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인천 논현동 남동공단떡볶이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인천 3대 떡볶이 중 한 곳에 갔다. 바쁜 점심시간임을 감안해도 사람이 겁나 많다. 특히 연령대가 다양하다. 떡볶이를 즐겨먹지 않을 거 같은 중년 아저씨에 직장인, 커플, 엄마들까지 떡볶이 먹으러 많이 다녔지만, 이런 곳은 또 처음이다. 인천 논현동에 있는 남동공단떡볶이다.

 

어찌하다보니 가장 바쁜 점심시간에 도착을 했다. 한산해지면 다시 올까 했지만, 딱히 갈만한 곳이 없어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평일 점심시간에도 줄을 서야 하는데, 주말은 얼마나 붐빌까? 34번 번호표를 받았는데, 29번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 들어간다. 기다리면서 주변에서 하는 소리가 엿 아니 들려왔다. "바쁠때 혼밥을 하면 합석을 하라고 하잖아. 그런데 여기는 4인 테이블을 혼자 앉아도 괜찮아." 다른 말은 귀 속으로 들어왔다가 곧바로 나갔지만, 요 말만은 밖으로 나가기 전에 뇌로 보내버렸다. '당당하게 혼밥해도 되겠구나'했다.

 

영업시간이 나와 있지만, 식자재가 부족하면 조기에 영업이 종료된단다. 매주 일요일은 휴무다.

원래 줄서서 기다리는 거 싫어하는데, 여기말고 갈만한 데가 없으니 기다렸다. 20분이 흐르고, 차례가 됐고 안으로 들어왔다. 혼자라서 4인 테이블에 앉기 부담스러웠는데, 다행히 2인 테이블이 있다. '옳다구나.' 

 

주문을 하기 전, 주변 테이블을 쓰윽~ 스캔했다. 김밥과 떡볶이는 기본으로 있고, 추가로 냉면, 순대, 만두가 있다. 그런데 그냥 떡볶이가 아니라 쫄볶이를 먹고 있다. 김밥, 떡볶이, 오뎅, 쫄면이 먹고 싶었으나, 혼자 왔으니 김밥(2,000원)과 쫄볶이(3,500원)를 주문했다. 그나저나 가격을 보고 있는데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진장 착하다. 전메뉴를 다 먹어도 32,500원이다.

 

어묵국물과 물은 셀프

김밥이 먼저 나오고, 잠시후 쫄볶이가 나왔다. 오기 전에 폭풍검색을 하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떡볶이 양념이 순수하니 참 맑다. 워낙에 매운 떡볶이가 대세이다보니 낯설다. 비주얼만 보면, 맛있음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줄서서 먹는 곳이니,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순수한 떡볶이에 이어 김밥 역시 순수 그 자체다. 요즘은 밥보다 내용물이 많은 김밥이 대세인데. 공단떡볶이는 시간이 멈춘 거 같다. 아무래도 그냥 먹는 거 보다, 떡볶이 양념을 덕지덕지 발라서 먹어야 할 듯싶다.

 

진하디 진한 양념에 치즈, 소시지 요즘은 치킨까지 들어있는 떡볶이가 있다는데, 떡볶이란 음식의 초창기 모습이 아닐까 싶다. 길쭐한 밀떡에 조그만한 넙데데 오뎅 그리고 고추장은 매운맛이 아니라 색감으로 사용한 듯하다. 쫄볶이대신 떡볶이를 주문할 걸, 쫄면으로 인해 떡볶이 양이 너무 적다.

양념이 약해서 밀떡 특유의 냄새가 날 거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하나도 안난다. 대신 말랑 쫄깃 식감이 좋다. 면치기를 하듯, 밀떡을 후루룩 끌어 올리면 가볍게 입안으로 들어온다. 이때 양념도 함께 따라오는데, 이게 또 묘하다. 비주얼로는 양념이 덜 된 거 같았는데, 떡볶이 맛이 제대로 난다. 단맛은 과하지 않고, 매운맛은 없는데, 알 수 없는 끌림이 있다. 이런 걸 감칠맛이라고 하나보다. 다양한 연령대에 줄서서 먹는 이유, 먹어보니 알겠다. 

 

다양하게 먹으려고 쫄볶이를 주문했는데, 아무래도 그냥 떡볶이를 먹어야 했다. 떡볶이에 최적화되어 있는 양념이라 사리추가는 계란만 해도 될 거 같다.

이렇게 먹으라고 일부로 김밥을 살짝 부족하게 만들었나보다. 
삶은 달걀은 개당 500원.

고소한 노른자까지 더해지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매운 떡볶이를 먹은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텐데, 워낙 자극적이다보니 이 맛을 잊고 있었다.

 

둘둘둘 남았을때, 찰칵. 어느새 다 먹어버렸고, 그래서 슬프다. 자주 올 수 없는 곳인데, 배가 불러 추가주문도 못하고 아쉽고 아쉽다. 그렇게 모든 음식을 남김없이 야무지게 다 먹었다. 집에서 가려면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1호선에, 인천1호선 그리고 수인선까지 1시간 40분이 걸린다. 포장이 있지만, 집에서 먹으면 그 맛이 안날 거 같다. 순수한 떡볶이 먹으러 남동공단에 갈 핑계를 만들어야겠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