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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담양하면, 대통밥 그리고 떡갈비뿐인 줄 알았다. 당연히 저 둘 중에서 무엇을 먹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뜬금없이 국수를 먹자고 한다. 아니, 담양까지 와서 왠 국수 했는데, 오호~ 안 먹었으면, 아니 안 갔으면 완전 후회할뻔 했다. 음식은 입으로 먹어야 하지만, 여긴 눈으로 먹는 곳이다. 담양 국수거리에 있는 옛날 진미국수다. 



캭~ 날씨 참 좋다. 죽녹원에서 실컷 대나무를 보니, 배가 고프다. 멀리 가기 싫은데, 다리만 건너면 국수거리가 나온단다. 빨랑 건너가자~ 사진에서 오른쪽은 죽녹원, 왼쪽이 국수거리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노란 꽃이 참 어여쁘다. 



잠깐만~ 담양 국수거리는 약 40여년 전 담양 죽물시장 주변에 있었던 국숫집들이 죽녹원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향교 다리 아래로 모여들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국숫집이 12곳이나 있다. 함께 온 지인 왈, 가격도 동일하고, 맛도 다 비슷하니, 아무 곳이나 가도 괜찮다. 



국수거리의 매력은 실외에서 먹을 수 있다는 거다. 오래된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 아래서 먹는 국수라니, 입도 눈도 호강할 거 같다.



원래 국수거리는 이렇게 대나무 평상으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한곳을 제외하고 요런 테이블로 교체됐다. 담양이니 대나무평상이 더 어울릴 거 같은데, 양반다리하는게 불편해서 그런거겠지. 



굳이 여기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빈 자리가 많았고, 더 안쪽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어서다. 진짜루 방송에 나왔다고 해서 여기서 먹은 건 절대 아니다. 다 먹고 계산할때, 그때 알았다. 삼00왕에 나왔다는 사실을... 



메뉴 참 단촐하니 좋다. 멸치국물국수(4,000원)와 열무비빔국수(5,000원) 그리고 국수거리에서 꼭 먹어야 한다는 삶은계란(2알에 1,000원, 작년에는 3알이었다는데, 이것도 AI때문인가?)도 함께 주문했다.



식당 안에서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절대 들어가면 아니된다. 국수거리 명당은 바로 여기다. 소박한 국수를 이렇게 멋진 곳에서 먹을 수 있다니, 국수가 아니라 금(金)국수다.



삶은계란이 다 거기서 거기이지 했는데...



찜질방에서 먹었던 맥반석 삶은계란과 때깔이 비슷하다.



그런데 맛은 뭐랄까? 조금 더 고소하고, 감칠맛이 좀 난다. 계산할때 직원에게 물어보니, 육수에 삶아서 그렇단다. 아마도 첫 육수는 국수용으로 사용하고, 두번째 육수에 계란을 삶은 듯 싶다.



계란을 다 먹었는데도 국수가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유는 미리 국수를 미리 삶지 않았기 때문. 쫄깃한 국수면발을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거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양이 너무 적다. 국수는 자고로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인데, 양이 좀 아쉽다. 메뉴에 면사리 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단무지무침, 콩나물무침 그리고 김치. 딱히 손이 안가는 밑반찬이다. 



멸치국물국수는 딱 잔치국수다. 멸치육수에 퐁당 빠진 면, 여기에 호박, 파, 양파 등 채소 그리고 칼칼한 양념장.



담백하게 먹고 싶다면, 양념장을 풀지 말고, 칼칼하게 먹고 싶다면, 양념장을 풀어야 한다. 양념장을 좀 덜었어야 했는데, 간이 좀 강했다. 



냉면은 물냉면을 선호하지만, 국수는 이상하게도 비빔국수를 더 좋아한다. 고로, 난 니가 더 좋아~ 역시 간은 강했지만, 단짠단짠 더하기 새콤에 알맞게 익은 아삭한 열무김치까지 혼자서 다 먹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소면인데 면이 굵다. 설마 팅팅 불은 면? 아니다. 소면이 아니라 중면이다. 국수가 중면인 이유는 주변 경치를 즐기면서 먹으라는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가 아닐까?



중면이긴 하지만 양이 적다보니, 2%가 부족하다. 아무래도 디저트를 먹어줘야 하나 싶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지, 국숫집 옆에 아이스크림집이 있다. 



담양이니 아이스크림도 달라야 하나보다. 댓잎아이스크림이라는데, 서울에서 먹었던 소프트아이스크림과 별반 차이가 없다. 녹차아이스크림은 확실히 다른데, 댓잎은 녹차에 비해 향이나 맛이 많이 약한가 보다. 그래도 단짠 후 시원 달달함으로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예전같았으면 소박한 한끼였다고 했을텐데, 수령이 200~300년은 족히 돼 보이는 노거수 아래서 먹은 국수는 절대 소박하지 않았다. 담양 국수거리가 인기 있는 이유, 와보니, 먹어보니 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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