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70m 끊겨있던 덕수궁 돌담길이 열려, 전면개방이 됐다는 기사를 봤다. 영국대사관때문에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됐다고 하니 직접 보고 싶었다. 동네 한바퀴가 아닌 궁궐 한바퀴를 하다.
시작은 대한문 앞에서, 눈이라도 왔다면 들어갔을텐데, 가볍게 지나쳐 옆골목으로 들어간다.
덕수궁 돌담길 한바퀴는 이제부터
센터가 떡하니 비둘기씨가, "바삐 어디 가십니까?" 바로 옆으로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을 괴롭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나보다.
돌담길만 걸으면 재미가 없을 거 같고, 여기까지 왔는데 덕수궁은 봐야할 듯 싶다. 그런데 궁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대한문을 지나쳐 왔다. 하지만 상관없다.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3층에 있는 정동 전망대에 가면, 덕수궁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달 전에 갔다 왔는데, 또 가야하나? 귀찮은데 했다. 그러나 아니 갔으면 평생 후회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순간 심장이 멈춰버렸다. 아니 이곳에, BTS가 있을 줄이야. 셀카 찍는 거 무지 싫어한다. 하지만 사람만 없다면, 개인 소장용으로 각 멤버들이랑 셀카를 하나하나씩 담았을 것이다.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데, 차마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냥 확 들고 튈까? 했지만, 참고로 달리기 겁나 못한다. 실물은 아니지만, 방탄소년단 등신대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다. 고로 오늘은 참 행복한 하루가 될 것이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13층으로 씽~, 카페 다락이자 정동전망대다. 널찍한 통유리에 사람이 많은 이유는, 덕수궁을 볼 수 있어서다.
추운줄도 모르고, 스케이트 타고 싶다. 그런데 운동실력이 마이너스라 못탄다. 고로 멀리서 바라볼 뿐이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현재 스케이트장이다.
정동 전망대에 온 목적
짧지만 즐거웠던 방탄과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돌담길로 돌아왔다.
좁았던 길이 점차 넓어지면서 갈림길이 나온다. 돌담길 방향은 우회전이다. 차가 나오는 2시 방향은 정동길로 덕수궁 중명전 방향이다. 10시 방향은, 생각해보니 한번도 간 적이 없어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서 좌회전을 하면,
서울 시립미술관이 나온다. 미술관 나들이가 아니므로, 건물만 바라봤다.
정동길과 돌담길 사이에는 광화문 연가의 작곡가 고 이영훈 추모 노래비가 있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 그녀의 웃음소리뿐, 그대 나를 보면, 옛사랑, 소녀, 이별이야기, 깊은 밤을 날아서, 붉은 노을, 사랑이 지나가면,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 가을이 오면 등등등 명곡이 아닐 수 없다. 음성지원이 되는 듯, 노래가 들려온다.
자꾸만 옆길로 새는 이유는, 돌담길만 걸으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왼쪽은 미국 대사관저, 오른쪽은 덕수궁 돌담길이다.
쭉 걸어오다보면, 작은 문을 하나 만나게 된다. 바로 고종의 길이다. 이 길을 걷어가면, 구 러시아 공사관이 나온다.
하지만 원래 목적은 고종의 길이 아니라, 궁궐 한바퀴이니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뒤 돌아 멈춰. 영국대사관 철대문으로 막혀있던 돌담길을 지나, 12월에 개방된 돌담길로 가기 위해서는 저곳으로 가야 한다.
건너편에 보이는 새로 지은듯한 돌담은 고종의 길이다.
가을에 왔을때 멋들어진 단풍으로 좋았는데, 겨울에 오니 사람도 별로 없고 쓸쓸하다.
왼쪽으로 접어들면 막다른 길이었는데, 개방이 된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어라~ 지난 가을에 왔을때와 별반차이가 없다. 아니 똑같다. 돌담길을 걸어가려면, 저 검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대관절 전면개방은 뭐지?
설마 가짜뉴스는 아닐텐데 하면서 가까이 다가가니, 이런 안내문이 있다. 자고로 돌담길은 안이 아니라 밖인데, 여기부터는 안으로 들어가서 가야한단다. 전면개방을 한다고 했을때부터 이상했다. 왜냐하면 돌담의 오른쪽은 덕수궁, 왼쪽은 영국대사관이기 때문이다. 둘 중 어디서 개방을 할까 했더니, 덕수궁이다.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데, 무지 불쾌하고 괘씸하다. 돌담길 느낌이 제대로 나려면, 영국대사관 공간이 열려야 하는데...
덕수궁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덕수궁은 입장료를 내고 대한문을 통과해야 들어올 수 있다. 그동안 이 문은 출구이지 입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으로 들어올 수가 있다. 대신 덕수궁 내부로 들어가는 못하고, 이렇게 돌담길을 따라 걷기만 해야 한다. 진정한 전면개방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걸을 수 있다는 거에 만족해야 할 듯 싶다. 현실적으로 영국대사관 공간은 불가능할테니깐.
회화나무
덕수궁 돌담길일까? 영국대사관 돌담길일까?
덕수궁에 들어 왔는데, 고종이 커피를 마셨다는 정관헌에는 들어갈 수 없다.
다시 밖으로 나왔다.
영국대사관이 이렇게나 가깝다니...
전면개방을 하니 좋은 점은, 다시 되돌아 나올 필요가 없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조금만 더 가면 대한문이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뒤를 돌아 광화문으로 간다. 왜냐하면 시간여행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길을 건너니 비로소,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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