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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동 포장마차

여럿이 가면 모를까, 당분간 안녕이다. 느낌 하나만은 진짜 제대로 나는데, 겁나 공개적이다. 천막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절실히 느끼며, 막이 내려올 때 다시 가야겠다. 마포구 도화동(맞은편은 염리동)에 있는 포장마차다.

 

벚꽃이 가고, 푸르름이 찾아 왔다. 서늘했던 날씨는 따뜻을 넘어 더운 기운이 느껴진다. 지난번에 녹지 않아 먹지 못했던 주꾸미 볶음이 생각나, 슬렁슬렁 포장마차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거 같은데, 뭔가 달라졌다.

 

지난번에 갔을때 이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포장마차 천막을 올릴 거야." 말만 들었을 때는 전혀 감을 잡지 못했는데, 이렇게 보니 살짝 당황스럽다. 천막이 있을 때는 아늑하면서 비밀스러운 공간처럼 느껴졌는데, 없으니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 거 같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은 골목이라면 그나마 덜 민망할 텐데, 은근 많이 다닌다. 예상치 못한 광경에 자리를 피할까 하다가, 눈이 마주쳤다. "어서 와요~" "아~네네."

 

어디 앉으면 그나마 덜 민망할까 했는데, 일방통행 골목이 아니니 어디에 앉아도 지나가는 사람과 마주치게 된다. 뷔페에서도 혼밥을 하는 만렙보유자이지만, 이렇게 오픈된 공간은 겸연쩍다. 익숙한 공간인데 지금은 무지 낯설다.

 

왔으니 순서대로 메뉴판을 볼 필요없이 냉장고부터 확인을 한다. 지난번에 녹지 않아서 먹지 못했던 주꾸미를 매콤하게 볶아달라고 했다. 4월은 주꾸미가 제철이니깐. (원산지는 따로 확인하지 못해서 모름.)

 

이슬이가 올랐으니, 처럼이도 오를테지. 막도 오르고, 녹색이도 오르고, 세상 살 맛 안난다. 

아빠 숟가락과 함께 나오는 오뎅국물. 후추 톡톡은 필수다. 메인이 나오기 전에 오이와 함께 한두 잔 정도 마시면 딱 좋은데, 자꾸만 카메라를 들게 된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괜히 아무거나 막 찍고 있는 중이다.

 

주꾸미 볶음(15,000원) 등장. 

적당히 야들야들하고, 적당히 쫄깃하고, 적당히보다 많이 매콤하다. 역시 손맛 하나는 쌍엄지척이다. 좋은 곳을 발견해서 무지 좋아라 했는데, 당분간 안녕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열린 공간에서 혼술은 아직 단련이 안됐기 때문이다. 

 

반 정도 먹고 나니, 국수나 라면사리가 생각났다. 얼얼한 입맛도 달래겸 추가 주문을 할까 했지만, 차마... 막상 지나가는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을 텐데,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도 너무 깊게 빠졌다.

 

착각임을 알면서도 수련이 부족한 탓에 급하게 먹고 마시고 나왔다. 당분간 혼자서는 안녕이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 즉 모기가 극성을 부리기 전에 지인들과 함께 가야겠다. 겨울에 갔을 때는 너무 추워서 혼났는데, 아무래도 포장마차는 겨울이 제맛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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