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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이름도 처음이오, 얼굴도 처음이다. 아니다. 분명히 본 적이 있었을 텐데,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스치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냥 붉은 꽃이구나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이웃 블로거를 통해 알게 된 그 이름, 꽃무릇.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으니,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무릇이 되어라.' 

 

고창 선운사에 가면 엄청난 꽃무릇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갔다면, 갔으면 참 좋았을텐데. 아쉬움을 이웃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으로 채우려니 밑 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계속 허전했다. 굳이 고창 선운사에 가야 하나? 서울에서 꽃무릇을 만날 수는 없을까? 반갑게도 있다.

성북동에 있는 길상사에 가면 꽃무릇이 있단다. 사진 속 선운사처럼 붉은 꽃밭을 기대하면서 길상사에 도착했다.(길상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오늘은 길상사에서 만난 꽃무릇과 가을 꽃 이야기!!)

 

들어서자 마자 꽃무릇이 보였다. 그런데 뭔가 많이 허전하다. 붉은 꽃밭을 기대했는데,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선운사보다는 못할거라 생각했지만, 이건 좀 아닌 듯했다. 게다가 너무 늦게 왔는지, 꽃이 지고 있었다. 그나마 일찍 왔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늦게 왔나보다. 

 

듬성 듬성한 꽃무릇을 보니, 너무 아쉽다. 꽃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하더니, 나랑 꽃무릇은 이루어질 수 없나보다.

 

말라버린 꽃들 사이에서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꽃무릇을 담아보지만, 여전히 아쉽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길상 7층 보탑 뒤에 있는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를 만나러 갔다. 길상사 코스모스는 흡사 코스모스 나무 같았다. 어찌나 키가 크던지, 까치발을 들어야만 담을 수 있었다.

 

코스모스가 이렇게나 다양했었나 싶다. 코스모스 군락은 아니었는데, 그 안에 코스모스 종류는 다 있는거 같았다.

 

작은 국화도 만났다. 길상사는 봉은사에 비해 큰 사찰은 아니지만, 다양한 가을 꽃들이 있어 보는 재미, 찍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아주 작고 작았던 아기 연꽃. 엄지 공주의 집일까? 올해는 연꽃을 못 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봤다고 해야겠지.

 

가을이 왔어요~라고 인사하는 코스모스. 

 

꽃 이름 알려주는 어플 모야모에 물어봤는데, 참취란다. 취나물이 참취의 어린순이란다. 먹을 줄만 알았는데...^^;

 

꽃무릇이 없다고 여기고, 사찰 구경을 하고 있는데, 글쎄 떡하니 꽃무릇이 나타났다. 입구에서 만난 꽃무릇이 애피타이저라면, 메인은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야 만날 수 있다. 

 

볽은 꽃무릇, 이런 모습이었구나. 굳이 무슨 말이 필요할까? 멍하니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기존에 봐왔던 꽃들과 사뭇 다른 모습인거 같다.

 

구르프로 말았나? 절대 흐트러지지 않을 만큼 완벽한 세팅이다.

 

붉게 물든 꽃밭은 아니지만, 괜찮다. 한번에 많이 먹으면 체할 수 있으니깐 말이다. 굳이 꽃밭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꽃무릇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까이에서 담을 수 있어 좋았다.

 

사진 찍으러 온 분들이 참 많았는데, 왜 그런지 알 거 같다. 한번도 못 본 사람은 있겠지만, 한번 본 사람이라면 또 보고 싶게 만드는 꽃이니깐 말이다.

 

곧은 줄기 끝 화사한 붉은 꽃, 꽃무릇. 잎이 진 후에 꽃이 피고 꽃이 져야 다시 잎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꽃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다. 참 예쁜 꽃인데, 꽃말이 너무 슬프다.

 

정말 아무리 찾아봐도 잎은 보이지 않는구나.

 

내려오는 길, 다시한번 바라봤다. 짧은 만남이지만, 다짐을 했다. 앞으로는 매년 너의 이름을 불러주겠다고... 

 

아마도 바람에 날려 여기까지 홀로 왔겠지.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이들이 많았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기다리고 있었구나. 너의 이름을 불러주는 나를 만나기 위해...

봄에 만난 봉은사 홍매화, 그리고 가을에 만난 길상사 꽃무릇. 도심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지만, 역시 홍매화는 통도사에서, 꽃무릇은 선운사에 만나야 할 거 같다. 내년에는 기필코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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