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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티비에서 고독한 미식가 시즌6을 봤다. 무료가 아니라 한편당 거금 1,000원을 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봤다. 왜냐하면 고로아저씨를 겁나 좋아하니깐. 1화에서 고로아저씨가 먹은 음식은 오코노미야키와 야키소바. 새벽 2시에 보고, 밤새 폭풍 검색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찾았다. 구로동에 있는 작은 선술집 입춘이다.



오호~ 저 비주얼과 똑같은 아키소바를 먹을 수 있을까? 새벽 2시에 이걸 봤으니, 잠은 다 잤구나 했다.



왜 그러십니까? 고로 아저씨. 좀 전에 오코노미야키를 밥과 함께 먹고 난 후에, 야키소바를... 더구나 안 먹었다면 후회할 정도라니, 먹고 싶다. 지금 당장.



폭풍 검색으로 찾게 된 곳, 구로동에 있는 구로시장이다. 여기는 시장내 영플라자라고 청년상인이 하는 곳이라고 한다. 



구로에서 가장 제일 Hip한 장소라는데, 이제서야 알았다. 고로 아저씨가 아니었다면, 계속 몰랐을텐데. 고로 - 구로... 그냥 그렇다구.



생각보다 가게들이 많다. 이중에서 내가 갈 곳은 맨위 오른쪽에 있는 입춘이다.



여기서 입춘을 찾아야 하는데, 어디쯤에 있을까? 



하하~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더니, 옆에 있는 걸 모르고 먼 곳만 바라봤다. 영플라자 입구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저 집이 바로 입춘이다. 



월요일은 휴무. 화욜부터 일욜까지 영업. 혼술, 혼밥 환영한단다. '아주 좋은 생각이십니다.'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오호호~ 딱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이다. 심야식당 느낌도 나고, 혼술하기 참 좋은 곳이구나 했다. 이제 막 들어왔을뿐인데, 느낌적인 느낌으로 왠지 자주 올 것만 같다. 



길다란 바테이블 밖에 없는 곳이라, 주인장과 이런 얘기~ 저런 얘기~가 가능한 곳이다. 술잔은 앞에 있는 것 중에서 맘에 드는 걸로 선택하면 된다.



개념있는 주인장. 참 멋진 주인장. 이제부터 혼술은 여기 입춘이다.



조금 느림 식당 입춘이란다. 주류 메뉴에서 이슬이와 처럼이는 없다. 대신 제주 소주인 한라산이 있다. 사케나 사와, 일본 소주 그리고 하이볼, 맥주 등도 있다.



메뉴를 보는 순간, 결정장애에 빠졌다. 명란밥에 파스타 그리고 과카몰리, 오코노미야키 등등 다 먹고 싶고 좋아하는 음식뿐이다. 유혹에 흔들렸지만, 여기 온 목적은 오로지 야키소바(10,000원). "사장님, 야키소바랑 한라산 올래 한병 주세요."  



한라산 올래는 17도란다. 일반 한라산은 21도라서 독했는데, 요건 괜찮을 듯 싶다. 



기본 안주는 와사비맛 나는 콩. 그럼 올만에 혼술을 시작해볼까나. 



춤추는 가쓰오부시 사이로 노란 계란이 방긋 웃고 있다. 고로 아저씨가 먹은 야키소바랑은 많이 다르지만, 여기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면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야키소바를 볶음우동이라고 해서, 우동면을 주는 곳이 많은데, 여기는 우동면이 아니라 소바면이다. 전체적인 비주얼은 다르지만, 면은 똑같다. 여기에 달콤짭짤한 소스도 비슷할 거 같다.



우동면이 아니라서 넘 좋다. 기름으로 코팅된 소바면을 감싸고 있는 달콤짭짤한 소스의 조화가 참 좋다. 짠맛이 좀 강하긴 했지만, 그때마다 한라산 한잔을 마셔주면 되니 나쁘지 않다. 고로 아저씨가 말한 "안먹었으면 후회할만한 아키소바", 저두 먹었네요.



반숙을 기대했는데, 오버쿡이 됐다. 



계란후라이를 걷어내니, 그 속에 마요네즈 소스가 딱~ 달콤짭짤에 고소함까지 역시 마요느님이다.



고로 아저씨가 먹은 디럭스 아키소바에는 새우에 관자가 있었지만, 입춘은 오징어와 삼겹살뿐이다. 여기는 디럭스가 아니라 일반 야키소바이니깐.



야키소바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아주 살짝 부족한 듯 싶어 주문한 마약멸치. 마약 옥수수처럼 칼로리 폭탄 음식인가 했는데, 그냥 구운 멸치다. 주문과 동시에 멸치 대가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팬에 볶아서 나왔다. 소금 간을 했는지, 멸치가 참 많이 짜다. 구운 멸치하고 하지만, 으스러지기 직전까지 볶아낸 멸치로, 입에 들어가자마자 바삭하고 부서진다. 



요건 집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듯 싶다. 기름 없이 달군 팬에 멸치를 넣고, 볶아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멸치에 한라산 올래는 좀 아닌 거 같다. 누가봐도 요건 맥주랑 먹어야겠다. 화장실이 내부에 없어 시장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단다. 신호가 왔는데, 내키지 않아서 그만 일어났다. 오늘 못한 일을 내일로 미뤄도 되듯이, 오늘 못 먹은 안주는 다음으로 미뤄도 된다. 어차피 자주 올거니깐.



추억점빵이라는 곳인데, 다음에 오면 여기도 들려봐야지.



오호~ 달고나에 쪼그려 앉아서 했던 추억의 게임기까지 추억의 과자, 오락, 장난감이 있는 곳이라고 하니, 다음에는 점빵 먼저 갔다가 입춘으로 가야겠다.


그저 고로 아저씨따라 야키소바를 먹기 위해 갔던 곳인데, 완전 맘에 들었다. 모든 메뉴를 다 먹어보는 그날까지, 한동안 출석도장을 찍을 듯 싶다. 우연히 찾은 작은 선술집에서 행복만땅을 느끼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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