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다시, 아리랑 (in 서울우리소리박물관)
BTS의 월드투어 콘서트에서 도쿄돔을 꽉 채운 일본 아미들은 우리의 아리랑을 일제히 떼창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왜 역사적이냐? 일제강점기 아리랑은 민족의식을 고취한다는 이유로 금지곡(1933년 5월)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아리랑 떼창은 다른 나라 콘서트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더 특별하고 뭉클하게 다가왔다. BTS 보유국이라는 게 겁나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서울우리소리박물관 특별전 "다시, 아리랑"이다.

BTS 완전체 컴백도 반가웠는데, 음반 이름이 ARIRANG(아리랑)이다. 샤이 아미라 콘서트는 못 갔지만, 광화문 공연은 넷플로 보고, 그들의 소식은 숏츠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서울우리소리박물관 특별전의 다시, 아리랑과 방탄은 아무 상관이 없다. 그냥 아리랑이라서 묶어봤다.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에서 도보 6분
화~일요일: 09:00~18:00
월요일: 휴관
전시일정: 2026.06.18~2027.05.30

일반적으로 아리랑은 아리랑 또는 아라리와 유사한 음절을 후렴구에서 반복적으로 노래하는 민요를 가리킨다. 1926년 춘사 나운규가 제작한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로 쓰이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은 아리랑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일제는 식민지배의 암울한 현실을 한탄하다는 명목 아래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특히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라는 구절은 일제에 저항하는 민족의 독립 의지나 야유로 해석해 더 탄압을 받았단다. 그랬는데 일본 도쿄돔에서 아리랑을 떼창으로 부를 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래서 BTS를 아니 사랑할 수 없도다!


아리랑의 뿌리로 알려진 아라리는 강원도를 중심으로 전승된 향토민요이다. 농사일을 하면서 부르던 노동요였으며, 놀이와 흥을 돋우는 유희요였다. 전문 소리꾼들에 의해 가창되며 통속민요로 자리 잡았고, 1926년 개봉한 영화의 주제가가 되면서 국민 노래가 됐다.

헐버트가 누이에게 보낸 편지(1886년) "어제 나는 베란다에서 앉아서 옆집 뜰에 있는 꼬마아이 두 명을 보았는데, 그들은 이 짧은 곡조를 몇 번이나 불러서 내가 외울 정도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구나."
그랬던 헐버트가 "한국인의 음악에서 아리랑이 차지하는 위치는, 그들의 식생활에서 쌀밥이 차지하는 위치와 같다. 다른 모든 노래는 그저 곁들일 반찬에 지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이렇게나 많았다니, 아는 아리랑보다 모르는 아리랑이 더 많았다는 거, 안 비밀이다. 아리랑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전문 소리꾼들이 음악적 기교를 더해 부르면서 다양한 종류의 아리랑이 나타났다. 가사를 보면서 옆에 있는 스피커로 들으면 더 실감난다.


널리 알려진 아리랑은 1926년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로 사용된 '본조아리랑'이다. 나운규는 어린 시절 노동자들이 부르던 아리랑에 감명받은 기억을 떠올려 직접 가사를 쓰고, 단성사 음악대에 부탁해 서양식 악곡으로 편곡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순사에게 끌려가는 비극적인 모습과 함께 울려 퍼지는 주제가는 시대적인 상황과 맞물려 관람객들에게 동시적이고 집단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의 흥행으로 노래가 인기를 얻었지만, 이후에는 노래의 유행이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다고 한다.

영화 아리랑은 피폐한 농촌의 현실과 일제에 고통받는 민중의 모습을 담고 있어 사람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1926년부터 광복 이후까지 꾸준히 재상영되며 흥행했지만,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필름이 소실되어 현재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영화가 됐다. 지금은 영화와 관련한 일부 스틸 사진과 시나리오만 전해진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영화감독이자 배우 춘사 나운규는 아리랑의 감독과 주연을 맡아 한국영화를 이끌어 가는 선구자가 되었다. 오늘날에는 투철한 민족정신을 바탕을 한국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광복 이후에도 아리랑은 우리의 대표적인 노래로 사랑받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응원가로 사용되었고, 2012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되었으며, 남과 북이 단일팀을 이룰 때는 단가가 되어 하나 됨을 보여줬다. 그리고 안내문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하나를 더 추가한고 싶다. 한국의 넘어 전 세계에 아리랑을 뗴창으로 부르게 만든 그들을 우리는 BTS라 부른다.

BTS 공연은 아니고, '시카고에서 아리랑을 부르다'라는 제목이다. 헤드폰을 착용하고 영상을 보면, 우리 아리랑이 이렇게 소울이 넘쳤나 싶을 정도로 새롭게 느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더 오래 더 널리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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