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에는 한 골목에 3곳의 떡볶이집이 모여 있다. 같은 떡볶이인데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 그래서 마포 3대 떡볶이라 불린다. 현재 3곳 중 2곳만 가봤다. 직접 끓여서 먹어야 하는 즉석 떡볶이집은 폭염으로 인해 가고 싶어도 못간다. 언제가는 갈 예정이니, 다녀온 곳부터, 다락과 마포원조 떡볶이 집이다.
서울가든호텔 뒤편으로 가면 작은 골목이 나온다. 골목으로 들어가자마자, 코끼리 즉석 떡볶이와 마포원조 떡볶이 집이 있다. 코끼리는 아직 못간 곳이니 제외. 두 집을 지나 5~7미터쯤 가면 다락이라는 떡볶이 집이 또 나온다. 같은 골목 내에 3곳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어느 한 곳만 유명한 게 아니라 모든 집들이 다 유명하다. 마포 3대 떡볶이는 괜히 나온 말은 아닌 듯 싶다.
마포원조 떡볶이가 어릴적에 자주 가던 학교 앞 분식집 스타일이라면, 다락은 살짝 호프집 느낌이 난다. 요즘같은날 두곳 중 어니가 좋냐고 물어본다면, 다락이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에어컨이 있으니깐.
깔끔한 마포원조에 비해 다락은 메뉴가 참 많다. 특히 음주가 가능하다. 그리고 전골(즉석)로 먹어도 되고, 쟁반(조리가 다 되어서 나오는)으로 먹어도 되니, 선택의 폭이 넓어서 좋다. 마포원조는 단촐하지만, 군더더기없이 딱 필요한 것만 있다. 다락은 사리 종류가 많지만 굳이 추가 주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혹시나 해서 쫄면 사리를 같이 주문했다. 기본이 2인부터라서 혼자가도 2인분을 먹어야 한다. 2인분 쟁반스페셜에 쫄면사리를 추가하니, 7,000원이다. 마포 원조는 모든 메뉴는 다 주문할까 하다가, 혼밥이라서 떡볶이와 김밥 그리고 튀김을 주문했다. 가격은 5,000원이다.
아무리 2인분이라지만, 다락은 혜자롭다. 양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혼자서 저걸 다 먹어야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마포원조는 혼자 먹기 딱 적당할 만큼 알맞게 나왔다. 오뎅국물은 서비스, 단무지는 두집 다 셀프다.
메인인 떡볶이에 집중. 떡볶이라는 메뉴는 같지만, 확연히 다르다. 비주얼로도 마포원조에서 매움이 팍팍팍 느껴진다. 다락은 떡보다는 면에 더 집중을 한 거 같다. 다락은 스페셜답게 라면에 김말이, 야끼만두 등이 기본으로 들어있다. 마포원조는 튀김 주문을 하면, 저렇게 떡볶이와 함께 준다. 바삭한 튀김을 기대하면 안되고, 떡볶이 소스를 충분히 먹은 눅눅한 튀김이다.
마포원조는 가래떡을 반으로 자른 쌀떡이다. 떡이 길어서 가위를 같이 주는 거 같은데, 혼자 먹을 거니깐 자르지 않았다. 다락은 한입 크기로 되어 있으며, 밀떡과 쌀떡의 중간정도인 거 같다.
2인분답게 삶은 계란도 2개다. 완숙이니, 노른자는 떡볶이 소스에 잘 비빈 후에 먹어야 덜 퍽퍽하다. 마포원조는 비주얼처럼 꽤많이 맵다. 고로 매운맛을 잡아주는 안매운맛과 함께 해야 한다. 김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떡볶이 소스를 얼마나 많이 먹었냐에 따라, 당면 비주얼도 달라지나 보다. 다락은 여백의 미없이 빽빽한데 반해, 마포원조는 김말이가 확실하다. 갓 튀긴 튀김이 아니므로, 바삭을 기대하면 절대 안된다.
다락은 떡보다는 자꾸만 면을 더 먹게 된다. 양도 훨씬 많고, 불기 전에 먹어야 하니깐. 마포원조는 떡만 먹고 있으면 입술에서 불이 난다. 김밥만 먹는다면 심심할 수 있는데, 매운 떡볶이와 함께 하니 꽤 근사해졌다.
다락은 달달함이 강하고,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마포원조는 매운맛이 강하다보니, 오뎅국물에 단무지까지 골고루 같이 먹어줘야 끝까지 달릴 수 있다.
둘 중에 어디가 더 좋냐고 물어본다면, 모른다고 대답할 것이다. 떡볶이이지만, 각기 개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매운맛이 무지 생각난다면 마포원조로, 다양함과 푸짐함이 생각난다면 다락으로 가면 될 듯하다. 맛은 다르지만, 가격은 이보다 더 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원을 넘는 떡볶이가 참 많은데, 여기는 그렇지 않으니깐.
아직 못 가본 코끼리 즉석 떡볶이는 폭염이 가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면 그때쯤 가볼 생각이다. 떡볶이를 좋아한다지만, 불을 앞에 두고 먹을 자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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