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 코끼리만두
비빔 군만두라는 음식이 있는데, 일반적인 군만두에 새콤한 샐러드를 곁들이면 된다. 납작 만두를 그렇게 먹었던 적이 있다. 쫄면과 군만두를 각각 먹어본 적은 많지만, 같이 먹은 적은 이번이 첨인 듯싶다. 수원 여행의 마지막 팔달문시장에 있는 코끼리만두다.
화성행궁에서 약 800미터 거리에 팔달문시장과 수원화성박물관이 있다. 방향이 같으면 좋을 텐데, 반대방향이다. 박물관도 가고 싶은데 배가 몹시 많이 고프다. 머리는 박물관인데, 몸이 지맘대로 팔달문시장을 향해 걷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코끼리만두를 제일 먼저 갔더라면, 수원화성은 시작도 못했을 거 같다. 시장으로 가기 위해 공방 같은 골목을 걸어가는데, 수원화성으로 가는 진입로가 나왔다. 그런데 아까 걸었던 화서문과 달리, 여기는 가파른 오르막에 엄청 많은 계단을 올라야 화성 성곽길을 걸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사서 고생할 뻔했는데, 팔달문에서 시작하지 않고, 화서문에서 시작하기 정말 잘한 거 같다.
1978년에 영업을 시작했다는 코끼리만두다. 보용만두와 보영만두도 유명하다는데, 세 곳 중 어디 갈까 하다가 화성행궁에서 가장 가까운 코끼리만두로 왔다.
만두 사이즈에 살짝 당황을 했다. 처음에는 마트에 파는 고향만두를 튀겼나 했는데, 자세히 보니 직접 만든 만두가 맞다. 군만두라 쓰고 튀김만두라 불러도 될 듯싶다. 도톰한 만두피에 비해 속은 꽉 차지 않았으나 한입에 먹기 좋을 만큼 아담한 만두다.
면이 보이지 않을 만큼 콩나물과 양배추가 수북하다. 젓가락으로 한번 휘젓으니, 숨어있던 양념과 면이 나타났다. 이제 남은 건, 왼손으로도 좋고, 오른손으로도 좋고, 양손으로도 좋은 비빔이다. 국물을 조금 추가하면 수월하게 비빌 수 있다.
양배추에 콩나물까지 아삭함은 배가 됐으며, 탱글탱글한 쫄면은 양념을 만나 쫄깃 새콤달콤하다. 매울까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군만두와 쫄면을 같이 주문한 이유는 이렇게 먹기 위해서다. 기름 먹은 군만두와 쫄깃 아삭한 쫄면은 아니 좋을 수 없다. 라면과 김밥처럼 탄수화물 폭탄이지만 포기할 수 없는 맛이다. 쫄면 양이 많은데, 여기에 만두까지 더하는 바람에 결국 쫄면을 남겼다. 그런데 포장이 안 되는 쫄면 대신 만두를 남길걸 후회했다.
든든하게 먹고 수원화성박물관으로 갈까 했지만, 배부르면 만사가 귀찮다. 대신 가까운 곳에 있는 통닭거리로 향했다. 팔달문시장의 테마가 왕이 만든 시장이라더니, 조형물이 옥새다.
정조의 건배사 불취무귀. 이는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실제 취해서 돌아가라고 한 말이 아니라 자신이 다스리는 백성들 모두가 풍요로운 삶을 살면서 술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주겠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그런데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 꽐라(?)가 될 때까지 마신 사람들도 있었을 거 같다.
남수문은 수원천이 화홍문에서 남쪽으로 흘려 내려와 성곽과 다시 만나는 지점에 만든 수문이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 지난 역사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유실된 지 90년이 지난 2012년에 제 모습을 찾았단다. 건너편으로 가면, 다시 성곽길을 걸을 수 있는데 걸을까? 배가 부르면 만사가 귀찮아진다.
남수문을 지나면 바로 수원 통닭거리가 나온다. 동네에 있는 배달 위주의 치킨집들이 다닥다닥 있는 줄 알았는데, 건물마다 하나씩 있다. 쫄면 대신 통닭을 먹을 걸 후회가 됐다. 그래서 포장을 하려고 했으나, 진공 포장이라면 모를까? 통닭 냄새와 함께 지하철을 탈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다시 팔달문으로 왔다. 지금은 수원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다. 목표했던 수원화성 한 바퀴는 못했지만, 이번이 끝이 아님을 알기에 곧 다시 놀러 올 생각이다. 그때는 수원화성박물관에도 가고, 통닭도 먹고, 방화수류정을 시작으로 수원화성을 다시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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