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한양도성 백악구간의 끊어진 성벽과 다시 이어진 성벽 사이(서울과학고 인근)에 유명한 왕돈까스집이 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는 돼지불백으로 유명한 기사식당도 있다. 왕돈까스 2곳은 고객몰이가 너무 극심해서 가기 싫었고, 기사식당은 예전과 달리 기업화가 되어 버려서 가기 싫었다. 그저 조용한 곳에서 배고픔을 해결하고 싶었다. 작고 아담한 곳이지만, 왠지 제대로 된 한끼 식사를 할 수 있을 거 같기에 들어갔다. 식당이름에서 어떤 음식인지 한눈에 파악이 가능한 곳, 성북동에 있는 우리밀국시다.
간판에 있는 문구 '까다로운 솜씨로 만든 정갈한 칼국시의 맛'이란다. 까다로운 솜씨로 만들었으니, 까칠하게 먹어줘야겠다.
늦은 점심시간에 가면, 언제나 한산해서 좋다. 내부는 요렇게 4인 테이블이 있고, 옆에는 신발을 벗고 양반다리를 할 수 있는 방도 있다. 방에서 편안하게 먹블을 즐기고 싶었으나, 먹고나서 못 일어날 듯 싶어(졸음이 올 거 같아서) 테이블에 앉았다.
예전에 왔을때 국시가 7,0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8,0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국시(국수)만 있는줄 알았는데, 수육에 전에 설렁탕까지 메뉴가 다양하다. 그런데 국수집에서 왠 수육? 그렇다 우리밀국시의 육수가 바로 사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름답게 일반 밀가루가 아니라, 우리밀을 사용한단다. 30년정도 됐다고 하니, 유명한 곳임에 틀림없을 듯. 국수를 엄청 좋아했다던 그분(YS대통령)도 여기 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국수와 국시, 차이점이 뭘까? 처음에는 어느 지방의 사투리일거라 생각했다. '국수 국시 차이'로 검색을 해보니,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만들어서 그렇단다. 그럼 밀가루와 밀가리는 무슨 차이? 밀가루는 봉지에 담고, 밀가리는 봉다리에 담는단다.
두둥~ 우리밀국시 등장이오!!
상큼한 열무김치와 좀 더 익었다면 좋았을 배추김치 등장. 그리고 담백한 국물을 매콤하게 만들어주는 양념장도 함께 나온다.
사골육수이니깐 후추가루가 뿌려져 나온 듯 싶다. 반찬은 일반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 나왔지만, 국수는 사기그릇에 담겨나왔다. 그래서 끝까지 뜨끈하게 먹을 수 있다. 이래서 서울사람은 야박(?)하다고 하는 건가? 고명이 생각외로 너무 적게 나왔다. 여기만의 스타일이겠지. 그런데 고명이 많으면, 왠지 어울리지 않을 거 같다. 왜냐하면 우리밀국시는 사골육수와 국수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우리밀로 손반죽을 했겠지만, 면발은 기계의 힘을 빌린 거 같다. 그렇지 않다면 진정한 달인일 듯. 이렇게 얇고 균일한 면발을 만든다는 건 엄청 힘든 일이니깐 말이다. 얇은 면발이라서 씹지 않고 후루룩 먹기는 참 좋은데, 너무 잘 끊어지는 바람에 나중에는 숟가락으로 퍼 먹어야한다.
육수가 맑고 투명하지는 않지만, 깊고 담백하고 걸쭉하다. 개인적으로 후추를 좋아해서 다행이지만, 후추를 싫어한다면 주문할때 빼달라고 해야 한다.
집에서 사골을 끓이면, 먹기도 전에 질린다. 왜냐하면 집안 곳곳 사골사골사골 향으로 코팅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만드는 과정을 안보고, 냄새도 맡지 않아서 그런가? 사골육수가 이렇게나 깊고 담백한지 몰랐다.
전반전은 양념장을 추가하지 않고 본연의 담백한 우리밀국시를 먹었다면, 후반전은 양념장을 넣어 칼칼하고 매콤하게 먹으면 된다. 시작은 부드럽게, 마무리는 강럴하게~
국수(국시)는 뭐니뭐니해도 김치와 함께 먹어야 하는 법!! 먹음직스럽게 한입만을 만든 다음에 가볍게 입으로 골인하면 된다.
꽃피는 봄에 성북동에 다시 갈 생각이다. 그런데 우리밀국시는 안 갈거 같다. 왜냐하면 여기는 겨울이 제철이기 때문이다(지극히 주관적인 생각). 국수를 다 먹고 국물이 남았을때, 밥 생각이 간절했다. 공깃밥을 주문할까? 혹시 서비스로 줄 수도 있으니 물어볼까? 혼자서 엄청 고민을 했지만, 결국 말하지 못했다. 누가 봐도 대식가로 보이는데, 그렇게 보이기 싫었다. 그런데 진짜 레알 밥을 말아서 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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