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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갔다는 건, 기다리고 기다리던(나만^^) 까칠양파의 서울 나들이를 다시 시작할때가 왔다는 의미다. 하반기 서울 나들이의 시작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처서는 지났지만 여전히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워밍업 차원으로 가볍게 떠나기로 했다. 정동에 가야 할 일이 있어, 겸사겸사 슬쩍 보고 와야지 해서 갔던 곳. 서울이지만 유럽느낌이 나는 오렌지색 건물이 늘 궁금했지만,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꺼렸던 곳.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다.



서울시청 맞은편, 코리아나 호텔을 지나면 작은 골목길이 하나 나온다. 바로 여기가 서울 속 작은 유럽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곳,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다.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오렌지색 건물이 마치 유럽의 고성인 듯한 착각을 준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너무 길어서 서울성공회성당으로)으로 들어가기 전, 무슨 행사를 하는지 사람들이 모여 있고 웅성웅성 소리가 난다. 무슨 일일까?



아하~ 국세청 별관이 78년 만에 허물어지고 시민광장이 돌아온다고 하더니, 바로 그 행사다. 이곳은 일제가 1937년 덕수궁 궁역을 축소해 그 자리에 조선 총독부 체신국 청사로 지은 건물이란다. 일제가 지은 건물인지 솔직히 몰랐다. 자주 다니던 곳에 일제 잔재가 남아 있었다니, 시민광장으로 만든다고 하던데 대~찬성이다.



TV에서만 보던 그분을 이렇게 보다니, 사인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부끄러워서 멀리서 인사만 드렸다. '안녕하세요. 당신이 있어 서울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서울시민이라서 참 행복합니다.'(마음의 소리)



(출처 - 서울성공회성당 팸플릿 스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한국전통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조화시킨 성당으로 1978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35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성당 건물은 성공회 3대 주교였던 마크 트롤로프 신부와 영국 건축가 아서 딕슨이 맡았다. 완공일은 1926년이지만 성공회 측에서는 이 땅에 첫 예배가 봉헌된 1890년을 성당 창립일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성당이 완벽한 모습을 갖춘 것은 완공일로부터 70년이 지난 1996년이다. 아서 딕슨이 처음 설계한 도면을 보면 성당은 큰 십자가 모양으로 지어져야 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상황 때문에 건축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십자가의 양 날개를 뗀 일자형으로 축소해 지었다. 1991년 서울성공회에서는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70여 년 전 설계도대로 복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설계도는 성당 어디에도 없었다. 1993년 한국을 찾은 영국인 관광객이 이 사연을 듣고 자신이 근무하던 도서관에서 원 설계도를 찾아 1996년 성당이 원 설계도의 모습을 되찾는 데 공헌했다.


이 건물은 건축적으로도 볼거리가 많다. 국내 최초의 로마네스크 양식 건축물로 건물을 지을 당시 덕수궁과의 조화를 고려해 수직 느낌의 고딕 양식 대신 아치형 지붕의 로마네스크 양식을 건물에 접목했다. 성당 내부는 목조로 외부는 화강석과 붉은 벽돌로 꾸며져 있다. 역시 덕수궁과의 조화를 생각한 결과다. 기둥 아랫부분을 볼록하게 만든 엔타시스 양식,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모자이크 성화, 지하 통로로 내려가는 나선형 계단 등 건축적으로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또한 가장 유럽적인 디자인에 한국의 기와를 얹어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축미를 뽐낸다.(출처 - visit seoul)』


드론이 있었다면, 실사를 담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십자가의 가장 앞부분에 해당되는 곳이겠지. 먼저 지어졌다고 하더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왼쪽에 보이는 건물 상처는 혹시 총탄의 흔적?? 건물의 모습을 다 담고 싶었는데,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윗부분만 담았다. 서울인데, 유럽에 온 듯한 착각은 나만 그런가?!



십자가의 일자와 날개가 만나는 지점이다. 에어컨 실외기로 인해 여기가 한국 그리고 서울임을 알게 해준다. 이러면 안되는데,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라푼젤 생각이 났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무식하네요.'(마음의 소리)



바로 아래는 순교자 기념 조형물이 있는데, 한국 전쟁 중 믿음으로 교회를 지켰던 여섯 분의 순교자들을 기념하여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 분들은 이원창 신부, 윤달용 신부, 조용호 신부, 이동암 신부(영국), 홍갈로 신부(영국), 마리아 클라라 수녀(아일랜드)라고 한다.



유럽풍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 전통양식도 보인다. 우리식 격자무늬 창문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 속 유럽, 유럽 속 한국을 보는거 같다.



그러다 곧 완벽한 우리 전통 한옥을 만나게 된다. 이 곳은 경운궁 양이재로 대한제국 광무 9년(1905년)에 세워진 건물이다. 초기에는 함희당(咸喜堂)이란 건물과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직전까지 귀족의 자제 교육을 전담하던 수학원으로 쓰였는데, 일제 강점기인 1912년 대한성공회가 이를 임대하여 쓰다가 1920년에 매입한 후 건물을 옮겼다고 한다. 지금은 서울교구장 주교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경운궁 양이재를 지나 이름 모를 꽃에서 인사를 하고 나니,



서울주교성당 사목실이 나왔다. 그리고 이 곳은 유월민주항쟁 진원지다. 1987년 6월 10일부터 전국적으로 벌어진 반독재 민주화운동인 6월 항쟁이 주교좌성당에서 시작된 역사를 알리는 기념비가 있다. '유월민주항쟁이 이 자리에서 시작되어 마침내 민주화의 새역사를 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처럼 우리의 시간도 거꾸로 가고 있다는 착각은 나만?! 



십자가의 아랫부분에 해당되는 곳. 



정말 정말 순간포착이었다. 그런데 왠지 지우고 싶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초상권이 문제가 된다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그런데 한번만 용서해주시면 안될까요? 느낌이 너무 좋은 사진같아서요.'(마음의 소리)







성당 외부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울성공회성당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이다. 비종교인이라도 상관없다. 화 ~ 토요일, 오전 11시 ~ 오후 4시까지 개방을 한단다. 아직 4시가 넘지 않았다. 다행이다. 성당 내부의 모습은 어떨까?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성당에 대해 아나요." 

"아니요. 처음이라서요."

"그럼 제가 안내해 줄테니, 따라오세요."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해설사분이 계시므로, 당황하지 말고 성당 내부를 관람(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지만)하면 된다.







비종교인이지만,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고 알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벽화라고 생각했는데, 모자이크다. 조지 잭크(영국)가 11년에 걸쳐 시실리 전통에 따라 채색돌로 제작한 모자이크 제단화라고 한다. 



엄청난 파이프 오르간. 



영국 해리슨 & 해리슨사가 2년 10개월의 제작기간에 걸쳐 1985년에 설치된 예배용 파이프 오른간으로 20개의 음전과 1,450개의 파이프가 있어서 여러가지 맑고 풍부한 음색을 표현한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들어보고 싶다.









6명의 순교자.



성당 내부에 있는 12개의 돌기둥은 열 두 사도를 상징한다고 한다.





절차는 모르지만, 조용히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손을 모은 다음에 기도를 했다.



여기가 끝인 줄 알았는데, 아니란다. 해설사 할아버지와 함께 지하성당으로 이동했다. 



세례자요한성당(지하성당)이다. 



이 곳에도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성당 바닥에는 3대 교구장 조마가 주교의 유해가 동판 아래 안장되어 있다. 1930년대 당시 사대문안 매장은 금지였다고 한다.



일제 잔재를 사라진 시민광장,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까? 궁금해진다.



벌거벗은 기둥에 어떤 스토리가 입혀질지 궁금해진다.



곱게 핀 맥문동.



그런데 이곳은 부민관 폭파의거터란다. 성당 옆 서울특별시의회 앞에 있다.


『부민관폭파 의거는 1945년 7월 24일 대한애국청년단원 강윤국(康潤國)·조문기(趙文紀)·유만수(柳萬秀) 등이 친일파 박춘금(朴春琴)이 조직한 대의당(大義黨) 주최로 동남아, 일본 괴뢰정부의 대표가 참석하는 아세아민족분격대회(亞細亞民族憤激大會)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이곳을 폭파한 사건이다.(출처 - 다음백과사전)』


서울에서 만난 유럽,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아픈 역사를 품고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우리들에게 빛이 되어줄 자랑스런 우리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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