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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먹었던 갈매기살은 작고 작은 고기로 굳이 가위를 들 필요가 없었으며, 간장 또는 고추장 양념 옷을 입고 있었다. 갈매기살은 원래 다 그런거라고 생각했었다. 국내산도 수입산도... 그런데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거추장한 양념 옷대신, 소금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됐다. 리얼 갈매길살을 만나다. 신도림 석구네 마포주먹고기다. 

 

작년 새마을정육식당(바삭한 삼겹살 맛이 궁금하면 클릭!!)에서 삼겹살을 먹었을 때는 몰랐다. 고깃집은 여기 하나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석구네 마포주먹고기 집이다. 숯불직화구이집이린다. 외관은 그냥 평범한 고깃집으로 세련미는 없지만 정겨움은 있는 거 같다. 외관만 보고 난 이렇게 말했다. 그냥 새마을정육식당가서 소고기 먹자. 만약 내 말대로 했으면 엄청 후회했을텐데, 여기서 꼭 먹고 싶다는 지인이 참 고마웠다.

 

내부도 역시 그냥 평범해 보인다. 소고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에, 툴툴 모드였다.

 

참 오랜만에 보는 연탄 난로. 난로의 따뜻한 온기로 인해 툴툴 모드는 서서히 사라져갔다.

 

삼겹살은 없다. 그런데 주먹고기는 뭘까?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주먹고기는 돼지목살 부위란다. 예전에 동그란 모양으로 고기를 주다보니, 사람들이 주먹처럼 생겼다고 해서 주먹고기라고 했단다. 또는 고기부위가 주먹모양처럼 생겨서 주먹고기라고 했단다. 아~ 제대로 들었는데, 이눔의 저질 기억력이 문제다.

다시 가게 된다면, 정확히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또 다른 질문, 왜 마포 주먹고기인가요? 마포에서 주먹고기라는 이름으로 고깃집이 처음 생겨서 그런거란다. 주먹고기집이고, 주먹고기에 대해서도 들었으니, 주문 역시 주먹고기로 해야 하지만, 우리의 선택은 갈매기살이다. 

 

요런 상차림이다. 녹색병 옆에 있는 양념통에는 굵은 소금이 들어 있다. 다른 것들은 하나하나 자세히 ↓↓↓

 

연탄불이라면 더 좋았을텐데... 

 

쌈채소는 상추뿐이다. 그런데 너무 양이 적다. 물론 리필이 되지만, 이렇게 적게 준 이유가 있었다. 특이하게 파인애플이 나왔다. 애피타이저인가 했는데, 구워서 먹을란다. 바로 젓가락을 들었다가, 참았다. 그런데 그냥 먹을 거 그랬다. 기다린 보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설명은 잠시후에...

 

파 콩나물 상추무침. 상추를 적게 준 이유가 여기 있었다. 게다가 리필까지 된다. 

 

집된장같은 맛이 나는 된장찌개. 구수하니 밥이 생각났다.

 

갈매기살이 나오자마자, 사장님이 불판에 올려 버렸다. 그리하여 사진은 불판에 올린 후에, 굵은 소금까지 뿌린 모습이다. 그동안 먹었던 갈매길살은 생이 아니라 양념이 대부분이었는데, 이건 생 덩어리 갈매기살이다. 이런 갈매기살은 처음 봤다고 했더니, 원래 이렇게 나와야 한다면서 사장님은 자신만만 포스를 풍겼다.  

갈매기살은 돼지고기 부위 중 갈비뼈를 골반할 때 분리되는 얇고 기다란 형태의 횡격막을 이루는 부위란다. 그래서 저런 모양이구나. 돼지 한 마리당 300~400g 밖에 생산되지 않는 특수부위란다. 그래서 가격이 1인분(180g)에 13,00원이구나. 횡경막을 우리말로 '간막이' 또는 '가로막'이라 하고, 여기에 고기를 뜻하는 '살'이 합쳐져 '간막이살', '가로막살'이 변천해 갈매기살이 됐다고 한다. 아하 그렇구나. 

 

접시에 남아 있던 마지막 덩어리 생 리얼 갈매기살이다. 앞에 있는 하양이는 비계, 하지만 뒤에 있는 하양이는 비계가 아니라 '막'이라고 해야 하나? 처음엔 다 비계인 줄 알았는데, 갈매기살에 대해 검색을 하고 나니, 다름을 알겠다. 지금은 알게 됐지만, 사실은 다 비계로 생각했다. 그래서 '저걸 어케 떼고 먹을까' 고민했었다. 그런데 만약 그랬다면, 완전 후회했을 것이다. 

 

한번 뒤집으니, 갈매기살인데 이상하게 소시지로 보인다.

 

다시 한번 더 뒤집으니, 알알이 박힌 소금과 함께 위풍당당한 갈매기살 등장이오. 사진 찍고 있는 1인, 고기 잘 못 굽는 1인 그리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1인, 이중에서 누가 고기를 잘 구울까? 정답은 고깃집 사장님이다. 이렇게 질좋은 고기를 엉망으로 굽는건 고기에 대한 예의가 아닐거 같아, 사장님에게 부탁을 드렸다. 

 

소고기라면 지금이 먹을 타이밍인데, 돼지고기라서 좀 더 기다려야 한다. 

 

고기가 워낙에 두툼하다 보니, 익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고기 먹을때 껍데기를 같이 먹어야 한다면서 주문한 돼지껍데기(6,000원). 그런데 이것도 생으로 양념이 전혀 안되어 있다. 양념된 껍데기는 1~2점 정도 먹지만, 요건 진짜 못 먹겠다.

 

불판 위에서 익어가고 있는 껍데기는 관심이 없는 관계로, 고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드디어 쇼타임이 됐다. 잘 익은 갈매기살 한 점, 간장 속 청양고추 하나와 마늘만 추가해 먹었다. 음~ 이건 뭐지? 한번 두번 씹을때마다 육즙이 터져 나온다. 이래서 통으로 구워야 하나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여기에 터지는 육즙까지, 정말 이런 갈매기살은 처음이다. 게다가 비계로 알았던 하얀 막은 신의 한수였다. 입에 넣자마자 빠싹~하고 소리를 내면서 엄청난 식감을 선물로 줬기 때문이다. 이걸 제거했다 나는 날 저주했을 것이다. 

 

돼지고기를 먹을때는 항상 쌈이 진리다. 하지만 갈매기살은 아니다. 촉촉한 상추로 인해 바삭함은 사라지고, 육즙의 감동은 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갈매기살은 쌈없이 그냥 먹는 걸로.

 

사장님이 간장 속 고추는 2개 올려야 더 맛나다고 해서 바로 따라했다. 여기에 야채무침를 추가해서 먹었다. 나쁘지는 않았는데, 역시 따로 먹는게 더 좋다.

 

맛있는 녀석들의 그들처럼 양파쌈으로 먹어봤다. 그런데 이건 괜찮다. 이래서 그들이 고기를 먹을때, 맛있게 먹는 팁으로 양파쌈을 알려주는 구나 했다. 앞으로는 고기 먹을때, 상추나 깻잎대신 양파를 찾아야겠다.

 

제발 한번만 먹어주면 안되겠니. 그래서 먹었는데, 역시 내 취향은 아니다. 

 

디저트 타임은 아니지만, 구운 파인애플 맛이 궁금했다.

 

보기엔 맛나게 잘 구웠다. 그런데 먹어보니, 파앤애플 본연의 맛은 사라졌으며, 대신 고기의 기름맛이 가미 되었다. 그냥 처음에 나왔을때 먹을걸하고 후회했다.  

 

야채무침을 다 먹어서 리필을 했다. 상추로만 해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이렇게 나왔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로 인해, 여기에 밥을 비비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공깃밥 추가. 덤으로 김치가 함께 나온다.

 

그러나 결과는 상추비빔밥이 아니라 된장찌개죽이다.

 

요즘 냉면대신 요걸로 마무리를 하는 바람에, 안 먹으면 서운하다.

 

사장님이 난로에서 꺼내주신 군고구마.

 

노란 속살이 어쩜 저리도 맛나 보이는지.

 

상추무침에, 김치에 그렇게 먹고 또 먹었다. 그리고 원래 메뉴에는 계란찜이 없지만, 손님들이 요구하면 만들어 준단다. "저 죄송하지만, 찜대신 후라이도 가능할까요?" 그럼요. 그리하여 계란후라이까지 먹었다.

 

통으로 나오는 갈매기살도 처음이지만, 맛도 처음이었다. 그동안 내가 무슨 고기를 먹었나 싶을만큼, 참 괜찮을 갈매기살을 만났다. 대신 사장님이 구워주셔서 한다. 직접 굽다보면, 타이밍을 놓쳐 엄청난 육즙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큰 일이다. 이제는 허투루 갈매기살을 먹지 못할테니 말이다. 아니면 이렇게 나오는 갈매기살 집을 찾으러 다녀야 하겠지. 두툼하고 딴딴하며 빠싹한 그맛이 또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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