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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 수원화성

가벼이 생각한 내 실수다. 수원화성 한바퀴는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반나절 코스로 충분히 가능할 줄 알았는데, 저질체력을 갖고 가당치 않은 자만감에 빠졌다. 실수를 인정하고,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가기로 했다. 여름같았던 봄날, 수원화성을 걷다.

 

여기가 장안문인 줄 알았는데, 화서문이라네.

수원화성도 처음이지만, 수원으로 여행도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이번이 4번째 방문이지만, 그 전에는 다 일때문이었다. 예전에는 차 안에서 바라보기만 했는데, 요번에는 제대로 걸었다. 처음이니 지도앱의 도움을 받아 수원역에서 장안문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역 근처에 정류장이 많아서 헤맸지만 그래도 66버스를 타고 장안문으로 출발했다. 창문 밖으로 성곽의 모습이 보였고, 장안문 정류장이라고 해서 내렸다. 아하~ 여기가 장안문이로구나 했는데, 사진으로 봤던 그 문이 아니다. 이상하다 싶어, 검색을 하니 장안문 화성공원 정류장으로 한 정거정 전에 내렸던 거다. 장안문을 시작으로 한바퀴 돌려고 했는데, 처음부터 삐거덕이다. 그런데 장안문이나 화서문이나 다 같은 수원화성이니, 시작점을 앞으로 당겼다. 그나저나 날씨 한번 기가 막히게 좋다. 

 

서쪽에 있는 문, 화서문

수원화성은 개인적으로 아들같은 임금인 정조가 건축한 성곽이다. 길이는 약 5.7km로 성곽을 따라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화성 축성을 계기로 한국 근대건축이 시작되었다는데, 더 자세한 내용은 검색을 하면 겁나 잘 나와 있다. 아들같다고 한 이유는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와 이름이 같아서다. 중전을 건너뛰고 대비마마가 된 그녀를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애석하고 짠하다. 

 

화성어차라는데 탈까 말까 고민을 아주 잠깐 했다.

오른쪽에 둥글게 뭔가 올라와 있는 건, 열기구다. 이번에는 멀리서 바라만 봤지만, 담에는 한번 타볼까 생각 중이다. 화서문에 올라 장안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따스한 봄날, 태양을 피할 곳은 없지만 작은 우산을 양산삼아 걸어나갔다. 

 

성곽 아래 핀 민들레. 재채기 유발 주의보 발령이다.
북포루. 포루는 군사들이 망을 보면서 대기하는 곳.

여름같았던 봄날, 커다란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은 마치 오아시스 같다. 파스텔 톤의 푸른 하늘과 연한 녹색의 나뭇잎. 그림에 소질도 없으면서, 수채화를 그리고 싶어졌다. 후보정을 하면 그림처럼 만들 수 있다는데, 한번 해볼까나. 

 

화서문에서 장안문까지 그리 멀지 않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벌써 장안문이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성곽을 아무나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군사들이 주둔하고 있으니, 여자는 더더욱 올라가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오를 수 있고, 누구나 걸을 수 있다. 

 

북서적대. 적대는 성문을 공격하는 적을 방어하기 위해 성문 좌우 옆에 있는 치성 위에 세운 시설이다. 4대문 중 장안문과 팔달문 양쪽에만 설치했다고 한다.

 

북서적대에서 바라본 장안문의 모습
장안문 앞으로 나와 있는 동그란 성곽을 걷고 있는 중(좌) /  혹시 정조(우)
북쪽에 있는 문. 장안문

화서문처럼 장안문도 제대로 담고 싶어 밑으로 내려왔다. 참, 수원화성은 관람료가 있다. 성인은 1,000원인데, 수원시와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맺으면 화성행궁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그래서 미리 친구를 맺고 왔는데, 무료 관람이란다. 관광안내소에 수원화성 스탬프 투어를 할 수 있는 용지가 있지만, 10곳을 다 다녀야 한다고 나와 있어 가볍게 포기했다. 

 

화성행궁도 일정에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700미터만 가면 되니 먼저 갈까 했지만, 수원화성 중 가장 가고 싶었던 방화수류정이 더 가까운 듯 싶어 성곽길을 더 걷기로 했다.

 

아무도 없을때 찍었을 뿐, 소풍 나온 어린이집 아이들과 초등학교 아이들 그리고 외국인까지 성곽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생뚱맞게 왠 오리(?)
성곽길을 걷다 말고 뜬끔없이 물이 나와서 깜짝 놀라셨죠.

장안문을 지나 북동적대, 북동치, 북동포루를 지나면, 작은 천이 흐르는 북수문(화홍문)이 나온다. 화성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수원천 위에는 복수문과 남수문 두개의 수문이 있다. 별칭인 화홍문의 화는 화성을 의미하고, 홍은 무지개를 뜻한다고 한다. 

 

별이네 카페에 카메라 가방을 두고, 방화수류정으로 향했다.

여기뿐만이 아니라, 화서문과 장만문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뷰는 화홍문이 가장 좋았다. 앞 뒤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피곤함이 사라졌다. 사실은 카페에 짐을 두고 카메라만 들고 나왔기에 가뿐했다.

 

철쭉길을 따라 마지막 목적지로 향하는 중.
길 참 예쁘당.
동북각루(방화수류정)

꽃이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역시 꽃보다 사람이 더 예쁘다. 한복이 너무 잘 어울려 내국인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들의 대화 소리를 들려오는데 뭔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일본과 중국은 확실히 아니고, 태국 아니면 베트남인 듯 싶은데 확실치 않다. 역시 한복은 누가 입어도 다 예뻐 보인다.

 

방화수류정은 주변을 감시하고 군사를 지휘하는 지휘소와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정자의 기능을 함께 지니고 있다. 방화수류정은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화성에서 가장 뛰어나며 다른 성곽에서는 볼 수 없는 독창적인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하더니, 인정을 아니할 수 없다.

 

오호~ 오호~ 왜 가장 뛰어난 건축물이라고 했는지 알 거 같다. 이런 비경이 숨어있는 줄은 정말정말 몰랐다. 높은 건물이 없었던 조선시대였다면, 지금보다 더 멋들어진 풍경이었을 거 같다. 화성행궁이 아니라, 방화수류정으로 오길 잘했다.

 

파노라마. 확대하면 더 크게 보여요.

조금만 더 가면 열기구를 직접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카페에 두고 온 짐때문에 수원화성 투어는 여기서 마무리를 했다. 애당초 화성 한바퀴를 포기했으니 앞으로 두어번 수원으로 나들이를 갈 생각이다. 카카오 플러스 친구도 됐으니, 관람료는 무료다.

 

내려다 봐도 멋지고, 올려다 봐도 멋지다.

방화수류정에서 내려다 봤으니, 이제는 올려다볼 차례다. 수원화성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가장 보물같은 곳이 아닐까 싶다. 마치 창덕궁 후원같다. 이렇게 멋진 곳을 왜 이제야 왔는지, 늦게 온만큼 더 자주자주 와야겠다.

 

다시 카페로 돌아왔고, 남은 달달한 바닐라라떼를 들이켰다. 생각보다 걸어온 길이 짧아서 성곽길을 더 걸을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두번째 일정으로 잡았던 화성행궁을 가기위해 밖으로 나왔다. 화성행궁은 내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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