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경복궁 내에는 박물관이 있다. 입장료도 무료이니 언제라도 갈 수 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중고등학교때 현장학습으로 한번은 갔던 거 같다. 하지만 박물관보다는 궁궐을 더 보고 싶어 대충 관람했었다. 어린 나를 반성하며, 오랜만에 국립고궁박물관을 찾았다.
그해 겨울 이곳은 사람과 사람이 만든 훈훈한 온기로,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그때의 기억은 이제 추억이 됐다. 그나저나 걷고 있을 뿐인데, 왜이리도 뭉클한지, 나도 모르게 울컥.
박물관 계단에서 바라본, 경복궁의 모습. 파란하늘에 있는 하얀 점은, 점이 아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왕조 500년을 거쳐, 대한제국기까지의 역사와 문화를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조선의 국왕, 조선의 궁궐, 왕실의 생활, 대한제국, 궁중서화, 왕실의례 그리고 과학문화로 구분되어 있다. 궁궐내 박물관이라서 규모가 작은 줄 알았는데, 어마어마하다.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창덕궁, 경희궁 그리고 종묘가 하드웨어라면, 국립고궁박물관은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다. 왕들의 삶을 살짝 엿보러, 추울발.
조선의 국왕 전시실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첫 전시물은 임금의 자리로 일월오봉도와 어좌 그리고 용무늬 항아리와 장식용 꽃이 있다. 전시되어 있는 어좌는 태조 어진에 그려진 어좌와 형태, 문양이 동일하다. 일월오봉도는 다섯 개의 산봉우리와 해, 달, 소나무, 물이 그려져 있는데, 왕의 덕을 칭송하고 하늘이 자연을 돌보듯이 국왕을 보호해주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국왕의 면복(구등면복)이다. 국왕이 입는 최고의 예복으로 즉위식과 비를 맞는 가례, 종묘 제례와 조회, 정조에 착용했다. 머리에는 면류관을 쓰고, 곤복을 갖춰 입었다. 곤의에는 국왕이 갖추어야할 덕묵이나 국왕을 상징하는 문양을 그리거나 수놓았다. 용은 최고의 통치자, 불꽃은 빛나는 덕에 대한 열의, 꿩은 화려한 문채, 산은 하늘과 맞닿아 신과 접하는 존재, 술잔은 호랑이 용맹과 원숭이 효행을 본받으라는 의미, 수초는 청결하고 옥같이 맑음, 쌀은 백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제왕의 덕, 도끼는 선약을 분명히 가려내는 강한 결단력, 불은 악을 등지고 선을 향함을 상징한다.
정조의 화성행차를 보기 위해서라도 고궁박물관은 필수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랜 머문 곳이자, 디테일함에 넋을 놓고 바라봤다. 정조 19년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하여 경기도 화성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 현륭원을 참배했다. 음력 윤 2월 9일부터 16일까지 8일간 화성 행차는 반차도, 그림병풍, 의궤 등 다양한 기록물로 전하고 있다. 주요 행사를 그린 기록화 8첩 병풍은 가까이 다가가 꼼꼼히 봐야한다.
영친왕비의 적의다. 적의는 조선시대 여성 최고 신분의 복식으로 조선 말까지 왕비와 왕세자비의 궁중 대례복으로 사용되었다. 영친왕비가 입었던 이 적의는 친애와 해로를 상징하는 꿩과 오얏꽃 무늬로 천을 직조해 장식했다. 원래는 붉은색 비단으로 지었으나, 광무 원년에 왕과 왕비가 각각 황제와 황후로 승격되면서 짙은 청색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사가 제작한 순종황제의 어차다.
영국의 다임러사가 제작한 순정효황후 어차다. 차체에는 대한제국 황실 문장인 황금 오얏꽃 장식을 붙였고, 내부는 오얏꽃이 수놓인 황금색 비단으로 꾸며 황실어차로서 위엄과 화려함을 갖추었다. 전체적인 형태가 마차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 초기 자동차 모델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한다.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초상화이다. 조선시대에는 붉은색 곤룡포를 입었지만, 대한제국을 선포한 이후 황제를 상징하는 황색의 곤룡포를 입고 있다.
환구단에서 제향을 지낼 때 신위를 모시는데 사용한 용 무늬 장식 의자다. 각 모서리마다 도금된 용머리를 장식했으며, 의자의 등받이 부분은 용무늬를 투각으로 장식했다.
덕수궁의 옛이름인 경운궁 현판으로 즉조당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 글씨는 고종의 어필이다.
근대식 연회와 황실 식기. 궁궐 내부와 황실 식기는 여기보다는 석조전에서 봐야 더 와닿는다.
대한제국 황실의 문장은 오얏꽃(자두나무의 꽃)이다. 왼쪽 하단에 있는 원통형 모양은 침 뱉는 그릇이었다고 한다. 그 옆은 오얏꽃 무늬 은제 담배합이다.
안내문을 읽기 전까지는 침전에서 간단하게 세수를 할 수 있는 세수대야와 물을 받는 항아리인 줄 알았다. 뒷줄은 정확히 맞췄으니, 앞줄도 욕실에서 사용하는 도구가 아닐까 했는데, 오물수거통이란다. 이렇게 고급진 백자가 오물을 담는 통이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나무 손잡이가 있는 건 오물수거통이고, 대형 찻잔은 침실용 변기라고 한다.
지하1층 왕실의례에 있는 종묘신실이다. 여기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종묘에 가서 직접 봐야 더 와닿는다.
조선시대 왕의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백성들에게 정확한 시각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세종때 삼국시대부터 이용하던 물시계의 시각 알림 장치를 자동화하고, 스스로 치는 시계라는 뜻인 자격루를 제작했다. 기획은 세종대왕, 제작은 장영실이다. 경회루 남쪽 보구각이라는 전각에 설치해 국가의 표준시계로 삼았다고 한다.
오목해시계는 청동으로 만든 반구형의 해시계로 양부일구하고 불렀다. 세종때 처음 만들어져 사람의 통행이 많은 서울 혜정교와 종묘 남쪽 거리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를 다룬 드라마와 영화가 많고, 궁궐도 자주 다니다보니, 국립고궁박물관은 신기함보다는 친숙함이다. 하지만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전시물이 있으니, 경복궁도 좋지만 국립고궁박물관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조의 화성행차만으로도 충분할테니깐.
내일 예고편. 세계에서 6번째로 작은 국가인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전이다.
2019.01.23 -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 유럽왕실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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