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논현동 남동공단떡볶이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인천 3대 떡볶이 중 한 곳에 갔다. 바쁜 점심시간임을 감안해도 사람이 겁나 많다. 특히 연령대가 다양하다. 떡볶이를 즐겨먹지 않을 거 같은 중년 아저씨에 직장인, 커플, 엄마들까지 떡볶이 먹으러 많이 다녔지만, 이런 곳은 또 처음이다. 인천 논현동에 있는 남동공단떡볶이다.
어찌하다보니 가장 바쁜 점심시간에 도착을 했다. 한산해지면 다시 올까 했지만, 딱히 갈만한 곳이 없어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평일 점심시간에도 줄을 서야 하는데, 주말은 얼마나 붐빌까? 34번 번호표를 받았는데, 29번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 들어간다. 기다리면서 주변에서 하는 소리가 엿 아니 들려왔다. "바쁠때 혼밥을 하면 합석을 하라고 하잖아. 그런데 여기는 4인 테이블을 혼자 앉아도 괜찮아." 다른 말은 귀 속으로 들어왔다가 곧바로 나갔지만, 요 말만은 밖으로 나가기 전에 뇌로 보내버렸다. '당당하게 혼밥해도 되겠구나'했다.
원래 줄서서 기다리는 거 싫어하는데, 여기말고 갈만한 데가 없으니 기다렸다. 20분이 흐르고, 차례가 됐고 안으로 들어왔다. 혼자라서 4인 테이블에 앉기 부담스러웠는데, 다행히 2인 테이블이 있다. '옳다구나.'
주문을 하기 전, 주변 테이블을 쓰윽~ 스캔했다. 김밥과 떡볶이는 기본으로 있고, 추가로 냉면, 순대, 만두가 있다. 그런데 그냥 떡볶이가 아니라 쫄볶이를 먹고 있다. 김밥, 떡볶이, 오뎅, 쫄면이 먹고 싶었으나, 혼자 왔으니 김밥(2,000원)과 쫄볶이(3,500원)를 주문했다. 그나저나 가격을 보고 있는데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진장 착하다. 전메뉴를 다 먹어도 32,500원이다.
김밥이 먼저 나오고, 잠시후 쫄볶이가 나왔다. 오기 전에 폭풍검색을 하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떡볶이 양념이 순수하니 참 맑다. 워낙에 매운 떡볶이가 대세이다보니 낯설다. 비주얼만 보면, 맛있음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줄서서 먹는 곳이니,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순수한 떡볶이에 이어 김밥 역시 순수 그 자체다. 요즘은 밥보다 내용물이 많은 김밥이 대세인데. 공단떡볶이는 시간이 멈춘 거 같다. 아무래도 그냥 먹는 거 보다, 떡볶이 양념을 덕지덕지 발라서 먹어야 할 듯싶다.
진하디 진한 양념에 치즈, 소시지 요즘은 치킨까지 들어있는 떡볶이가 있다는데, 떡볶이란 음식의 초창기 모습이 아닐까 싶다. 길쭐한 밀떡에 조그만한 넙데데 오뎅 그리고 고추장은 매운맛이 아니라 색감으로 사용한 듯하다. 쫄볶이대신 떡볶이를 주문할 걸, 쫄면으로 인해 떡볶이 양이 너무 적다.
양념이 약해서 밀떡 특유의 냄새가 날 거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하나도 안난다. 대신 말랑 쫄깃 식감이 좋다. 면치기를 하듯, 밀떡을 후루룩 끌어 올리면 가볍게 입안으로 들어온다. 이때 양념도 함께 따라오는데, 이게 또 묘하다. 비주얼로는 양념이 덜 된 거 같았는데, 떡볶이 맛이 제대로 난다. 단맛은 과하지 않고, 매운맛은 없는데, 알 수 없는 끌림이 있다. 이런 걸 감칠맛이라고 하나보다. 다양한 연령대에 줄서서 먹는 이유, 먹어보니 알겠다.
다양하게 먹으려고 쫄볶이를 주문했는데, 아무래도 그냥 떡볶이를 먹어야 했다. 떡볶이에 최적화되어 있는 양념이라 사리추가는 계란만 해도 될 거 같다.
고소한 노른자까지 더해지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매운 떡볶이를 먹은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텐데, 워낙 자극적이다보니 이 맛을 잊고 있었다.
둘둘둘 남았을때, 찰칵. 어느새 다 먹어버렸고, 그래서 슬프다. 자주 올 수 없는 곳인데, 배가 불러 추가주문도 못하고 아쉽고 아쉽다. 그렇게 모든 음식을 남김없이 야무지게 다 먹었다. 집에서 가려면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1호선에, 인천1호선 그리고 수인선까지 1시간 40분이 걸린다. 포장이 있지만, 집에서 먹으면 그 맛이 안날 거 같다. 순수한 떡볶이 먹으러 남동공단에 갈 핑계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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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와 김밥은 웬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맛나 보입니다.. ^^
떡볶이와 김밥 ..궁합이 잘 맞는것 같습니다.
왠지 추억의 맛잇걸 같아 보이는군요.
침 넘어 갑니다.^^
떡볶이는 완전 매워야 맛있는데... 좀 안매워보이네요...ㅎㅎ
이 근처 어딘가에 저희 처가가 있다는... 잘 보고 갑니다.
우와 좋은데요
저는 매운 것을 못 먹어서 저런 떡볶이가 반가워요.
초등학교 앞 떡볶이집 같은 그런 떡볶이요ㅋㅋㅋㅋ
요새는 거의 먹고 죽자 급의 매운 떡볶이가 많다보니 저런 스타일의 떡볶이는 갈수록 보기 힘들더라고요ㅠㅠ
떡볶이,,,1시간 40분 어마어마한데요~
저는 어렸을 때 문방구에서 먹었던 접시 떡볶이가 가끔 생각나요.
초록 그릇에 담겨있던 떡볶이, 그리고 달걀 하나가 너무 맛있었거든요.^^
떡볶이가 너무 맛있겠어요. 출출하네요^^
포스팅 잘 보고 공감 꾹 누르고 갑니다.
행복한 금요일 저녁 보내세요^^
가격이 정말 착하네요^^
오호 가격도 저렴한 옛날식 떡볶이를 파는 곳이 있었군요. 저도 이런 떡볶이 좋아하는데 살짝 멀지만 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
어릴 때 학교 앞에서 100원 동전으로 먹던,

정말 맛나게 먹은 순수한 떡볶이가 생각이 나네요!
아직도 2000원에 1인분을 먹을 수 있는 떡볶이가 있다니~
새삼 놀랍습니다. ㅎㅎ
이곳 남쪽은 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창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기분좋게 하는 금요일 밤이네요.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떡이 더 길쭉하군요.
ㅎㅎ
맛나게...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휴일 되세요^^
떡볶이랑 김밥을 보니 학교앞 분식점 느낌이에요..
저는 떡볶이는 단순한게 좋더라구요...^^
연령대가 다양하다고 하니 착한가격도 한몫을 하겠지만
맛을 잘 살렸나봐요~
요즘 입맛이 쭉~ 떨어져서 고민이에요.
무엇을 먹어야 입맛이 살지, 떡볶이도 좋은 대안일까요?
내일을 고민해봐야 하겠네요~^^
쫄볶이가 추억속 옛 비주얼의 떡볶이와 닮아있는데 감칠맛이 참 좋군요.
매워보이지도 않고 감칠맛의 이런 떡볶이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참 맛있게 잘써주셔서 맛이상상이갔네요ㅎ김밥이 너무 비었는데,,,하고있었는데ㅎ한번경험해보고싶군요
보기엔 정말 평범해 보이는데...@_@ 평가를 보니 정말 맛있나보네요. 어떤 맛일지 궁금해져요.
김밥 떡볶이 계란노른자 삼합이 맛있어보이네요.
ㅎㅎㅎ 완전 본전까지 다 뽑고 오셨군요. 당당하게 혼밥하셨군요. 네.. 그래야죠. 기다려서 먹었던 보람이 느껴지는 포스팅이네요. 그러고보니 양파님 떡뽁이 참 좋아 하시나 봅니다. 앞에 보니 떡볶이 글이 또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