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된 육개장이 그리워 다시 찾은 곳, 문래동에 있는 방앗간이다. 신도림에서 문래동은 버스로 2정거장, 지하철로 1정거장, 걸어서 15분이면 갈 수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왜 몰랐을까? 여길 두고 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에 있는 면채반에 갔을까? 저질 체력에 이어 기억력도 저질이 됐나보다.
내 기억 속 문래동은 낯설고 무서웠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낮술까지 할 수 있는 정겨운 곳이 됐다. 방앗간은 느리게 걸어야만 만날 수 있는 작고 소박한 곳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낮술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늦은 낮술을 해야 한단다. 오픈시간이 오후 4시로 변경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방앗간에 도착한 시간이 4시 10분이었나? 암튼 조금만 일찍 왔다면, 육개장을 먹지도 못하고 갈뻔했다. 이날 아침부터 안좋은 일들이 계속 생기는 바람에 억세게 운이 없구나 했는데, 결말은 억세게 운이 좋았다. 왜냐하면 육개장을 먹었으니깐.
4인 테이블 2개와 2인 테이블 2개, 참 소박한 공간이다. 예전에는 넓고 시끌벅적한 곳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요런 곳이 좋다.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겠지.
방앗간 음식에는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참 맘에 드는 문구다. 과메기를 좋아하는 1인으로, 겨율메뉴 과메기를 보자마자 동공이 떨렸지만, 여기 온 목적이 따로 있기에 꾹 참고 "육개장 주세요"라고 말했다.
패스트푸드가 아니므로 좀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기다림의 시간이 즐겁다. 왜냐하면 그맛을 알기 때문이다. 반찬부터 하나씩 나오더니 드디어 완전체가 됐다.
방앗간에서 맛볼 수 있는 달달하고 부드러운 계란말이. 반찬보다는 술안주에 더 어울린다.
적당히 익어서 좋았던 김치.
무조림. 계란말이를 제외하고, 다른 밑반찬들은 올때마다 다르게 나와서 좋다.
고슬고슬 밥도 함께 나온다. 그릇과 계란말이 때문인가? 한식보다는 일본가정식 느낌이 많이 난다.
두둥~ 오늘의 주인공 육개장(10,000원) 등장. 후추냄새가 식욕을 불끈불끈 자극시킨다. "그래 이게 바로 육개장이지."
소고기와 고사리, 숙주나물, 계란, 당면, 파 등등 푸짐한 재료가 참 맘에 든다.
결대로 굵직하게 찢은 소고기, 역시 참 맘에 든다.
잘 끓인 육개장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있고, 고기의 누린내도 없으며, 단백질도 풍부하여 여름철의 고깃국으로는 아주 제격이다. 다음 백과사전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방앗간의 육개장맛은 어떨까? 고기의 누린내는 전혀 없고, 시원한 맛은 있는데, 얼큰한 맛은 좀 약하다.
배가 엄청 고팠지만, 시작은 부드럽고 우아하게 하고 싶었다. 먼저 숟가락에 밥은 담는다. 그리고 국물에 살짝 담갔다가 뺀 후, 고기와 고사리 등을 올려서 먹는다. 이렇게 한번 두번 세번,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는건 좋은데 뭔가 허전하다. 그럴때 방법은 하나, 남아 있던 밥을 육개장에 다 넣고 고개를 숙인 후 폭풍식사를 하면 된다. "이게 바로 육개장이지"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내가 내뱉은 말은 "음~ 아~ 으~"였다.
짭쪼름한 명란젓까지 늦은 점심이었지만, 제대로된 한끼 식사를 했다. 그런데 요거 은근 별미다. 명란젓에 참기름을 살짝 넣고, 깨로 맛깔스럽게 만들고, 염도가 있으니깐 (새싹)채소와 함께 올리면 밥 반찬으로도 소주나 사케 등 술안주로 제격일 거 같다.
틀린그림찾기!! 힌트, 방앗간은 낮술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얼큰함은 부족했지만, 육개장다운 육개장을 먹었다. 육개장으로 해장을 해야할때, 당분간 방앗간으로 갈 거 같다. 4시에 문을 연다고 하니, 늦은 해장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육개장 = 방앗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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