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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찾아오고, 집으로 어슬렁 기어들어가야 하는데, 발길은 구로시장으로 향했다. 한번 갔을뿐인데, 어느새 단골이 된 듯, 주인장 커플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혼자라서 쭈뼛댈 필요없이, 그저 오랜된 단골인냥 편하게 들어가서 구석진 자리에 앉는다. 구로동 구로시장에 있는 입춘이다.



조명때문에 조금은 다른 분위기가 난다. 영플라자인줄 알았는데, 영프라쟈였구나. 그런데 프를 브로 바꿔서 읽으면 안되겠지.



영프라쟈답게 조명도 참 영스럽다. 



지난번에 왔을때는 고양이 밥그릇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냥이가 떡하니 식사중이다. 개인적으로 고양이, 강아지를 엄청 무서워한다. 주인이 있거나, 목줄을 하고 있다면 그나마 괜찮은데, 자유로운 영혼일때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 앞을 지나가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렇다고 다 먹을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는 없는법. 발소리를 죽이며 숨조차 쉬지 않고, 조심히 걸어갔다. 녀석과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고양이가 안 무섭다. 난 너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다'를 속으로 외치면서 지나갔다. 정말 아찔하고 긴박했던 순간이었다.



내부와 메뉴판은 지난번에 올렸으니, 이번에는 그때 담지 못한 것들 위주로... 가스보다는 화력이 약한 전기 인덕션을 사용하고 있어, 불맛이 나는 음식을 기대하면 안된다. 여기 분위기가 딱 심야식당과 비슷하기에, 혹시 문어발 비엔나 소시지와 나폴리탄을 추가하면 안되겠냐고 물어봤다. 안그래도 문어발 소시지는 해달라는 손님들이 여러 있어서 고민중이라고 한다. 다음에 갔을때는 문어발 소시지를 먹을 수 있길...



문어발 비엔나 소시지와 생맥의 조화도 참 좋을텐데, 그눔의 화장실땜에 못 마실 거 같다. 왜냐하면 구로시장 내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데, 가본적이 없지만 그리 썩 좋지 않다고 한다. 여름에는 녹색이보다는 맥주가 딱인데, 아쉽다. 



잔은 알아서 고르면 된다. 사케잔에 소주를 마셔도 되고, 소주잔에 사케를 마셔도 상관없다. 



이슬이와 처음이가 없는 곳이니, 이번에도 한라산 올래로... 기본 안주는 톡 쏘는 와사비 맛 콩 과자. 조금 느린 식당답게 안주가 나올때까지 빠르면 10분 늦으면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지 깨작거리면서 견뎌야 한다. 



20분 정도 기다린 후에 만난 명란 크림파스타(12,000원). 주방이 바로 옆이라 만드는 과정을 다 볼 수 있는데, 재료 하나하나 무게를 재고 정해진 양에서 덜도 더도 없이 딱 적당량을 맞춰서 조리를 한다. 바쁠때는 대충 손대중으로 해도 될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조금 느린 식당이라고 했나보다. 손님들도 다 아는지, 늦게 나오면 늦게 나오는데로, 짜증내지 않고 기다려준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만난 명란파스타. 본격적으로 혼술 시작이다. 



진뜩한 크림 속에 알알이 박힌 명란, 톡톡톡 입에서 터지는 식감이 참 좋다. 포크가 아니라 젓가락으로 먹어야 하는 파스타라서, 살짝 국수 느낌이 난다. 그동안 파스타를 포크로 돌돌돌 말아서 먹었다면, 입춘에서는 비빔국수를 먹듯 젓가락으로 후루룩 먹으면 된다. 면은 미리 삶아서 1인분씩 포장해 냉장고에 보관해 있던 걸  사용하기에 알단테 어쩌고 저쩌고는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



그런데 식기 전에 먹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크림은 뭉치고, 면은 불다보니, 비주얼이 처음과 다르게 썩 맛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촉촉했던 파스타가 사막처럼 엄청 건조해진다.



주문을 한 후에 알았다. 입춘에서 가장 오래 걸리는 메뉴라는 걸. 주문을 받은 후에 채소를 썰고, 오징어와 베이컨을 넣은 후 반죽을 한다. 그리고 두툼한 오코노미야키(10,000원)가 익을동안 한참동안 전기 인덕션 위에 있어야 한다. 약 30분 정도 기다렸을까? 조금 느린 식당인데. 오코노미야키를 주문하면 아주 느린 식당이 된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함을 좋아하는데, 가스불이 아니라서 확실히 바삭함은 떨어진다.



그래도 촉촉하니 괜찮다.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고, 언제나 옳은 마요느님의 피처링으로 고소함은 배가 됐다. 



입춘의 시그니처 메뉴인 구운 명란 밥(6,000원). 개인적으로 글쎄다 했던 메뉴인데, 다른 사람들이 하도 시키길래, 덩달아 주문했다. 역시나 만드는 과정을 봤는데, 밥까지도 용량을 맞추는 주인장 커플을 보면서, 여기서 손대중은 금지어겠구나 했다. 



모든 재료는 각각 따로 조리한다. 명란을 굽고, 양파는 단맛이 날때까지 볶고, 계란은 스크램블 형태로, 마늘칩과 잘게 썬 파와 김 그리고 마요느님 피처링으로 구운 명란밥 완성. 명란을 구울때 그리고 뜨거운 밥에 약간의 버터가 들어간 거 같다. 오픈 주방이니 레시피는 유리지갑이다. 보면서 생각보다 쉬운데, 집에서 해먹어야지 했다. 그러나 결국 입춘으로 다시 갔다. 집에서 하려고 하니, 다 따로 볶고, 굽고 해야 하는데 귀찮다.



나온 상태 그대로 먹을까 하다가, 그러다 마지막에 맨밥만 남을 거 같아서 골고루 섞었다.



구운 명란에 이런 감칠맛이 숨어있다니, 참 버터가 들어갔지. 암튼 왜 사람들이 구운명란밥을 무조건 시키는지 알겠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완전 높다. 역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건, 다 이유가 있다. 



구운 명란 밥은 남길래야 남길 수가 없다. 무조건 완밥이다. 


야키소바와 구운 명란밥으로 페이보릿 메뉴를 정하고 싶은데, 아직은 아니다. 탄탄두부, 과카몰리, 간장달걀밥, 명란두부탕, 얼린포도까지 궁금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혼자서 3~4번을 더 가야, 입춘 완전정복이 끝날 듯 싶다. 그때까지 나의 고독한 혼술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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