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이 필요한 날, 맵고 칼칼한 국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럼 짬뽕인데, 오늘따라 면은 싫다. 대신 밥이 먹고 싶다. 짬뽕같은 국물에 밥을 말아먹을 수 있는 뭐 그런거 없을까? 면이 싫으면 짬뽕밥을 먹으면 되는데, 그게 생각이 안났다. 대신 육개장 생각이 났다. "그래 결심했어. 오늘 해장은 바로 너야~" 그래서 간 곳.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 5층 식당가에 있는 면채반이다.
면채반 옆에는 해장에 좋은 부대찌개가 있지만, 고독한 먹블에게 부대찌개는 힘들다. 그것보다는 해장하러 갔다가, 해장술을 할 거 같은 두려움땜에... 예전에는 짜장면, 피자, 햄버거만 먹어도 해장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뜨끈한 국물뿐이다.
여기 리뷰만 벌써 4번째다. 떡만두국, 물냉, 비냉에 이어 칼국수와 수제비를 먹었다. 너무 자주 가는 거 같아 한동안 이 곳을 멀리했는데, 육개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여기뿐인지라 오랜만에 다시 갔다.
저기 보이는 정성이란 글자를 보면, 그냥 믿음이 간다.
면채반의 의미가 이거였구나. 밀가루 면 / 나물 채 / 밥 반. 그렇게 자주 갔는데, 이제서야 알게 됐다. 그럼 반에 해당하는 소고기 육개장을 먹어보자.
원산지 표기를 보니, 소고기는 미국산이란다. 7,500원이면 그렇게 싼 가격도 아닌데, 왜 하필 미국산일까?
여기 가면 본 음식이 나오기 전에 삶은 계란을 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안 준다. 그래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냉면을 주문하면 준단다. 아닌데, 칼국수, 수제비, 만두국을 먹을때도 줬는데, 밥이라서 안주는 건가 싶었다. 그래도 주다가 안주니깐 살짝 섭섭했다.
삶은 계란이 없으니, 기다리는 시간이 참 지루했다. 혼자서 툴툴거리고 있으니, 소고기 해장국(7.500원)이 나왔다.
배추김치와 열무김치. 양이 적지만, 추가 리필이 가능하다.
같은 사진을 연속으로 5장을 찍어, gif 파일로 만들면 꽤 맛깔스러운 이미지가 나온다. 뚝배기에서 팔팔 끓고 있는 육개장 등장이오.
너무 뜨거워서 사진 놀이를 과하게 하다보니, 먹을 수 있을 만큼 살짝 식었다. 본격적인 해장쇼타임이다.
그런데 육개장인데, 뭔가 이상하다. 미국산 소고기라고 하지만, 이건 흡사 대패 삼겹살 같다. 내가 알고 있던 육개장 속 고기는 양지머리이며, 대패로 썬 모양이 아닌, 엄마의 정성으로 결대로 찢은 모양이어야 한다. 그리고 파가 없어도 너무 없다. 육개장하면 파인데, 이건 그냥 고명수준이다.
고사리도 구색용으로 들어간 거 같고, 토란대와 숙주나물은 전혀 없다. 말이 소고기 육개장이지, 육개장 맛이 나는 국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진짜 육개장 맛이 난다.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면서, 밥을 말았다. 이때 불연듯 생각이 났다. 아하~ 짬뽕밥!! 그런데 늦어도 너무 늦었다.
배추김치에 열무김치까지 얹어서 야무지게 먹기 시작했다. 툴툴거리면서 후회해봤자 나만 손해라는 걸 아니깐.
맛나게 먹고는 있지만, 계속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육개장 맛있게 하는 곳 없나?(먹으면서 또다른 먹거리를 생각하는 나) 아~ 있구나. 문래동에 있는 방앗간. 이걸 또 이제야 생각해 내다니, 암튼 나의 기억력은 참 몹쓸 기억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국물을 탐닉하고 있다. 더 많이 먹겠다고 뚝배기를 저렇게 해놓고 말이다. 이거 맛없다고 말한 사람이 맞나 싶다. 머리로는 까칠을 외쳤지만, 입과 위는 배고픔에 항복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마지막 뒷모습은 어떤가요? 우선 남기지 않고 다 먹어야 하지만, 남겼을 경우 혹시 모를 잔반 재사용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잊어버리고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한 곳에 담아두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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