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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갓김치, 게장백반, 서대회, 여수한정식, 갯장어회/샤브샤브. 굴구이, 장어구이/탕, 갈치조림, 새조개샤브샤브, 전어회/구이를 여수 10미(味)라고 한다. 갯장어 샤브샤브 먹고 싶었지만, 함께 한 지인이 못 먹는다고 해서, 밥도둑 게장백반을 먹기로 했다. 긴급체포하러 거북이식당으로 출동~



포장주문이 얼마나 많으면 저럴 수 있을까? 하긴 먹는내내 박스를 포장하기위해 테이프 끊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으니, 유명한 곳은 맞나보다.  



어라~ 근데 손님이 한명도 없네. 알고보니, 방금 단체손님이 휩쓸고 갔단다.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면, 기다려야 했단다. 그런데 직원 표정이 안 좋다. 단체손님때문에 힘들어서 그런가 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맛은 있는데 서비스가 꽝이라는 평이 많다. 욕쟁이 할머니집도 아닌데, 대부분 멀리서 찾아온 관광객일텐데, 좀 친절하게 대해주면 안될까?



1인 식사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인데, 2천원이나 더 받는다. 요즘 혼밥이 대세인데, 가격차별은 좀 아닌 거 같다. 혼자오지 않았지만, 혼밥을 좋아하는 1인이라, 괜스레 기분이 나빠졌다. 8,000원 게장백반은 돌게장이고, 꽃게장정식은 꽃게장 + 돌게장이 같이 나온단다. 굳이 더 비싼 꽃게장정식을 주문할 필요가 없을 듯 싶어, 게장백반정식을 먹기로 했다. 



잠시후, 등장한 (돌)게장백반정식. 한정식은 아니지만, 남도이니 반찬이 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이다. 뭐~ 주인공은 게장이니깐, 굳이 반찬이 많을 필요는 없겠지 했다.  



함께 온 지인의 표정이 어둡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다른 곳에서 먹었을때는 간장게장 + 양념게장 그리고 조기매운탕이 아니라, 게 매운탕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는 조기매운탕, 그것도 아주 작은 조기 2마리가 들어 있어서 기분이 팍 상했단다. 그것도 잠시, 국물 한숟갈을 먹더니, 다시 표정이 좋아졌다. "보기와 다르게 괜찮네~" 사실 국물이 많이 칼칼하고 매웠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조기 살은 완전 담백했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국물과 조기를 따로 조리하고, 주문을 받으면 그때 담아서 주는 게 아닌 가 싶다. 왜냐하면 조기에는 매운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반찬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생김만 들어온다. 이유는 게딱지 비빔밥과 함께 먹어야 하니깐. 



여기도 갓김치만 눈에 들어온다. 여수가 갓김치로 유명한 건 알겠지만, 이번 여수여행에서 가장 많이 본 건, 갓김치 판매장이다. 그만큼 유명하다는 건데, 너무 많으니 청개구리과답게 사고 싶은 맘이 싹 사라졌다. 



어렸을때는 간장게장보다는 양념게장을 더 좋아했었다. 간장게장은 비리고, 짜고, 쓴맛만 났는데, 양념게장은 맵고 달달해서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간장게장이 더 좋다. 고로 너는 체포하지 않을 생각이다.  



꽃게장과 돌게장의 가장 큰 차이는 크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간장게장은 게딱지 위주로, 양념게장은 다리 위주로 나왔다. 원래 이렇게 주는지 모르겠지만, 간장게장은 밥에 비벼서 먹고, 양념게장은 흡입해서 먹어야겠다.



밥도둑이라서 그런가? 밥 인심은 참 후하다. 본격적으로 체포하러 출동~ 젓가락을 사용해 게딱지 안에 있는 양념과 내장을 완벽하게 긁어낸다.



생김 2장을 깐 후 밥을 올린다. 내장이라서 쓴맛일 거 같지만, 전혀 깊은 맛(아무래도 감칠맛인 듯)과 함께 고소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간장은 짠맛보다는 단맛이 느껴진다. 여수 10미 중에서 왜 2미라고 했는지 알 거 같다. 



여수 1미 갓김치와 2미 게장의 만남. 밥도둑을 넘어 밥테러리스트다. 이거이거 영 불안하다. 



양념게장으로 잠시 쉬어가야겠다. 그런데 쉬는게 쉬는게 아니다. 달큰함 뒤에 오는 매운맛이 사람을 또 잡는다.  



그래도 난 니가 더 좋다. 



게딱지를 긁어서 밥과 비빈다. 김에 올려서 아~함. 갓김치와 함께 또 아~함. 무한반복과 함께 살찌는 소리가 들려오는 거 같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다. 체포를 하겠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체포를 당한 거 같다. 



햄, 어묵 볶음 라인 끝에 있던, 조개젓이라 생각해서 눈길도 안줬는데, 보물을 놓칠뻔 했다. 가까이 가져와서 보니, 글쎄 멍게젓이다. 



쌉쌀한 멍게맛이 온전히 살아 있는 멍게젓, 이거 역시 밥도둑이다. 게장에 눈이 멀어, 몰라봤다. 따끈한 밥에 스팸이 아니라, 따끈한 흰쌀밥에 멍게젓만 있으면 한공기가 아니라 밥솥채로 먹을 거 같다. 정말 그럴거 같아서, 안 사고 계산만 하고 나왔다. 


게장백반도 이정도인데, 갯장어 샤브샤브에 새조개 샤브샤브 여기에 서대회와 굴구이, 여수한정식까지 여수 10미를 다 맛보려면 몇 번을 더 가야할까? 새조개는 봄에, 갯장어는 여름에, 전어는 가을에, 굴구이는 겨울이니, 적어도 계절마다 한번씩은 가야할 듯 싶다. 그동안 여수는 밤바다였는데, 앞으로 여수는 맛있다로 바꿔야겠다. 돌게게장과 멍게젓, 그 짜릿함을 다시 맛보고 싶다. 먹어도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면, 당장 주문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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