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돈까스, 참 좋은데, 그눔의 왕땜에 다 먹지 못하고 꼭 남겼다. 이정도쯤이야 하면서 가볍게 출발하지만, 서서히 밀려오는 느끼함에 결국 포기한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매운돈까스를 먹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앞으로는 매운돈까스만 먹어야지. 남산이 아닌 신도림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에 있는 101번지 남산돈까스다.
남산이나 성북동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왕돈까스. 백화점 식당가를 썩 좋아하지는 아니지만, 당장 남산까지 갈 형편은 안되고, 돈까스는 먹고 싶으니 어쩔 수 없다. 가끔 미치도록 무언가가 먹고 싶을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럴때면, 내 몸에 무언가가 부족해 신호를 보내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는 돈까스란다. 고기가 먹고 싶어서? 튀김을 먹고 싶어서?? 아니면 그냥??? 모르겠다. 먹고 싶다고 하니 먹어줘야지.
여름이 왔다고, 냉모밀을 개시했단다. 돈까스 집에서 냉모밀은 글쎄다. 어차피 결론은 돈까스이니, 모밀정도는 가볍게 무시했다.
바쁜 점심 시간이 지난 후라, 한산하니 좋다. 혼밥하기 좋은 타이밍.
늘 먹던 원조왕돈까스를 주문해야 하는데, 자꾸만 아래 있는 매운돈까스에 눈길이 간다. 설마 엄청 매운돈까스는 아니겠지. 그냥 매콤한 정도겠지. 고추그림이 하나 있는 걸로 봐서는 먹기 힘들 정도의 맵기는 아닐 거 같아 주문했다.
계산대 아래에 있던 원산지 표시판. 어디있나, 한참을 찾았다.
메뉴판에도 나와 있지만, 공기밥과 스프가 무제한이라고 한다. 무제한이니 스프는 한번 더~ 처음에는 담백하게 한그릇 뚝딱.
두번째는 후추를 있는데로 팍팍 쳐서 끝장을 내야지. 과하면 못쓴다고 하더니, 역시 적당한게 좋다. 후추도 적당히, 먹다가 사레 걸릴뻔 했다.
나름 깨끗해 보일 수 있지만, 손을 씻지 않고 꺼내는 사람이 있을 거고, 일반 수저통과 달리 서랍같아서 설거지는 불가능할테니, 어떤 방법으로 관리를 하는지 궁금하다. 나름 깨끗하다고 생각하고, 막 뒤지지 않고 한번에 하나씩 포크와 숟가락, 나이프를 꺼냈다.
잠시 후, 메인등장. 오호~ 역시 왕입니다욧. 그런데 매운돈까스(가격 9,500원)라고 하는데, 딱히 그렇게 심하게 많이 매워보이지 않는다. 설마 풋고추 하나 줬다고 매운돈까스는 아니겠지.
풋고추에 피클, 양배추 샐러드와 마카로니 그리고 부대찌개에 들어있는 콩(베이크드 빈스)까지 돈까스에 비해 양은 적지만 엄청 다양하다.
손바닥보다 훨씬 큰 너의 이름은? 매운왕돈까스. 우선 크고 푸짐하니 좋다. 보자마자, 가볍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자~ 그럼 칼질을 좀 해볼까나.
왕돈까스라서 고기가 얇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도톰하다. 소스로 인해 먹다보면 어쩔 수 없이 눅눅해지지만, 초반에는 바삭함을 느낄 수 있다. 매운돈까스라고 하지만, 매운맛은 전혀 없다. 칼칼함도 없고 알싸함도 없다. 그런데 한가지, 느끼함이 없다. 왕돈까스의 최대 단점인 느끼함이 와야 하는데, 중간을 지나고 끝에 다다를때까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하~ 이래서 매운돈까스라고 하는구나.
그리하여 왕돈까스를 완전정복했다. 먹다가 어쩔 수 없이 남겨야지 했는데, 느끼함을 잡는 매운소스로 인해 남김없이 끝. 500원의 차이가 가져다 준 놀라운 성과였다. 물론 엄청나게 배가 고프긴 했으나, 그럼에도 완까스는 2년전 화곡동에서 먹었던 왕돈까스 이후 처음이다.
돈까스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일본식 돈가스보다는 우리식 왕돈까스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이유는 아마도 경양식을 알고 있는 어린 시절 추억때문일 듯 싶다. 먹을때마다 남겨서 늘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매운 왕돈까스로 남김없이 아낌없이 다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신대방에 있다는 매운돈까스는 먹고 싶지 않다. 아니 먹을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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