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밥이 될 수 없다고 확신하는 밥순이다. 햄버거나 샌드위치 등 빵 속에 고기가 들어가면 끼니로 인정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빵은 빵일 뿐이다. 그나마 좋아하는 빵이라면, 사라다빵, 소시지빵, 찹쌀도나츠 정도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멀리하던 빵을 가까이 하게 됐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에 가면, 무조건 지하 2층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어김없이 버터프레첼을 선택한다.
매장이 바뀌면 어떤 곳일까 관심이 가게 마련인데, 빵집이라 별로 그닥 관심 없었다. 나름 이것도 운명인 걸까? 딱히 빵을 사려고 들어간 건 아니고, 그냥 시간이 남아서 들어갔다가, 녀석(?)을 만났다.
밖에서 볼땐, 몰랐는데 빵종류가 겁나 많다. 이중에서 널 만났으니, 이건 정말 운명이 맞나보다.
케익류도 디따 많은데, 역시 밥순이라 관심은 제로가 아닌 마이너스다.
이학순베이커리에서 밀고 있는 거 같은, 몽블랑. 방송에도 나왔던 거라고 하는데, 역시나 그닥이다. 깜빠뉴는 건강미가 넘실대는데, 맛은 없을 거 같다.
길다란 소시지가 들어 있으며, 겉은 싫어할 수 없는 마늘빵이다. 이름은 갈릭 롱소시지(6,200원), 살짝 비싼듯 싶어 스쳐 지나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한 선택이었다. 옆에 있는 빵은 연유가 들어간 바게트와 보기에도 과한 단맛이 느껴지는 빵이다. 마늘소시지빵에서 흔들리긴 했지만, 나름 잘 지나쳤다.
식빵 종류도 엄청 많다. 빵순이라면, 쟁반이 무거워 다른 쟁반으로 교체했을텐데, 민망하게도 딸랑 집게뿐이다. 빵집에 왠 앰플병이 있나 했는데, 자세히 보니 발사믹소스다. 요거요거 괜찮은 거 같다. 맛없어 보이는 깜빠뉴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는 바게트랑 같이 먹으면 좋을 듯 싶다.
초코여서 넌 제외.
브레첼 속에 우크라이나산 목초버터를 넣었고, 겉에 보이는 하얀 결정체는 굵은 소금이다. 버터프레첼(3,900원)은 독일전통빵이란다.
비주얼은 햄 또는 소시지 같지만, 밧은 전혀 다르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이다. 안에 들어 있는 버터와 함께 먹으면 단맛과 부드러움 그리고 느끼보다는 순수한 맛이다. 하얀결정체를 같이 먹을때에는 완벽한 단짠단짠을 이룬다. 한입 크기로 썰어주면 좋을텐데, 매장 방침인지 썰어주지 않고, 유산지에 돌돌 말아서 포장을 해준다. 모양새가 마치 호일에 싼 김밥 같아서, 호일을 돌돌 벗겨 김밥을 먹듯 그렇게 유산지를 벗끼고 통으로 우걱우걱 씹어 먹는다.
근데 참 신기하다. 그저 빵 하나를 먹었을 뿐인데, 든든함과 포만감이 느껴지고, 밥 생각은 안난다. 사람이 변하면 안된다고 하던데, 암튼 이상타. 인생빵까지는 아니더라도, 밥을 뛰어넘는 빵을 드디어 찾았다. 커피를 더하거나, 우유를 더하면 한끼 식사로 꽤 훌륭하다. 다른 빵에도 관심을 가져볼까 하다가도, 언제나 버터프레첼 하나만 들고 나온다. 한꺼번에 많이 사면 질릴까봐, 나름 속도 조절 중이다. 그래야 오래두고 먹을 수 있을테니깐. 한동안 빵은 오직 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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