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도 일인 요즘, 대충 한끼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때일수록 제대로 잘 먹어야 하는데, 덥고 또 덥고 또 덥기만 하니 대충 먹게 된다. 아침에는 시리얼, 점심에는 빵, 저녁은 캔맥주 하나, 잼없다. 그래서 한끼라도 잘 먹기위해 갔다. 마포역에 있는 아궁이다.
지하철 5호선 마포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마포 한화오벨리스크가 있다. 그 건물 1층에 분식집은 아니고 집밥같은 밥집 아궁이가 있다. 혼밥러들이 자주 오는 곳답게, 혼자 와서 맘놓고 밥을 먹을 수 있게 테이블이 되어 있다. 브레이크타임이 없으니, 2~3시쯤 한가한 시간에 주로 찾는다.
면도 있고, 밥도 있고, 원산지 표시는 국내산이 많아서 좋다. 특히 직접 담그는 백김치는 이집의 별미다. 한끼 식사로 부담없는 가격이다.
제육덮밥 7,000원
기본찬은 그날그날 조금씩 바뀌는데, 백김치는 항상 나오는 거 같다. 제육덮밥이라고 해서, 일반적인 제육볶음인 줄 알았는데, 고기가 다르다. 덮밥이라고 쓰고, 비빔밥이라고 불러야 할 거 같다. 그냥 쓱쓱 대충 비볐는데, 밥과 고기가 서로 잘 어울려졌다. 처음에는 덮밥이니 덮밥처럼 먹으러 했지만, 먹다보면 저절로 비비게 된다. 밥과 제육 그리고 상추와 김가루, 특별하지 않고 소박한데 먹다보면 든든해진다. 함께 나온 아삭한 백김치, 열무김치를 올려서 먹으면 더 좋다.
오징어덮밥 7,000원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육고기보다는 물고기를 더 선호한다. 고로 제육덮밥보다는 오징어덮밥을 더 좋아한다. 이날은 이상하리만큼 매운맛이 먹고 싶었다. 주인장에게 혹시 매운맛 조절이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청양고추를 더 넣어서 해주겠단다. 주방에서 음식이 나오는 순간부터 매운맛이 확 났다. 위가 좀 아프겠구나 싶었지만, 원했던 거다. 덮밥이지만, 역시나 비벼야 한다. 제육과 달리, 오징어덮밥은 계란후라이에 콩나물까지 안 비비면 나만 손해겠구나 싶다.
촉촉한 노른자를 톡 떠뜨린 후, 굳이 야무지게 잘 비빌 필요는 없다. 젓가락보다는 숟가락을 세워서 적당히 비비다보면 지들이 알아서 서로서로 친한척을 하기 시작한다. 밥에 양념이 적당히 묻었다 싶으면, 젓가락은 노노~ 숟가락만을 사용해야 한다. 함께 나온 미역국은 그냥 들고 마시면 된다. 리필이 가능하니, 한번 정도는 더 달라고 해도 괜찮다. 역시 낙지와 오징어 볶음은 매워야 제맛이다.
잔치국수 5,000원
든든하지만 가볍게 한끼를 하고 싶다면, 잔치국수가 딱이다. 너무 진하지 않은 멸치육수에 잘 삶은 국수 그리고 유부, 호박과 당근, 김가루까지 고명이 은근 많아서 좋다. 강하지 않은 간이라 더 좋고, 양이 적은 듯 싶은데 먹다보면 포만감이 느껴진다.
여름이니깐, 계절 메뉴도 먹어줘야지. 냉모밀(7,000원)이다. 면도 면이지만, 다른 내용물이 푸짐해서 좋다. 특히 삶은 계란이 완숙이 아니라 반숙이라서 완전 좋다. 시원한 육수에 와사비와 간무를 넣으면 알싸한 끝맛까지 여름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더 좋은 건, 생각보다 양이 꽤 많다.
먹을데가 많은 마포지만, 한달에 3~5번 정도는 아궁이로 간다. 그만큼 맘에 들어서다. 정갈한 3가지 기본찬에 집밥이 생각나는 메뉴 그리고 설거지하기 힘들겠지만 플라스틱 그릇이 아니다. 작은 반찬 그릇조차 사기그릇이다. 그릇 하나만 봐도 주인장의 정성이 느껴지는 곳이다. 손맛 좋은 주인장이라, 자주 가도 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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