아니 술 한잔하러 왔으니 애호박술국(17,000원)을 주문했다.
요즈음 레트로가 아니라 뉴트로라고 한다던데, 여기가 바로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뉴트로에 맞게 녹색이 아니 파랑이는 진로이즈백. 어~ 그런데 분홍소시지가 없다. 밥을 주문하면 기본찬으로 나오지만, 술국에는 안나온단다. 그렇다면 분홍소시지(2,000원)를 추가 주문했다.
둥둥둥~ 기름이 참 많은 거 같지만, 느끼하지 않다. 그만큼 돼지고가 많이 들어있다는 의미다. 바글바글 끓이면 깊은맛은 더더더~
술국에는 밥은 없지만, 대신 감자면이 나온다. 술국에 처음부터 넣어서 먹어도 된다지만, 내용물을 좀 먹은 다음에 넣어서 먹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1/2 정도 삶아서 나오니 살짝 끓이면 되지만, 너무 오래 끓이면 퍼질 수 있다.
진짜 소시지는 아닌데 분홍소시지는 참 매력있다. 특히 계란 옷을 입히면 더더욱 맛있어진다. 매일 먹거나 직접 해먹으면 질리는데, 남이 해주는 음식 중 라면 다음으로 계란 옷입은 분홍소시지를 좋아한다.
뻘건 국물 속에 두툼한 애호박과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있다. 물론 비계도 많이 들어 있지만, 살코기도 많다. 보기와 달리 맵지 않고, 기름이 많은데도 깔끔하다. 담백함은 아니지만, 술국답게 파랑이를 술술 부르는 맛이다.
말랑말랑 감자면에 두툼한 고기를 함께, 역시 탄수화물은 필수다. 공깃밥을 주문할까 말까 했는데, 감자면으로도 충분하다. 접시에 있을때는 양이 적은 줄 알았는데, 둘이서 먹기에 많지도 적지도 않고 적당하다.
맥주 한잔을 더하겠다는 지인, 그렇다면 애호박전 먹어야 한다는 나. 애호박전이라면 둥글게 썰어 계란옷을 입혀 부치는 줄 알았는데, 어슷썰기한 애호박과 생새우가 들어있다. 건새우로 해도 좋을 거 같은데, 식감은 생새우가 더 좋으니깐. 밀가루(부침가루)는 재료를 붙여주는 역할만 하기에 밀가루 맛은 거의 안난다. 애호박이 기름을 만나니 더 달달해지고, 여기에 새우가 더해지니 자꾸만 손이 간다. 늙은 호박에 비해 애호박을 더 좋아했는데, 앞으로 더더욱 좋아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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