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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동대문, 강남, 필동에 가야만 먹을 수 있었던 평양냉면을 이제는 멀리 갈 필요가 없어졌다. 가까운 광명에 참 괜찮은 곳을 발견, 아니 알려줬기 때문이다(mudoi님 감사합니다). 분기마다 먹었던 평양냉면, 이제는 월마다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평양냉면을 가장 맛나게 먹으려면, 전날 꼭 음주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완벽한 해장음식을 발견했으니깐, 조으다 조아~

 

『어릴때 즐겨먹던 분식집 냉면. 늘 냉면은 맵고 끈기가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평양냉면을 만나고 완전히 바뀌게 됐다. 작년 2월로 기억된다. 첨으로 평양냉면을 먹었던게, 동대문에 있는 평안면옥이라는 곳이었다. 냉면이 나오자마자 뭉친 면을 풀기도 전에 육수부터 반 이상이나 벌컥벌컥 들이키는 걸 보고 저게 얼마나 맛있길래 저럴까 했다. 

나도 한번, 벌컥은 커녕 한모금 마시다 말았다. 윽~ 이게 무슨 맛이야? 평양냉면과의 첫만남이였다. 그런데 익숙함이 무섭다고 했던가. 첫만남 이후, 평양냉면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그냥 맹물같은 육수에 뚝뚝 끊어지고 까실까실한 면발에 나도 모르게 전염이 되어버렸다. 그 덕분에 요즘은 해장으로 평양냉면을 찾을 정도니, 더이상의 말은 필요없겠지^^;』

 

윗글은 2004년 1월 싸이월드에 올렸던 글로, 걸레 빤 물같은 면수에, 밍밍한 육수, 그리고 뚝뚝 끊어지는 면발까지 이딴 걸 왜 먹을까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아니 잊을만하면 찾게 되는 음식이 되었다. 간사한게 사람 입맛이라더니...

 

고독한 먹블답게 바쁜 점심시간이 지난 후에 갔다. 역시 한산하니 참 좋다. 

 

메밀을 직접 갈아 면을 뽑는다고 하더니, 이 곳이 바로 그 곳인가 보다. 

 

수육이 있다는 건, 육수를 직접 만든다는 의미. 더불어 만원이 넘는 을지로나 강남 지역에 비해 착한 가격이다. 그런데 두둥~ 육개장이 있다. 국내산 한우에, 직접 만든 고추기름으로 만드는데, 가격이 8,000원이란다. 이럴땐 정말 고독한 미식가 고로아저씨가 부럽다. 아저씨였다면, 평양냉면 먹고, 여기에 추가로 육개장까지 거뜬히 드셨을텐데 말이다. 위대하지 못한 내 위를 원망하면서, 주문을 했다. "물냉면 주세요." 그리고 다짐했다. '육개장, 넌 언제간 꼭 먹고 말테야~' 

 

테이블에 있는 양념들. 고추가루, 설탕일듯, 식초, 간장. 함흥식 또는 분식집 스타일 냉면에는 식초와 겨자를 많이 넣는 편이지만, 평양냉면에는 구차하게 아무 것도 넣지 않는다. 초기에는 식초를 엄청 많이 넣어, 시큼한 맛으로 먹었지만 이제는 그 맛을 아니깐~

 

기본찬이 먼저 나왔다.

 

익숙해지는데 냉면보다 훨씬 오래 걸렸던 면수. 여기에 설탕을 타서 달달한 맛으로 먹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 맛을 아니깐~ 

 

살짝 덜 익은 김치. 조금더 숙성이 됐다면 진짜 좋았을텐데~

 

아삭아삭 식감도 좋고, 새콤한 맛도 좋은 무절임. 그나마 니가 있어 좋다~

 

두둥~ 완전체가 됐다.

 

어라~ 여기는 고추가루가 있네. 

 

그래도 양이 많지 않으니, 맛에 있어서 불편함은 없을 듯 싶다. 다음에는 미리 고추가루는 넣지 마세요라고 해야겠다.

 

삶은 계란을 걷어내니, 고기가 나왔다.

 

자극이 없는 순하디 순한 육수. 딱 봐도, 어떤 맛일지 느낌이 온다.

 

확실하지 않겠지만, 그동안 찍어두었던 다른집 평양냉면과 비교를 해보니, 메밀함량은 여기가 좀 많은 거 같다. 왜냐하면 면 때깔이 다른 곳에 비해 진하기 때문이다(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평양냉면 먹는 방법 하나. 육수가 리필이 되야 가능하지만, 면을 먹기 전에 육수부터 마신다. 차디찬 육수를 벌컬벌컬 마셔야, 해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이 좀 세다. 면과 같이 먹었다면 괜찮았을 거 같은데, 육수만 마시다보니 짠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법. 육수가 1/2이 될때까지 마시고 또 마셨다. 결국 엄청난 물을 또 마셔야 했지만...

 

육수를 리필하면, 다시 처음 나왔을때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젠 본격적으로 면을 먹을 차례.

 

후루룩~ 후루룩~~ 맛난 소리와 함께 입으로 자꾸만 들어간다.

 

개인적으로 냉면에 고명으로 나오는 고기를 잘 안 먹는편이다. 아주 약하지만, 언제나 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느껴졌기 때문인다. 그래서 수육도 잘 안 먹는 편이다. 그런데 정인면옥이라면, 고명에 수육까지 먹고 싶어졌다. 어쩜 이리도 누린내 없이 고소함만 느껴지는지, 수육 한접시에 소주 한잔이 간절히 생각날 정도였다.

 

하하~ 완벽하게 완냉면을 했다. 다시봐도 너무 예쁘게 잘 먹은 거 같다. 만족한 식사를 한 후 나는 이렇게 말한다.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광명에 가야하는 이유가 자꾸만 늘어난다. 정인면옥에서 해장국, 수육 그리고 메밀 100% 순면을, 광명시장에서 빈대떡, 튀김, 호떡, 칼국수, 잔치국수 등등등. 여기에 뉴차이나타운인 대림동까지, 한동안 서울 서남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듯 싶다. 멀지 않은 곳에 가보고 싶은 곳, 먹어보고 싶은 곳이 점점 많아진다는 건 확실히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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