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 로드 | 염리동 마포낙지한마리수제비
비가오면 그사람이 생각나야 하는데, 수제비가 생각난다. 장마철이 왔으니, 콩국수가 아닌 수제비를 먹으러 갔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 커다란 우산까지 들고 갔건만, 오라는 비는 안오고 습도만 만땅(?)이다. 염리동에 있는 마포낙지한마리수제비다.
수제비에 낙지 한마리가 퐁당~ 상호명은 길지만, 뭘 먹어야하는지 고민따윈 하지 않게 만든다. 장마철이니깐 수제비, 몸보신이 필요한 여름이니깐 낙지다.
혼밥을 할때는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서 간다. 배고픔을 참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적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참고로, 혼자는 아니고 먼저 와 있는 혼밥러가 있었다. 혼자 먹을테지만, 외롭지는 않을 거 같다.
낙지한마리수제비가 메인인 듯 싶은데, 단일 메뉴는 아니다. 수제비 전문점이라기 보다는, 해산물을 전문으로 하는 곳인 듯 싶다. 들어오기 전부터 뭘 먹어야할지 정했기에, 메뉴판은 그저 촬영을 위해서 봤을 뿐이다. "낙지수제비한마리(7,000원) 하나 주세요.."
시원한 열무김치에 어묵볶음이 기본찬으로 나왔다. 칼국수를 먹을때는 갓담근 겉절이가 좋고, 수제비를 먹을때는 잘 익은 열무김치가 좋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하얀 쌀밥같은 보리밥은 많이 봤는데, 거무튀튀한 보리밥은 처음이다. 혹시 꽁보리밥? 테이블이 있는 참기름향이 많이 나는 고추장과 열무김치를 조금 올려 쓱쓱 비빈다. 양이 많지 않으니, 5~6숟갈이면 끝이다.
보리비빔밥을 막 먹으려고 하는데, 수제비가 나왔다. 입에 넣기 전이라 다행이다. 다시 내려놓고, 카메라를 들었다. 옹기같은 그릇에 담겨져 나온 수제비, 김이 모락모락 난다. 낙지는 어디있을까? 부끄러운지 국물 속에 숨었다. 하지만 어설픈 성격(?)탓에 완벽하게 숨지는 못했다.
낙지 한미리가 맞긴 한데 너무 쬐깐하다. 테이블에 가위가 있던데, 굳이 장비를 쓸 필요가 있을까 싶다. 둘이라면 모르겠지만, 혼밥이니 든든한 치아를 이용할 생각이다. 한입에 다 넣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맛을 오래오래 즐기고 싶으니 아껴먹기로 했다.
국수를 먹을때는 후루룩이라고 한다. 그럼 수제비를 먹을때는 꿀떡이다. 몇번 씹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쏙 넘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식감은 쫄깃보다는 야들야들하고 부들부들이다. 모양은 불규칙적이지만, 전체적으로 얇고 넓다.
낙지의 다리는 8개인데, 왜 6개일까? 혹시 누가 몰래... 적당히 잘 익은 낙지, 요정도 크기라면 10마리는 뚝딱 해치울 수 있는데, 한마리라서 아쉽다. 청양고추가 있는지 살짝 칼칼하지만, 전체적으로 깔끔 담백이다. 여기서 녹색이는 처음처럼이가 아니라 애호박이다.
먹고 있을때 비가 내리면 진짜 분위기 깡패일텐데, 습도만 높을뿐이다. 장마가 시작된 거 같으나, 거센 빗방울은 좀 더 기다려야 하나보다.
칼국수보다 수제비를 더 좋아하지만, 밖에서 먹었던 적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엄마표 수제비가 훨씬 맛있기 때문이다. 날이 선선해지는 장마철이면, 감자와 오뎅이 들어있는 수제비를 늘 먹었는데 요즈음... 칼국수를 하는 곳은 많은데, 수제비를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이제는 집에서 먹을 수 없으니, 콩국수 로드에 이어 수제비 로드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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