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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영국대사관 철대문으로 막혔던 덕수궁 돌담길이 58년만에 개방을 했다. 올해는 전면개방을 한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여전히 막혀있다. 대신 다른 길을 만났다. 새로 조성된 그 길에서 고종의 슬픔이, 눈물이 그리고 두려움이 느껴졌다. 햇살은 참 따뜻했는데, 유독 그 길만은 을씨년스럽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고종의 길을 지나 구러시아공사관에서 다시 돌담길로 그리고 전망대로 향했다.



덕수궁 돌담길의 시작은 대한문에서부터다. 언제나 늘 그랬는데, 올해는 작년에 개방한 곳에서부터 시작했다. 가을이면 항상 붐비는데, 여기은 참 한적하다. 



올 10월말에 전면개방을 한다고 하더니, 아직인가 보다. 덕수궁 주변에는 외국대사관들이 밀집하고 있어, 고종황제는 국제열강의 세력균형을 이용해 일본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덕수궁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나저나 돌담을 같이 쓰고 있다고 해도 될정도 가까워도 겁나 가깝다. 



영국대사관의 임대로 반세기가 넘도록 일반인 통행이 제한되었다고 한다. 100여미터로 2~3분이면 걸을 수 있는 골목길이다. 어찌보면 별 거 아닐 수 있는 길인데, 우리 곁에 오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작년 겨울에 왔을때는 마지막 잎새조차 다 떨어진 나무만 보고 왔는데, 백미는 가을이다. 시립미술관과 정동길로 이어지는 덕수궁 돌담길도 좋지만, 여기에 비해서는 살짝... 전면개방이 되면, 동네 한바퀴가 아니라 덕수궁 돌담길 한바퀴를 하고 싶다. 



기존 돌담길과 만나는 부근에, 처음 보는 길이 있다. 고종의 길이라는데, 순간 아관파천이 생각났다. 혹시, 설마...



8월에 한달동안 임시개방을 했고, 10월에 정식으로 개방을 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짐작했던 그 사건이 맞는 거 같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이듬해, 자신도 그렇게 허망하게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아니다. 일본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암살 위협을 가했을 것이다. 1896년 2월이라면 무지 추웠을텐데, 새벽에 이 길을 걸으며 고종황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고종의 길에는 특이하게도 막다른 길이 있다. 왜 쓸데없이 가지도 못하는 길을 만들었을까 하다가, 혹시 진짜 고종의 길은 바로 이 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종황제는 덕수궁 함녕전에서 러시아 공사관으로 갔을 것이다. 지금은 막혀있는 길이지만, 그당시에는 덕수궁으로 연결된 길이었는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고종황제는 덕수궁에서 나와 이길을 통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향했을 것이다.



고종의 길은 폭 3미터 길이 120미터라고 하던데, 이는 막다른 길에서부터 저기 보이는 문까지의 거리를 말하는 거 같다. 



그당시에는 바로 러시아 공사관이 나왔을테지만, 지금은 정동공원이 나온다. 



구러시아공사관


정동공원 가장 높은 곳에는 6.25때 파괴되고 지금은 3층짜리 전망대만 남아 있는 구러시아 공사관이 있다. 화려한 르네상스 양식 건축물로 정동에서 제일 높은 언덕배기에 있어, 사대문 안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부지였다고 한다. 


아관파천이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왜냐하면 다시 환궁하기까지 1년 동안 머무면서, 러시아를 선두로 한 구미 열강은 왕실을 보호해준다는 대가로 각종 경제적 이권들을 약탈해갔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일본보다 낫다고 할 수 없지만, 결국 우리는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게 된다. 요즘 일련의 뉴스를 보면서,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2년 전 촛불을 들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한가지 확실한 건, 사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막고자 일본에게 사법주권을 포기하겠다는 을사늑약같은 짓을 저질렀을 것이다.  



구러시아 공사관을 나오면, 정동길로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덕수궁 돌담길이다.



웬? 서울시청 서소문청사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덕수궁에 왔다면 여기는 무조건 무조건 필수 코스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엘리베이터를 탄다. 13층을 누른다. 문이 열리면, 우회전을 한다. 카페 다락이 나오고, 커다란 통유리가 보인다. 



덕수궁이 한눈에 똴!! 이런 뷰를 놓친다먼, 나만 손해다. 



덕수궁에서 경복궁 방향으로 가다보면,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나온다. 8층 욕상정원으로 올라가면, 경복궁이 한눈에 뙇!!



덕수궁, 석조전, 덕수궁 돌담길, 고종의 길, 구러시아 공사관, 정동길, 그리고 정동전망대까지 덕수궁을 걸으면 역사를 만나고 왔다. 그런데 엄청난 실수를 했다. 나름 완벽한 줄 알았는데, 을사늑약이 체결된 중명전을 놓쳤다. 1905년 11월 17일 을씨년스럽던 그날, 일본은 우리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조약을 체결했다. 덕수궁 네번째 이야기 11월 17일 커밍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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